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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가 여수에 다다를 무렵 아들 준호가 바다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기차가 여수에 다다를 무렵 아들 준호가 바다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 김용국
해마다 찾는 여수이건만 서울에서 이곳으로 내려올 때마다 항상 푸근한 기분이 듭니다. 갈수록 고향이 더 정겹고 그리워지는 걸 보니, 제도 나이가 들어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꼭 여수가 제 고향이라서 좋은 것만은 아니랍니다. 저와 함께 여수 여행을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오동도에서 바라본 여수
오동도에서 바라본 여수 ⓒ 김용국
제 경험으론 여수 여행은 기차가 으뜸입니다. 승용차로 다섯 시간 이상 차를 모는 건 너무 피곤한 일이고, 안전벨트 매고 앉아 있어야 하는 버스는 조금 답답합니다. 기차를 타면 가족들과 김밥을 먹으면서 도란도란 얘기 나눌 수 있고, 바깥 풍경에 눈길을 주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오동도의 절벽에 시원하게 파도가 치는 모습입니다.
오동도의 절벽에 시원하게 파도가 치는 모습입니다. ⓒ 김용국
용산역에서 여수역까지 가는 전라선 열차가 하루에 10여편 있습니다. 한 번에 가기가 지루하시다면 고속열차를 타고 가다가 익산에서 여수행 열차로 갈아타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기차가 종착역인 여수역에 다다르기 5분전쯤에는 전 꼭 왼쪽 창문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눈앞에 바다가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멀지 않은 곳에 검은 모래 백사장으로 유명한 만성리 해수욕장을 찾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절벽과 들꽃 너머로 보이는 푸른 바다는 여수에 도착했다는 신호입니다.

역에 내리면 걸어서 10분 거리에 동백꽃으로 유명한 섬, 오동도가 있습니다. 이국의 정취가 느껴지는 오동도는 한여름에도 그리 시원할 수가 없습니다. 시누대로 뒤덮인 숲길을 걷다보면 '솨아' 하는 소리가 바람에 대나무 스치는 소리인지, 파도소리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입니다. 높은 곳에서 바다를 보고 싶다면 등대에 올라보십시오. 남해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낮에 본 돌산대교
낮에 본 돌산대교 ⓒ 김용국
오동도를 한바퀴 돌았다면 오동도-돌산대교를 오가는 유람선에 몸을 맡겨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배를 타고 30분 정도 지나면 돌산대교와 여수의 작은 섬들이 보입니다. 전국에서 아홉 번째로 큰 섬 돌산도에는 볼거리가 무궁무진합니다. 일출이 아름다워 남해안 3대 일출장소 중 하나로 꼽히는 향일암까지 가는 길목에는 방죽포 해수욕장, 무술목 유원지도 있습니다. 향일암에 올라 절경을 바라보면 남도의 끝까지 온 보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섬구경을 마치고 나올 때는 걸어서 돌산대교로 건너오셔도 좋습니다. 특히 바다에 어른거리는 여수 밤 풍경은 어찌면 그렇게도 아름다운지요. 저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돌산대교 아래에는 싱싱한 회를 맛볼 수 있는 횟집, 바다를 바라보는 찻집이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낚시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돌산 바로 앞에 있는 자그마한 섬, 장군도에서 낚싯대를 드리우는 맛도 괜찮을 겁니다.

임진왜란 당시 왜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만들었다는 석인상(石人像). 진남관에 가면 볼 수 있습니다.
임진왜란 당시 왜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만들었다는 석인상(石人像). 진남관에 가면 볼 수 있습니다. ⓒ 김용국
이젠 시내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시내 한복판에 있는 진남관을 둘러보십시오. 조선시대 이순신 장군이 전라좌수영 본영으로 사용하였다는 단층 목조 건물은 높이 14m, 길이 75m의 규모만으로도 보는 이들을 놀라게 합니다. 일출 때면 산봉우리가 자색으로 물든다 하여 이름 붙여진 자산공원은 전망이 좋은 곳이고, 시원한 밤바다가 일품인 소호 요트 경기장 주변도 여수에서 볼 만한 곳입니다. 봄철 진달래 축제로 유명한 영취산 기슭에는 보조 국사가 1195년에 창건하였다는 흥국사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여수 관광만으로 아쉬운 분들이 있으십니까. 물론 쉽게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은 아니지만 거문도, 백도로 뱃길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여수 여객선 터미널에서 배를 타면 두세 시간 거리면 웬만한 섬에 닿을 수 있습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제주도로 떠나시는 분들을 위한 여객선도 있습니다.

높이 14m, 길이 75m의 규모만으로도 보는 이들을 놀라게 하는 진남관의 전경.
높이 14m, 길이 75m의 규모만으로도 보는 이들을 놀라게 하는 진남관의 전경. ⓒ 김용국
여수의 경치는 뭐니 해도 바다입니다. 317개의 아기자기한 섬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여수 바다는 볼수록 더욱 정겹게 느껴집니다. 바다가 주는 푸근함을 저는 지난주 여수에서 느끼고 돌아왔습니다. 당일 여행도 좋고, 며칠밤을 묵어도 좋겠습니다. 여러분들도 여름이 가기 전에 아름다운 여수 바다를 맘껏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밤에 바라본 돌산대교의 모습.
밤에 바라본 돌산대교의 모습. ⓒ 김용국

덧붙이는 글 | 고향이야기 2편에서는 여수에 얽힌 개인적인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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