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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에 청소년수련관을 새로 짓는다는 소식을 접하니 참으로 기쁘다.
청소년은 미래의 주인공이라고 하지만, 청소년은 오늘의 생활인이기도 하다. 청소년은 미래의 꿈을 위해서 땀 흘려 공부할 책임과 함께 오늘의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
우리 사회는 청소년을 미래의 주인공이라고 강조하면서, 오늘의 삶의 주체라는 점을 가볍게 여겼다. 청소년기에는 공부만 열심히 할 것을 강조하였고, 놀거나 취미생활을 할 기회를 박탈하였다.
나주시가 청소년수련관을 건립한다는 것은 청소년이 특기적성을 키우고, 친구들과 어울려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뜻이다. 전라도의 중심이었던 나주에 청소년수련관의 건립은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이번 기회에 청소년에게 꼭 필요한 공간이 되길 기원한다.
청소년수련관이 청소년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는 위치 선정이 가장 중요하다. 많은 수련관이 잘못된 위치 때문에 활용도가 떨어졌다. 국가가 지원한 최초 수련관인 부여청소년수련관은 부소산 밑에 있다. 부여읍 청소년에게 활동공간을 주고, 부여를 찾는 수학여행객에게 숙박장소로 제공하겠다는 이 청소년수련관은 문화재보호구역에 묶여 숙소가 건립되지 않아 활용도가 크게 떨어졌다.
청소년수련관을 지을 때는 무엇보다도 청소년이 접근하기 쉬운 곳이어야 한다. 청소년이 집이나 학교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이면 좋고, 자전거나 시내버스로 접근하기 쉬운 곳이어야 한다. 주변경관이 아무리 수려해도 청소년이 쉽게 갈 수 없으면 이용도가 크게 떨어진다. 청소년수련관은 청소년이 평일 방과후나 주말에 이용하는 곳이지, 일년에 한두 번 찾는 문화유적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청소년수련관이 시민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그 건물의 내용이 용도에 맞게 지어져야 한다. 청소년수련관은 청소년이 이용하기 어려운 시간대에 아동, 여성, 직장인도 쉽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체력단련장이 있다면 이른 아침에는 직장인이 이용하고, 오전에는 여성, 이른 오후에는 아동, 늦은 오후와 밤에는 청소년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용도에 맞게 지어야지 이질적인 사업을 한 수련관에 건립하면 이용자에게 큰 불편을 줄 수도 있다. 군산시에는 전북에서 가장 큰 수련관이 있다. 한쪽에는 500여명이 이용할 수 있는 실내체육관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수백명이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이 있다. 수련관 바로 옆에 도서관이 있기에 수련활동을 실시하기에 어려움이 크다. 지나치게 큰 실내체육관은 여름에는 냉방비가 없어서 겨울에는 난방비가 없어서 거의 활용되지 않는다. 큰 돈으로 건립된 청소년수련관은 세금 낭비의 전형이다.
청소년수련관이 제대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공무원보다는 민간 전문가가 운영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직영하는 청소년수련관은 건물을 관리하고 대관을 하는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 수련관이 직접 기획한 사업은 별로 없고, 평일에는 낮시간만 개방되고, 주말에는 최소한의 관리인력만 출근하는 경우도 많다.
청소년단체나 청소년지도자가 운영하는 청소년수련관에는 대체로 자체 기획사업이 많고, 평일 낮시간에는 아동과 여성이 있고 평일 오후와 주말에는 청소년이 많다. 운영주체를 미리 선정하여 청소년수련관을 함께 설계하고 프로그램을 짜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주시가 청소년수련관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다시 한번 환영한다. 청소년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 청소년수련관을 짓고, 민간 전문가가 적극 참여하여 청소년과 시민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길 기원한다. 청소년수련관은 죽은 건물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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