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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그리의 자율주의 정치철학을 강하게 비판했던 영국의 혁명적 사회주의자 크리스 하먼(Chirs Harman·62)의 칼끝이 이번에는 신자유주의와 새로운 제국주의를 향했다.
'다함께' 주최의 사회주의 진보포럼 '2005 전쟁과 변혁의 시대'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크리스 하먼은 20일 고려대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신자유주의자들은 자유 시장과 국경을 넘나드는 자본의 흐름으로 인해서 이제는 전쟁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굉장히 큰 모순임이 드러나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대처는 맥도날드 광고직원?
그는 "영국의 수상을 지냈던 마거릿 대처는 맥도날드 식당을 유치한 나라들간에는 결코 전쟁이 없을 것이라며 평화를 위해 맥도날드를 유치할 것을 종용했다"면서 "하지만 지난 20년 동안 세르비아와 이라크, 유고 연방에서 독립한 국가들에서 전쟁이 그치지 않았고, 이들 국가에는 모두 맥도날드가 있었다"고 대처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특히 "신자유주의가 전 세계적으로 번지고 세계화가 가속화하고 있는 기간과 전쟁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그 기간이 정확히 일치한다"면서 "이는 신자유주의 이름으로 진행되는 세계화가 바로 군사력 증강을 통한 제국주의적 시도로 이어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크리스 하먼은 이날 강연회에서 비판의 칼날을 또 다시 토니 네그리에게 정조준했다. 하먼은 19일 강연에서도 노동자 계급을 '다중'의 개념으로 상대화시킨 네그리의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었다.
그는 "이러한 모순은 신자유주의 우파들뿐만 아니라 맑스주의 좌파 진영이 주장하는 논점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고 "<제국>을 쓴 토니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는 자본주의로 인해서 민족국가가 축소되고 자본계급들간에 국제적인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되어 제국주의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을 펼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라크 전쟁이 절정에 달했을 때 네그리는 <가디언>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이라크에서의 전쟁이 사실은 미국의 큰 기업들의 이해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의 자본가들은 전쟁보다는 평화를 더 선호한다는 주장을 했다"고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네그리의 관점은 제국주의의 야만성을 망각한 오류"
또 "캐나다의 맑스주의자 샘 그린딘과 레오 파닉치 같은 경우는 자본주의가 이제는 하나의 국가만을 필요로 하고 있고, 그 국가는 미국이라면서 미국을 제외한 모든 자본주의 국가들은 미국이라는 국가의 이해에 복무하고 지배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주장했다"며 "하지만 이러한 관점은 미 제국주의가 얼마나 야만적인지를 과소 평가한 데 따른 오류"라고 지적했다.
크리스 하먼은 "맑스는 자본가들을 '서로 교전중인 일당의 형제들'이라고 표현했다"고 강조하며 "21세기에 접어든 지금까지도 세계의 모든 자본가들은 노동자, 농민 그리고 빈민들을 탄압하는 데 있어 공동의 이해를 가지고 있지만 더 많은 제국과 경제적 이익을 둘러싼 사생결단의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왜 제국주의인가? 크리스 하먼은 자본가들의 이익이 제국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자본주의가 부흥하면서 자본가들이 국가를 통제하기 시작하고 군대를 더 증강시키고, 이를 통해 자신의 이익과 이해를 확장하고 보호하려 한다는 것.
그는 "자본주의적 산업이 발전하면서 자본가들은 계속해서 생산하기 위한 원료가 필요했고, 또 더 착취할 수 있는 새로운 지역을 개척할 필요가 있었다"며 "그래서 이러한 국가들의 군대는 자신의 국가에 머물지 않고 세계 곳곳으로 뻗어나가 국가를 위한 제국을 건설하기 시작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21세기에도 야만적인 전쟁 계속 벌어질 것" 경고
하먼은 "그래서 레닌은 '제국주의란 자본주의의 가장 극도로 발전한 형태'라고 분석했던 것"이라며 "이 분석에서 레닌은 자본주의가 발전하면 할수록 계속해서 전쟁은 일어날 수밖에 없고, 사이사이에 잠시 평화의 기간은 있겠지만 자본주의 국가들간에 무력 충돌은 피할 수 없는 숙명적인 것이라고 예언했다"고 소개했다. 자본의 경제적인 경쟁이 군사적인 충돌로 이어지면서 자본주의는 곧 제국주의로 발전하게 된다는 것이다.
크리스 하먼은 이날 강연회에서 세계의 민중들이 반전운동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사회주의운동을 일으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계속되는 시위와 집회로 미국을 압박하지 않으면 21세기 내내 야만적인 전쟁을 목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경고 메시지를 전했다.
| | "대중과 고립되지 않는 운동 필요" | | | 크리스 하먼, 한국의 진보운동 진영에 충고 | | | |
| | | | ⓒ석희열 | 크리스 하먼은 영국 사회주의 노동자당(Socialist Workers Party) 중앙위원이며 계간지 <국제 사회주의(International Socialism)>편집자다. 저서로는 세계 민중의 대서사시로 불리는 <민중의 세계사> <세계를 뒤흔든 1968> <신자유주의 경제학 비판> <쉽게 읽는 마르크스주의> <마르크스주의와 공황론> <저항의 세계화> <노동자계급에게 안녕을 말할 때인가> 등이 있다.
동료인 알렉스 캘리니코스(Alex Callinicos)와 함께 일국사회주의론을 넘어 영구혁명론을 주장한 트로츠키의 사상을 지지하는 정통 맑스주의 혁명이론가이다.
지난 2001년 1월 브라질에서 열린 제3차 세계사회포럼 워크숍에서는 <제국>의 공동저자 마이클 하트(미국 듀크대학 교수)와 자율주의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한 국을 두번째 방문한 그를 19일 밤 고려대에서 만났다.
- 방한 목적이 한국의 반전·반자본주의 노동자 운동 '다함께'가 주최하는 진보포럼 '2005 전쟁과 변혁의 시대'에 참가하기 위한 것인가
"그렇다. '다함께' 회원들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었고, 또 그들과 함께 반전운동과 다양한 사회주의 운동에 대해서 논의하고 토론을 하고 싶어서 한국에 온 것이다."
- 토니 네그리(Toni Negri)의 자율주의 철학과 당신의 사회주의 정치철학의 차이점이 무엇인가
"자율주의자들은 국가 내지 국가의 권력과 충돌이나 마찰없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회 변혁을 위해서는 국가 권력과의 마찰이 불가피하며, 국가와 충돌했을 때 그 국가를 이길 수 있는 결정적인 세력 주체가 누군인가를 토론하자고 주장한다. 반면 네그리는 그가 말하는 정보노동자(비물질 노동자)들과 '다중'의 등장 때문에 사회가 자체적으로 변화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 같다."
- 자율주의자들과의 공통점이 있다면
"자율주의자들이나 사회주의자 모두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체제를 변화시키고자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네그리는 자신을 공산주의자라고 말한다. 스탈린주의의 공산주의가 아니라 마르크스가 처음 얘기했던 노동자계급을 믿는 공산주의자라고 자칭하는 것이다. 하지만 네그리는 사회 체제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해서는 너무 철학적이고 애매모호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으로 표현한다."
- 한국에서는 최근 거대자본 삼성그룹의 X-파일이 공개되면서 반자본주의 흐름이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의 사회주의자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지난 5년 동안 세계 곳곳에서 나타난 경향은 민중들이 자본주의 체제를 직접 비판하면서 운동해 나간다는 것이다. 한국도 민중들이 거대자본 삼성을 직접 공격하는 등의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매우 흥미롭고 주목할 만한 일이다.
90년대 초 사회주의가 붕괴하면서 많은 사람들은 '이제는 세상이 좀 더 아름다워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97년 아시아 금융 위기, 계속해서 세계적인 위기가 발생하면서 사람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고 더 나빠졌다. 따라서 사람들이 점점 급진화되고 우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과거로 돌아가고 맑스주의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놀라운 한 예가 영국은 운동의 고양기도 아니고 활발하게 일어나는 곳이 아닌데도 최근 BBC의 대학생 여론조사에서 역사상 가장 존경스러운 사상가(철학가)로 칼 맑스가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한국의 진보주의자들에게 국가나 자본의 공격이 있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왜 공격하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고 충고하고 싶다. 중요한 것은 적들의 공격이 있다고 하더라도 운동이 진정한 사회변혁 운동 세력에서 고립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격보다는 오히려 공격을 통해서 대중들과 고립되지 않도록 걱정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한국은 투쟁의 역사가 길기 때문에 사람들이 다 기억하고 있다. 급진적이면 소수가 될 수 있지만 투쟁 속에서 그러한 기억들을 되살리고 대중들과 연결시켜서 자신들의 운동을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 한국에는 여전히 노동 유연화정책이 힘을 발휘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넘쳐나고 있다. 60%에 육박하는 비정규직 문제를 풀기 위해 운동진영에서 어떤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영국은 92%가 정규직이다. 이 문제는 산업구조와 관련되어 있다고 본다. 원래 지배계급(자본가)은 숙련된 노동자를 원한다. 심지어 비정규직이 많이 있다는 서비스업종에도 자본가들은 정규직에 의존하고 있다. 호텔 등에서도 대부분 정규직이다.
비정규직 비율이 그 정도라면 매우 심각한 사회문제다. 한국의 좌파진영에서는 비정규직 문제를 풀기 위해 먼저 노조가 앞장서서 정규직을 조직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다음 정규직이 비정규직을 조직할 수 있도록 운동을 건설하는 것이 중요하다." / 석희열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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