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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史>
<대한민국史> ⓒ 한겨레신문사
<대한민국史> 1, 2권의 인기를 이어받아 <대한민국史 3권- 야스쿠니의 악몽에서 간첩의 추억까지>가 출판됐다. <한겨레21>에 연재했던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의 역사 이야기가 단행본으로 나온 것이다. 한겨레신문사에서 지난 7월 펴낸 대한민국史 3권은 제1부 변절의 역사로 시작해서 제5부 화해의 역사로 마무리되고 있다. 책 곳곳에서 한홍구 교수의 필력이 드러나고 있지만 아쉽게도 실망스러운 점이 발견된다.

한홍구 교수의 재치와 더불어 날카로운 의식은 여러 곳에서 돋보인다. 제4부 같은 경우, 최근의 영화에서 보이는 간첩의 위상 변화로 시작한다. 그러면서 북에서 간첩이 남파되는 것이 아니라 남한에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비판하고 있다.

한홍구 교수는 "간첩이라 자백하면 당연히 간첩이 되는 것이고, 간첩이라 자백하지 않고 버티면 고문에 저항하는 훈련이 잘된 거물급 간첩이 된다"면서 군사정권 시절을 회고한다. 국가권력에 의한 간첩 조작은 결국 의문사 1호로 불리는 최종길 교수 사건으로 이어진다.

제5부는 김일성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한홍구 교수는 김일성 조문 파동을 통해 남한 사회가 얼마나 편협한지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김일성은 공산주의자이면서 동시에 민족주의자요, 실용주의자라는 점을 구체적인 예를 들어 강조하고 있다. 우리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김일성에 대한 비판 역시 빠지지 않았다.

제2부 과거사 청산이나 제3부 탄핵에 대한 이야기들은 한홍구 교수의 촌철살인이 돋보이는 곳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건들에 대해 통시대적인 접근을 통해 이해를 돕고 있다. 이러한 돋보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史> 3권은 두 가지 점에서 실망스럽다.

먼저 책 속에서 한홍구 교수가 썼던 표현을 빌려서 지적하자면, <대한민국史> 3권은 조각글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것 같다. 주간지에 연재했던 글들을 모아 놓아서 그런지 각 글들이 끼워 맞춘 느낌이 든다.

예를 들어, 제4부 마지막에 등장하는 민생단 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간첩에 대한 이야기로 맥락이 같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어색해 보인다. 제5부에도 김일성과 고 김남식 선생, 남한의 군대 이야기들이 짬뽕되어 있다.

또한 제1부의 <허공을 가른 '명패'의 슬픔>과 <뉴라이트는 '품성'을 갖춰라> 절은 실증적 접근보다 감정적 접근을 하고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박정희와 한승조에 대한 변절의 역사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지만 이재오, 김문수 의원이나 뉴라이트에 대한 비판은 너무 감정적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명패를 던진 것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을 해 주면서 김문수 의원이 명패를 던진 것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다. 물론 시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그 이유를 알고 있겠지만, 한홍구 교수는 단지 감정적으로만 성토하고 있을 뿐이다.

뉴라이트를 비판하는 절에서도 한홍구 교수는 "뉴라이트는 여러 명이 같이 먹으려고 마련한 큰 비빔밥 그릇에 침 뱉는 짓을 하고 있다"는 등의 표현을 쓰고 있다. 뉴라이트가 예전에 주사파였다가 자유주의를 들고 나온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그 변절에 대해서 울분을 토하고 있는 것이다. 변절이 나쁜 것은 공감이 가겠는데, 자유주의를 들고 나온 것이 왜 잘못이고, 뉴라이트가 과연 무엇을 했기에 비판을 받아야 하는지 근거들이 없다.

주간지에 연재되다 보니 발생하는 조각글의 한계인 것 같다. 주간지가 발행되는 시점과 연관되는 사안에 맞춰 글을 쓰게 되면서 발생하는 문제점이다. 또한 대중적인 역사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데서 나오는 한계인 것 같다. 독자들을 배려해서 쉽게 쓴다고 감정적인 표현들을 많이 넣은 것 같다. 책 전체적으로 드러나는 한홍구 교수의 필력이 이와 같은 문제점 때문에 빛이 바래고 있는 건 아닌지 다시 한번 읽어볼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사 세트 - 전4권

한홍구 지음, 한겨레출판(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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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문화, 과학 및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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