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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토요일 담양 대덕에 야생화를 재배하는 곳을 방문했다. 요즘 야생화를 촬영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기에, 야생화가 한 곳에 모여 있어 마음껏 촬영할 수 있다는 기쁨에 곧바로 찾아간 것이다.
장미를 비롯한 서양꽃들이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된 지 오래건만, 우리의 야생꽃을 가꾸고 있는 분이 어떤 분인지도 사뭇 궁금했다.
이윽고, 도착한 야생화 집단재배 단지. 야생화는 비닐하우스 3개 동에서 재배하고 있었다. 그런데, 3개 동을 모두 둘러보아도 주인은 보이지 않고 대여섯 되어 보이는 아이들 둘이서 놀고 있을 뿐이었다.
“애야~! 아빠, 엄마는 어디 가셨니?”
“아빠요? 광주에 OOO사러 갔어요.”
“그럼, 아저씨가 꽃 촬영해도 되지?”
“네~. 그렇게 하세요.”
한참 꽃을 촬영하고 있는데, 다른 손님이 자신이 원하는 꽃을 찾아 애들에게 돈을 지불하고 사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애야 어떻게 팔았지?”
“엄마가 마음대로 팔라고 했어요”
“허허~! 너희들 참 똘똘하구나~.”
“이 꽃은 동의나물이고, 이 꽃은 수생식물이예요.”
아이들에게 꽃 이름 하나 하나를 알려주는 아빠의 자상한 모습이 연상되면서, 그 모습이 부러웠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광주에 일을 보러 나갔던 주인이 돌아왔다.
“저 애들이 이렇게 꽃을 팔았네요.”
“오늘 지들이 3만원어치 판다고 약속을 했어요.”
나도 애들을 보아서라도 꽃을 사기로 하고, 눈에 들어오는 꽃을 하나 골랐다. 그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꽃이었는데, 이름을 확인해 보았더니 ‘여우꼬리’라 쓰여 있었다. 여우꼬리…! 렌즈를 통해 본 꽃의 모습은 진짜 여우 꼬리 같았다.
“애들아 이 꽃 얼마냐?”
“7천원이에요.”
“옜다~ 만원~! 꽃 값 칠천원하고, 나머지는 너희들 과자값이다.”
“고맙습니다. 아저씨!”
그날 아이들은 목표치 3만원을 거뜬하게 채웠을 것이다.
꽃과 함께 생활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지난날 자연과 함께 뛰어 놀고 자연을 벗 삼아 자랐던 나의 지난날 기억이 떠오르며 마음이 따뜻해졌다. 각박한 현대 생활 속에서 컴퓨터게임이나 TV 프로그램에 익숙한 우리 아이들에게, 자연이라는 따뜻한 기억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심의 아련한 기억을 뒤로 한 채, 야생화 단지에서 발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