'제1의 성'/'여성은 만들어지는 것' 보부아르에 반기
'왜 우리는…'/뇌와 연결된 사랑의 심리 과학적 분석
[박윤수 기자]"남녀가 처음 서로를 갈망할 때는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이 분비돼요. 그 갈망이 지속되고 사랑에 빠지는 단계가 되면 도파민과 세로토닌이 나오고요"
최근 종영한 인기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 나와 유명해진 이 문구는 미국의 여성 인류학자 헬렌 피셔의 저서 '사랑의 해부학'(하서출판사·94)에서 인용된 것. 인류학적 관점에서 사랑과 성을 흥미롭게 분석한 '사랑의 해부학'과 '성의 계약'(정신세계사·99) 의 작가 헬렌 피셔의 신간 두 권이 동시에 출간됐다.
'제1의 성'은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프랑스의 작가이자 여성해방운동가인 시몬 드 보부아르의 주장에 맞서며 시작한다. 보부아르가 49년 '제2의 성'을 내놓은 지 반세기가 지난 후 헬렌 피셔는 "여성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는 존재"라고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은 어머니의 자궁에서 빠져 나올 때부터 서로 다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다. 임신 초기의 태아는 남성도 여성도 아니지만 8주가 되면 남성으로서의 '유전자 스위치'가 켜지고 남성호르몬을 생산하며 여자아이의 생식선은 13주가 돼서야 형성되기 시작한다.
남성호르몬이 태아를 뚫고 침범하지 않으면 여성으로 태어나는 현상을 두고 기존의 과학자들은 여성에 대해 '호르몬 작용이 제대로 되지 못한 태만한 성'이라 지칭했다. 그러나 저자는 남성이 되기 위해서는 화학물질이 첨가돼야 하므로 원형 그대로의 성(性)인 여성을 '제1의 성'이라고 다르게 해석한다.
오늘날 '제1의 성'인 여성들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많은 분야에서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게 저자의 주장. 뇌 해부, 동물 행태, 심리학, 인구통계학 등에 기반한 다양한 사례와 유명 학자들의 학설, 문학작품 속 인용구들을 동원한 그의 이론은 독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이 책은 2000년 출간됐다가(생각의나무) 절판된 후 독자들의 요청으로 이번에 복간됐다.
'우리가 아직 몰랐던 사랑의 심리'라는 부제를 달고 출간된 '왜 우리는 사랑에 빠지는가'는 인간 최대의 신비인 '사랑'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놓았다. '인간이 사랑에 빠지는 이유는 뭘까?'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을 탐구하는 이 책은 얼마 전 KBS에서 방영됐던 '감성과학 다큐멘터리 사랑'의 바탕이 되기도 했다. 저자는 사랑의 본질을 탐구하기 위해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뇌를 촬영하고 800여 명의 미국인과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뒤 그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저자는 낭만적 사랑은 우리의 뇌 회로와 신경화학물질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주장한다. 사랑에 빠졌을 때 세상이 달라 보인다고? 달라지는 건 세상이 아니라 인간의 뇌이다. 사랑은 목적이나 감정이 아니라 식욕만큼이나 강력한 하나의 욕구이며 사랑이 변한다면 그건 인간의 뇌가 변화하기 때문이다.
사랑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또한 흥미롭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답변은 인종이나 남녀, 이성애자·동성애자 차이에 관계없이 대부분 비슷했다. 남자의 64%와 여자의 61%는 애인의 모든 것을 사랑한다고 대답했고, 남자의 64%와 여자의 68%는 전화로 애인의 목소리를 들으면 심장이 뛴다고 했다. 적지만 남녀의 차이를 보여주는 결과들도 있다. 연애관계가 가족과의 좋은 관계보다 중요하다고 한 여자는 40%였지만 남자는 60%나 됐다.
저자는 낭만적인 로맨스가 계속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낙관적으로 생각하라고 충고한다. 관심을 집중할 수 있는 자신이 잘하는 일을 찾아내고, 행복한 표정을 지으라고 제안한다. 미소를 지을 때 얼굴 근육의 신경들은 쾌감을 주는 뇌의 신경 통로들을 활성화해 행복감을 안겨줄 것이다.
제1의 성/ 헬렌 피셔 지음/ 정명진 옮김/ 생각의나무/ 1만5000원
왜 우리는 사랑에 빠지는가/ 헬렌 피셔 지음/ 정명진 옮김/ 생각의나무/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