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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지난 7월 20일 부동산 투기 억제 차원에서 분양권 전매를 전면 금지하고 분양가 거품을 제거하기 위해 내년부터 공공부문의 아파트 건설에 대해 후분양제 시행을 추진키로 했다.
한나라당은 지난 7월 20일 부동산 투기 억제 차원에서 분양권 전매를 전면 금지하고 분양가 거품을 제거하기 위해 내년부터 공공부문의 아파트 건설에 대해 후분양제 시행을 추진키로 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정부가 8·31 부동산종합대책(이하 '8·31대책'이라 함)을 발표한 지 며칠이 흘렀다. 아직까지 시장의 반응은 '8·31대책'에 대해서 반신반의 하는 기미가 역력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참여자들이 '8·31대책'에 대해서 의구심을 품고 있는 데는 대책 자체의 미흡함도 일정 부분 있겠지만, 그 보다는 '8·31대책'이 제대로 입법화 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신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간 시장참여자들은 참여정부가 발표했던 무수히 많은 부동산 관련 대책들이 입법과정에서 누더기로 변한 경험을 충분히 했고, 이런 학습효과가 '8·31대책'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8·31대책'의 성패는 국회에서의 입법화가 얼마나 충실히 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같은 맥락에서 제1야당인 한나라당의 입장이 참으로 중요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이 내놓은 부동산 정책에는 어떤 내용들이 담겨 있나?

한나라당은 '8·31대책'에 대해서 "부동산대책 당정협의안에 대한 한나라당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정책성명을 발표하였는데, 이 성명에는 '8·31대책'에 대한 한나라당의 관점이 집약되어 있다.

"부동산대책 당정협의안에 대한 한나라당의 입장"에 제시되어 있는 한나라당의 부동산정책 주요골자를 보면, 주택공급 확대, 분양제도 개선, 주택투기 억제, 서민주거 안정, 토지투기 방지 등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제 그 세부적인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자!

첫째, 주택공급 확대에는 대규모 신도시 추가건설, 공영개발로 분양가 대폭 인하, 뉴타운 활성화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둘째, 분양제도 개선에는 분양권 전매금지 전국 확대, 분양원가 공시, 후분양제 확대 등의 세목이 있다.

셋째, 주택투기 억제에는 종합부동산세 세대별 합산 과세, 1가구 2주택 양도소득세 중과 기준 강화, 거래세(취득세, 등록세) 인하, 주택담보 대출 제한, 부동산 실거래가 투명화 등의 방안이 실려 있다.

넷째, 서민주거 안정에는 국민임대 주택단지 조성 활성화, 렌탈단지 시범조성, 임대주택 정부 매입 방식 개선 등의 내용이 있다.

다섯째, 토지투기 방지에는 기반시설 부담금을 통한 개발이익 환수, 대체농지 구입 시 양도소득세 비과세 철폐, 토지의 철저한 사후관리 등의 방안이 담겨있다.

위의 부동산 정책을 자세히 살펴보면 알겠지만, 한나라당이 이번에 내놓은 정책안은 다방면에 걸쳐 고심한 흔적이 역력히 보인다고 평해도 좋을 만한 내용들을 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한나라당이 제안하고 있는 부동산 정책을 흔들림 없이 밀고나가기만 한다면 지긋지긋한 부동산 투기와 작별하고 서민들도 쉽게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나라당의 부동산 정책에는 치명적인 약점들이 내장되어 있어 정책 전반의 신뢰성을 훼손하고 있다.

'가수요억제' 없는 '공급확대'는 투기를 부채질 할 뿐

최근 정부가 내놓은 '8·31대책'에는 부동산 정책의 두 축이라 할 '가수요 억제책'과 '공급 확대책'이 다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정부의 '8·31대책'이 적극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세제개혁을 통한 '가수요 억제'가 다소 미흡한 데다 과도한 수준의 공급확대를 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석하게도 한나라당이 발표한 부동산 정책은 '가수요억제'라는 측면에서 정부의 그것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한나라당이 공급확대 측면에서는 3기 신도시 건설 계획을 확정 발표하라고 정부를 압박할 만큼 적극적인 것이 사실이지만, 이는 최근의 부동산 가격 상승, 좀 더 좁게는 강남벨트 등의 국지적 아파트 가격 상승을 중대형 아파트 공급 부족으로 잘못 판단한 결과일 뿐이다.

주지하다시피 10·29 대책으로 안정된 흐름을 보이던 강남벨트 등의 아파트 가격이 올해 들어 가파르게 상승한 것은 단연 '투기적 가수요' 때문이다. 이는 송파구를 제외한 강남벨트의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었다는 점, 매매가 대비 전세가의 비율이 유례없이 낮다는 사실, 강남벨트 등의 주택담보 대출 비율이 전국 최고라는 점, 수년 전부터 1가구 다주택자들이 강남벨트 소재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매수한 사실 등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또한 최근 행자부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전국 세대 가운데 5%에 불과한 89만 세대가 주택의 21%에 해당하는 약 240만 채를 소유하고 있고, 1가구 다주택자들 중 상당수가 강남벨트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토지에 대한 소유 집중도는 주택의 그것 보다 한결 심해서 면적 기준으로 상위 1%의 세대가 전국 사유지의 34%, 상위 5%가 62%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와 같은 실증적 자료들이 지시하고 있듯이 불로소득을 쫓는 '투기적 가수요'의 존재야말로 수 년 전부터 계속된 부동산 가격 폭등의 주범이자 원흉인 셈이다. 따라서 세제개혁 등을 통해서 '투기적 가수요'를 제거하지 않은 채 제 3기 신도시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등의 공급확대책을 섣불리 들고 나온다면 투기꾼들과 부동산 부자들에게 먹잇감을 던져주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한나라당이 옹호하려는 서민들의 정체?

한나라당이 발표한 부동산 정책의 오류는 비단 무분별한 공급확대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한나라당이 내놓은 주택투기 억제 대책 가운데 종합부동산세에 관한 것을 살펴보면, 과세대상을 기존처럼 주택은 기준시가 9억 이상, 나대지는 공시지가 6억 이상으로 하고 실효세율은 0.5%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정부가 '8·31대책'에서 발표한 과세대상과 세율(주택은 기준시가 6억원 이상, 나대지는 공시지가 3억원 이상, 실효세율은 2009년까지 1%)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투기적 가수요'를 억제하는 데 있어 가장 좋은 처방이 보유세율을 현실화하는 것임은 누구나 인정하는 일종의 공리이다. 이번 '8·31대책'이 여러 가지 약점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세제개혁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보유세율 현실화'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투기와 무관한 서민, 중산층까지 보유세를 1%로 인상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이유를 들어 정부안에 반대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주장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정부가 추진하려는 보유세율 1%는 미국을 벤치마킹한 것인데 미국은 보유세를 높이 부과하는 대신 거래세는 없는 등 다른 부동산 세금이 적다. 백보를 양보해서 미국의 보유세율 1%를 벤치마킹한다 하더라도 명목세율을 동일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세 부담을 동일하게 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주택가격이 낮아 연소득대비 주택가격이 3.7배이므로 동 비율이 8.9배 달하는 우리 나라의 실정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만약 주택가격의 일정비율로 매겨지는 보유세(재산세)를 미국의 수치를 우리 나라에 그대로 적용할 경우 실질적인 세부담은 2배 이상 가중된다. 따라서, 미국의 1% 보유세와 실질적인 부담을 유사하게 하는 세율은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0.5%이다"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언뜻 들어보면 한나라당에서 주장하고 있는 바가 보다 합리적으로 여겨질지도 모르지만, 한나라당의 주장에는 다음과 같은 논리적 오류가 내포되어 있다.

먼저, 보유세율을 1%로 올리면 투기와 무관한 서민과 중산층에 피해가 간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은 실소를 자아내게 만든다. 10억이 넘는 주택을 소유한 사람들이 언제부터 서민으로 분류됐는지 모르겠다.

참고로 정부 발표에 따르면, 종부세 과세 대상은 올해 7만8000명에서 내년에 27만8000세대로 늘어나는데, 이는 전체 970만 세대의 2.8%밖에 안 되며, 이 가운데는 중복 계산된 세대도 많아 실제 종부세 과세 대상은 전체의 2% 안팎에 불과할 것이라고 한다. 또한 우리 나라 주택가격이 소득에 비해서 지나치게 높기 때문에 소득에 비해서 주택가격이 그리 높지 않은 미국을 벤치마킹하면 곤란하다는 주장도 억지스럽기 그지 없다.

소득과 비교해서 우리 나라의 주택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은 그만큼 부동산 가치에 거품이 형성되어 있다는 증거이며, 이는 적절한 정책을 동원해서 부동산 가치를 낮추어야 하는 이유일 따름이다. 그리고 이를 위한 최적의 수단이 바로 보유세율 현실화이다.

또한 보유세는 소득세가 아니다. 정 보유세를 낼 능력이 없으면 종부세 부과 대상에 해당하는 부동산을 팔고 다른 곳으로 이사하면 그만이다. 어떤 사람이 고급자동차인 에쿠우스를 구입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담세능력이 있는지를 따지는 경우는 없지 않은가?

사정이 이와 같은데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고작 한 줌도 되지 않는 종부세 과세 대상자들을 위해 과세대상을 기존대로 주택은 9억원 이상, 나대지는 6억원 이상으로 하고, 세율은 0.5%로 하자고 주장하고 있는 중이다. 결국 한나라당은 '8·31대책'의 핵심이라 할 세제개혁의 성과를 형해화시키고, 자신들이 부동산 부자들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애쓰는 정당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이러고도 다음 대선에서 승리를 바라는가?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이 한나라당이 정부의 '8·31대책'을 비판하면서 발표한 부동산 정책은 '8·31대책' 보다 개악된 것임이 분명히 드러났다. 한나라당이 발표한 부동산정책은, 서민들 및 중산층의 이익과는 반대편에 있는 부동산 부자들만을 위한 것에 불과하다.

한국사회 구성원들 중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서민들의 삶을 옥죄는 부동산 문제에 대한 한나라당의 인식과 처방이 이런 수준에 머무른다면 2007년 대선에서의 승리도 요원한 일인 듯싶다.

집 없는 서민들과 달랑 한 채의 저가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서민들의 수가 강남벨트에 거주하고 있는 부동산 부자들의 숫자 보다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일이 그리도 어려운 것일까?

덧붙이는 글 | 기자는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에서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대자보와 뉴스앤조이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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