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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내가 들어있는 학부모 공동노동팀은 다섯 가정이었다. 그런데 두 가정이 더 왔다. 전주 학부모 공동노동날에 일정이 안 맞아 참석 못했던 학부모가 우리팀 노동날에 합류한 것이다.
21일 오전 10시로 정해진 모임 시간에 맞춰갈 수 없어서 전날 학교에 들어갔다. 일곱 시간을 버스를 타고 학교로 가니 깜깜했다.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 강화도가 바로 눈앞에 보이는 대명포구에 도착했다. 강화도 초지대교를 걸어서 넘어 가려고 했는데 학교에서 선생님이 차를 몰고 나오셨다.
학교 부설 마리생협 부엌을 뒤져 밥을 먹고 곤하게 잤다. 두어 번 깨다 자다를 반복하여 기록적인 늦잠을 잤다. 9시 반까지 잔 것이다. 다른 학부모들이 다 왔을 것 같아서 부랴부랴 학교로 갔지만 아무도 없었다. 기세도 등등하게 학부모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대개 열심히 오는 중이었다.
마리학교(mari.or.kr) 학생 농사 실습지는 머리를 산발한 미친 사람 같았다. 잡초와 농작물이 한데 얽혀서 뒤죽박죽이었다. 낫으로 살살 골라가며 풀을 베어 내는데 이게 웬걸~.
빨간 고추가 싱싱한 얼굴을 내미는가 싶더니 축구공보다 약간 작은 수박덩이가 여기저기서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다. 잡초 속에 숨어있던 가지 나무에는 가지가 찢어지게 열려있었다. 툭툭 터져 갈라진 방울토마토는 맛이 기가 막혔다.
오후에는 기름이 없어 방치해 둔 예취기에 혼합용 엔진오일과 휘발유를 사서 넣었더니 아주 잘 돌아갔다. 기계 회사에서 설계일을 하시는 지선이 아버지가 예취기를 짊어지고 풀을 밀었다. 샛노란 해바라기 꽃이 풀을 깍아내자 자태를 뽐냈다.
바닷가 전망좋은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만 해도 10여명이 되었다. 소주를 딱 한 잔씩만 하면서 학부모들은 소풍 온 초등학생처럼 어울렸다.
시골 아주머니 하루 품삯이 2만 5천원인데 나는 차비만 5만원 가까이 들이고 천리길을 달려와 이틀을 보냈으니 지독히도 비경제적인 하루 밭일을 한 것에 속한다. 그러나 경제적인 잣대로는 감히 따질 수 없는 경제 외적인 가치가 몹시 빛나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