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칼바람 속에 뜨겁게 여의도를 달구었던 '국가보안법(국보법) 폐지'의 불씨가 올해 다시 지펴질까.
22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와 화해의 시대, 국가보안법 폐지의 역사적 당위성' 토론회는 오는 가을 정기국회에서의 '국보법 폐지'를 촉구하는 자리였다.
국보법 폐지안은 지난해 10월 발의된 후 상정을 놓고 몸싸움은 물론 국회 법사위회의실 점거가 벌어지는 등 여야 정당간의 치열한 갈등을 낳았으며, 직권상정까지 주장했던 열린우리당이 결국 한나라당의 반대를 꺾지 못해 결국 처리가 유보됐다.
국보법 폐지안은 여야 합의로 지난 5월 초 법사위에 상정됐으나 아직 법안에 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 이런 가운데 이날 토론회는 오는 9월 정기국회를 맞아 다시 국보법 논의를 준비하는 의미있는 자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토론회를 주최한 이은영 열린우리당 의원은 "이 토론회는 올 가을에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재발동을 거는 운동의 시발점"이라고 강조하며 리본달기 및 이메일 주고받기, 각종 국보법 폐지 문화행사 등의 캠페인을 제시했다.
"열린우리당 의지만 있다면 국보법 폐지할 수 있다"
이날 토론자 중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은 "지난 8·15 민족대축전 때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포함해 많은 국회의원들이 북측대표단의 국회 방문을 환영했으니 (한나라당도) 국보법 폐지안 상정에 대해 반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후 법안 처리를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이어 그는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나는 평화적 통일의 역사적 사명에 있어 국회의원에 임한다'고 선서한다"며 "국보법 폐지에 찬성하지 않는다면 이 선서를 위배하는 것이니까, 국보법 폐지를 반대하려면 선서도 안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배일도 한나라당 의원도 "국가안보에 의견을 달리하는 한나라당의 다수 의원이 동의해서 국보법 폐지안이 통과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이후 처리를 밝게 전망했다.
배 의원은 "열린우리당의 의지가 있다면 법사위가 아니라도 충분히 직권상정으로 국보법 폐지안을 통과될 수 있었다"고 열린우리당을 탓하며 "정당간 협의로 통과시킬 생각만 하지 말고 적극적인 의지가 있는 사람을 앞세워 문제를 해결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도 배 의원과 마찬가지로 "작년에는 과반수 의석으로 못할 일이 없을 것인데 뭐가 두려워서 국보법 폐지를 못했는지 납득이 안 간다"며 "이번 국회에서 국보법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열린우리당의 정체성, 개혁성, 도덕성이 국민 앞에 평가받게 될 것"이라고 열린우리당을 압박했다.
단 의원은 "그동안 국보법의 가장 피해를 많이 본 사람은 노동자이고 노동운동이었다"고 주장하며 "다른 보완도 필요없으니 (대체입법이나 형법보완 없이) '폐지'로 끝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시민사회단체 대표로 참석한 김성란 국보법폐지국민연대 사무총장도 국보법 완전폐지의 의지를 밝혔다.
김 사무총장은 "본격적인 국회 내 논의에 들어가면 한나라당의 완강한 '개정이 아닌 개정안' 입장과 국보법 폐지안이 상호 충돌하고 결국 '대체입법'이란 기형아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이 경우 시민사회단체의 완강한 저항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