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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만 보면 한국인듯, 그러나 중국의 용경협
글씨만 보면 한국인듯, 그러나 중국의 용경협 ⓒ 양중모
그리고 한국 관광객이 워낙 많이 다녀간 탓인지, 한 관광지(용경협)에는 한국어로 '내려가는 길'이라고까지 써 있었다. 우스갯소리이긴 하지만, 같이 어학연수를 하던 친구 녀석이, 자신이 관광객으로 용경협에 놀러온 적 있는데 그 때 한 가이드에게 들은 얘기는 의미심장했다.

용경협 입구에 있는 으리으리한 화장실은 사실 한국인들 기부로 세워진 셈이나 마찬가지라고. 그만큼 베이징에 있는 유명 관광지에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몰린다는 소리다. 물론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건, 그만큼 그 관광지들이 돈 내고 볼만한 값어치를 다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천편일률적인 여행 코스에 짜증이 난 사람들도 물론 있을 터, 특히나 휴가보다 배낭여행이나 혼자서 베이징을 여행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에게 난 좀 색다른 관광지를 소개해주고 싶다. 더운 여름, 만리장성에 가서 땀 뻘뻘 흘려가며 올라보는 것도 좋겠지만, 나무들에 둘러싸여 물로 시원하게 온 몸을 적실 수 있는 곳에 가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그 곳은 바로 북경 식물원이다. 생물시간을 별로 좋아하지 않던 난, 사실 처음 이 곳을 가는 것을 굉장히 꺼렸다. 가봐야 식물들만 잔뜩 모아놓고 별다른 게 있을까 싶어서였다.

게다가 그 더운 날 땀 뻘뻘 흘려가면서, 나무들이 있어 그늘이 생기기는 한다만, 굳이 식물을 유심히 보고 있어야 하는 이유를 도통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입구에 들어가 10여분 정도 걸을 때만 해도 난 그런 생각에 변화가 없었다. 덥고 짜증나고, 빨리 나가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처음에는 가족들 뿐이었으나
처음에는 가족들 뿐이었으나 ⓒ 양중모
그러다 문득 특이한 곳이 눈에 들어왔다. 바닥 아래 무언가가 있던 것이었다. 가만히 살펴보니 일정 시간마다 분수가 춤을 추듯 규칙적으로 약하게 세게 강약을 조절하며 위로 쏘아져 올라오고 있었다.(현재 서울시청 앞 광장 분수대를 대형화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시원하겠네라는 생각을 할 무렵, 여자친구는 어느새 분수대 안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아니, 그 무슨 국제 망신이냐며 말릴 새도 없이 뛰어들어 갔지만, 자세히 보니 그 곳에서는 이미 한 중국인 아줌마와 아기가 놀고 있었다.

소심함을 곧잘 예의범절로 변환시키던 난, 그런 그녀를 보면서 잠시 마음의 갈등을 느꼈다. 어쩐지 분수에 들어가서 노는 건, 애기들이나 하는 짓인 듯 하고, 치기어린 중고생들이 하는 장난인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쏟아지는 뜨거운 햇빛을 참지 못하고, 기어코 나도 그녀를 따라 분수대로 들어갔다. 한 번 물을 맞기 시작하니 얼마나 시원하던지, 난 오히려 그녀보다 더 신나게 왔다갔다 하면서 놀기 시작했다. 아줌마와 아기에 이어 우리도 분수대에서 놀기 시작하니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점차 생기더니, 분수대에는 점차 사람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나도 동참~~
나도 동참~~ ⓒ 양중모
어느 정도 시원하게 놀았고, 사람들도 많아지자, 우리는 다른 곳을 구경하기로 하고 이동했다. 그러나 시원함을 한 번 맛본 난, 쉽게 다른 것에 집중하지 못했다. 결국, 머지 않아 분수대로 돌아왔고, 거기서 우리는 또 하나의 장관을 목격했다.

중국 중고생들이 분수대에 들어가 식물원에서 틀어주는 노래에 맞춰 열심히 나이트에서 춤을 추듯 춤을 추고 있었던 것이다. 그를 보고 끓는 피를 억누르지 못하고,(사실 분수대의 차가운 물이 너무 그리웠다) 그 곳으로 달려가려고 했으나 여자친구의 제지로 결국 분수대에서의 놀이는 한 번으로 끝을 맺고 말았다.

급기야는 나이트 댄스를 추는 소녀들까지, 잠시 휴식중
급기야는 나이트 댄스를 추는 소녀들까지, 잠시 휴식중 ⓒ 양중모
그랬기에 무척 아쉬움이 남기도 했지만, 그건 내게 소중한 경험이었다. 중국 하면 늘 떠오르는 관광지는 당연히 가도, 여행 책자에도 석 줄 밖에 안 나온 곳을 가는 것은 낭비라고 생각했던 내 생각을 깨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난, 중국 베이징으로 여행가는 사람들 중에 패키지로 가는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적어도 젊음과 패기를 지닌 젊은이라면, 만리장성과 이화원 같은 유명한 관광지 뿐 아니라, 이런 북경 식물원에 가 신나게 물을 맞아가며 몸을 흔들고 오라고 권유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여름을 시원하게' 응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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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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