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난시대다.
전·현직 검사가 삼성그룹으로부터 '떡값'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이어 사기 혐의로 구속된 브로커가 전·현직 검사를 상대로 금품로비를 했다는 단서가 경찰에 의해 포착된 것.
결국 대검 감찰부(부장 문효남)는 18일 브로커 금품로비에 대한 감찰조사에 착수했다. 강찬우 대검 홍보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대검 감찰부에서는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검사 등 검찰 공무원이 관련된 금품 수수사건을 경찰에서 수사 중이라는 보고를 받고, 즉시 진상을 확인하기 위해 감찰조사에 착수하여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홍보관은 이어 "조사결과 혐의가 인정되면 입건해 엄정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떡값에 이어 뇌물까지... 검찰 전전긍긍
이에 앞서 김상희 법무부 차관은 옛 안기부의 도청테이프에서 지난 99년 자신이 삼성그룹으로부터 '떡값'을 받기로 했다고 거론된 것과 관련, 이날 오후 사표를 제출했다. 김 차관은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지 않았다"고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 관계자들은 당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대검의 감찰조사 결과, 검찰 관계자들이 브로커로부터 금품을 받은 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검찰은 공정성과 투명성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브로커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은 의혹이 제기된 검찰 관계자는 고검 검사 1명, 지방검찰청 부장검사 1명, 퇴직한 뒤 변호사로 개업한 전직 검사 1명, 검찰수사관 1명 등 4명이다.
대검은 이들 중 전직 검사를 제외한 3명에 대해 감찰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브로커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 현재 드러난 인사들 외에 금품을 받은 전·현직 검사가 상당수 추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이 전전긍긍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과거 의정부 법조비리 사건과 대전 법조비리 사건, 2003년 현직 검사 20여명이 연루된 법조브로커 사건에 이어 '제4의 법조비리' 사건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브로커 홍모씨 전방위 로비... '검·경·언 대형 커넥션 사건'
한편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8일 검찰ㆍ경찰ㆍ언론사ㆍ금융기관 간부 등을 상대로 금품 로비를 벌인 혐의로 브로커 홍모(64ㆍ구속)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경찰은 브로커 홍씨의 사기 사건을 수사하던 중 이같은 광범위한 로비에 대한 단서를 포착했다. 경찰이 홍씨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검찰ㆍ경찰ㆍ언론사 간부 등을 상대로 금품 로비를 벌인 내용이 담겨있는 비밀장부를 찾아냈다.
이 비밀장부 수첩에는 현직 부장검사와 검찰수사관, 전직 검사 등 법조계 인사 4명, 총경과 경감급 등 경찰 간부 4명, 모 언론사 국장급 등 언론계 인사 5∼6명, 금융기관 간부 4명의 이름과 함께 1인당 100만원∼수천만원 상당의 돈과 향응을 제공한 내용이 상세히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홍씨를 일단 사기 혐의로 구속했지만 수첩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상대로 금품 수수 및 대가성 여부에 대해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이들의 금품 수수 사실이 드러날 경우 검찰ㆍ경찰 등 수사기관뿐 아니라 언론사까지 총망라한 '검·경·언 대형 커넥션 사건'으로 확산돼 상당한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