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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조 광주고검장이 검찰 내부통신망에 글을 올렸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 상의 떡값 수수 부분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글이다. 글은 꽤 길지만 주장한 바는 간결하다. "결백하다"는 것이다.

대검찰청이 감찰에 착수한 상황에서 당사자가 "결백하다"고 밝힌 터이니 시선은 자연스레 감찰결과에 쏠린다. 당사자의 소명은 대충 나온 셈이니 대검이 어떻게 그것을 검증할지가 관심사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은 감찰과정을 들여다 볼 수 없다. 그저 발표되는 감찰 결과를 주워섬길 수밖에 없는 처지다.

대검 감찰결과를 그저 기다려야 하는 답답한 처지를 한발짝이라도 벗어나고픈 욕망에 감찰과정에서 반드시 검증이 필요한 부분을 짚었으면 한다. 출발점은 홍석조 고검장의 글이다. 홍석조 고검장의 장황한 소명에도 불구하고 이해할 수 없는 부분, 또 홍석조 고검장의 소명으로 다시금 의문이 증폭된 부분을 환기할 필요는 있다.

노회찬 의원이 공개한 홍석조 고검장 관련 대화내용은 이런 것이었다. "석조한테 한 2천 정도 줘서 아주 주니어들, 작년에 3천했는데 올해는 2천만 하죠. 우리 이름 모르는 애들 좀 주라고 하고…."

이에 대해 홍석조 고검장은 "검사들에게 삼성 떡값이라고 준다 해서 받을 검사가 어디 있겠습니까. 글로 쓰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비상식적인 말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밝혔다. "검사들에게 '공적인 돈' 이외에는 어떠한 돈도 준 적이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고 했고, "그 누구의 떡값 뿐 아니라 제 개인 돈도 나누어 준 적이 없습니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몇단락 뒤에 이런 말을 첨가한 점이다. "형이 녹취록과 같은 취지의 말을 하였다면 그 뜻은 저를 통하여 후배 검사들에게 삼성 로비용 떡값을 나누어 주게 하자라는 취지가 아니라 제가 남에게 손 벌리지 않고 후배 검사들에게 좀 인심을 쓸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홍석조 고검장의 두 가지 소명은 상충된다. 전자는 "떡값을 받지 않았다"는 취지다. 하지만 후자는 "로비용이 아니었다"는 주장만 담겨있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돈은 받았지만 그 돈은 로비용이 아니었다"는 뜻이 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오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다시 한번 글을 읽었지만 "삼성으로부터 어떤 돈도 받지 않았다"는 말은 없다. 다만 "형으로부터 검사들에게 삼성 떡값을 돌리라는 명목으로 돈을 전달받은 적이 결코 없습니다"라는 구절만 있다.

홍석조 고검장의 소명이 진실이라면 노회찬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 내용은 나눠서 봐야 한다. "작년에 3천 했는데 올해는 2천만 하죠"라는 홍석현 씨의 말은 사실일 개연성이 크고, "우리 이름 모르는 애들 좀 주라고 하고…"란 말이 어떻게 나왔는지는 도대체 알 길이 없다는 얘기다.

이런 잠정결론은 당연히 녹취록 검증 필요성을 배가시킨다. 홍석조 고검장의 주장도 마찬가지다. 홍석조 고검장은 녹음 테이프와 녹취록의 정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노회찬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의 내용과 월간조선에 공개된 녹취록의 내용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항간에는 몇 개의 녹취록이 나돌고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과연 녹음테이프의 내용이 정확하게 녹취된 것인지, 편집된 것은 아닌지 등 녹취록의 정확성에서부터 의문이 들고 있습니다."

홍석조 고검장의 이런 소견은 중대한 것이다. 시중에 돌고 있는 녹취록에 여러 버전이 있다면 불필요한 오해 또는 치명적 왜곡의 가능성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안기부 'X파일'을 보도한 MBC의 이상호 기자는 전문가에 의뢰해 검증한 결과 녹음 테이프에 편집·조작된 흔적이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반드시 검증이 필요하다. 하지만 검증을 할 수 있는 곳은 제한돼 있다. 현재로선 오로지 검찰 뿐이다. 대검의 감찰이 주목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검증이 필요한 게 녹취록의 정확성, 그것 하나만은 아니다. 앞서서 짚다가 만 부분도 반드시 검증해야 한다.

홍석조 고검장의 글을 제대로 독해한 게 맞다면 홍석조 고검장은 형(홍석현)이나 자형(이건희)으로부터 돈 받은 사실을 부인한 적은 없다. 다만 "후배 검사들에게 삼성 로비용 떡값"을 받지 않았음을 재삼재사 확인했을 뿐이다. 그럼 "후배 검사들에게 좀 인심을 쓸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의 돈은 받은 적이 있는지, 그리고 그 액수가 "작년에 3천", "올해는 2천"이 맞는 것인지를 밝혀야 한다.

본인이 그토록 강조한 "본인과 검찰의 명예"를 위해서도 그렇고, 헷갈리는 법리 해석을 정리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검사 출신인 한나라당의 홍준표 의원은 지난달 23일 CBS 라디오에 나와 이렇게 주장한 바 있다. "보통 떡값이라고 할 때는 몇십만 원의 용돈 수준인데 100만원이 넘어가면 떡값이 아니고 포괄적 의미의 뇌물이다." 홍준표 의원은 이어서 "검사들이 지방 근무를 하게 되면 지방 유지들이 수고한다며 10만~20만원씩 용돈을 줬으나 지금은 그것조차 없어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홍준표 의원이 '떡값'과 '용돈'을 혼용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홍준표 의원이 언급한 '떡값'이 꼭 '로비용'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용돈 차원에서 건넨 떡값"이라도 100만원이 넘어가면 "포괄적 의미의 뇌물"이라는 홍준표 의원의 법리 해석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또 가족간에 오간 돈에도 증여세와 상속세를 매기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만약 "작년에 3천" "올해는 2천"을 받았다면 그에 해당하는 증여세를 낸 바가 있는지도 심히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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