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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도
기린도 ⓒ 서울역사박물관
"민중 속에서 태어나고 민중에 의해 그려지고 민중에 의해 유통되는 그림"이 민화(民畵)라고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 1889~1961)는 정의 내렸다. 이전에 속화(俗畵)라고 불리던 민화의 이름은, 1929년 3월 교토에서 열린 민예품전람회를 개최한 일본의 철학자이며 사상가이며 민예연구가 야나기 무네요시가 탄생 시킨 것이다. 조선민화를 말할 때 야나기 무네요시를 빼놓을 수 없다.

서울역사박물관(관장 김우림)은 9월 6일부터 10월 30일까지 일본민예관과 공동으로 2005 한일 우정의 해 기념 특별전으로 '반갑다! 우리민화'전시회를 개최, 서울역사박물관과 일본민예관 등 6개 문예관이 소장하고 있는 120여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이번 특별전은 반세기만에 고국으로 돌아와 선보이는 민화들이 다수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으며, 국내에서 보기 힘든 명품 민화를 볼 수 있는 귀한 기회가 된다. 일본에서 건너와 전시되는 작품은 대부분 일제강점기에 야나기 무네요시가 수집한 명작들이다.

야나기 무네요시는 한국전통 미술 연구와 수집활동을 했고 이를 최초로 학계에 발표했다. 또 일제에 의해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광화문을 '아아 광화문이여'라는 명문의 글로 지켜냈다. 이 전시회는 일본 제국주의에 경고하는 평화주의자였고 조선미술에 큰 업적을 남긴 야나기 무네요시를 기리는 의미도 있다.

전시되는 민화는 화조화, 호작도, 산수화 등의 자연과, 고사인물화, 사당을 그린 감모여재도, 문자도 등 특이한 작품이 선보인다.

민화의 최고 걸작 '화조도'.
민화의 최고 걸작 '화조도'. ⓒ 서울역사박물관
특히 조선민화의 최고 명품이며 최고봉인 화조도 8점이 공개돼 관심을 끈다. 대나무, 파초, 모란, 연꽃 등이 그려진 민화의 미적 가치는 헤아릴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극찬한다. 단순화하고 추상적인 그림이 마치 현대회화를 연상시킨다.

누런 황지에 홍색과 청색, 녹색의 강렬한 색채 대비, 대담하게 꺽은 선과 시원한 생략 등이 화면의 공간을 적절히 배합해 매혹적인 이 민화는 눈길을 떼지 못하게 한다.

야나기 무네요시가 민중에 의해 태어나고 그려지고 유통됐기에 민화라고 이름지은 것은, 이 민화 전시회에서 만난 작품들이 조선 민중의 혼과 사상, 해학을 담고 있기에 딱 알맞는 이름이라고 거듭 생각하게 한다.

호자도(虎子圖)
호자도(虎子圖) ⓒ 서울역사박물관
산신도
산신도 ⓒ 서울역사박물관
호작도(虎鵲圖)는 까치와 호랑이를 그린 민화로 인기를 누리는 단골소재다. 호작도는 잡귀를 물리치는 벽사의 기능으로 대문이나 현관에 걸었다. 많은 호작도 중에 호랑이 눈이 4개인 특이한 호작도가 눈길을 끈다.

또 해학적인 민화 호자도(虎子圖)가 있어 빙긋 웃게 한다. 어린 호랑이새끼 3마리가 어미 등에 올라타거나 앞에서 놀고 있으며 이를 내려다보는 늙은 어미호랑이는 날카로운 호랑이 이빨은 어디 가고 마모된 둥근 이를 드러내고 동그란 눈으로 새끼들을 내려다보며 웃고 있다. 호랑이의 해학적인 표정과 새끼의 눈동자도 재미있지만 자식을 사랑으로 바라보는 어미의 심정이 짠하게 가슴을 울린다.

특히 일본민예관 소장 산신도 한 점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이 작품을 한참 들여다보면 극단적인 생략으로 어디가 호랑이이고 어디가 산신인지 구분이 되지 않아 모호하다. 산신령과 호랑이의 산신도는 대개 산신과 호랑이가 따로 있지만 이 민화에서는 호랑이=산신이라는 일체를 묘사한 것으로 일본인 수집가가 1905년 북한의 산중에서 입수한 것이라고 한다. 북한의 민화가 드물어 귀중한 예로 평가받는다.

대원군 운현궁에서 나온 책가도.
대원군 운현궁에서 나온 책가도. ⓒ 서울역사박물관
이번 특별전에는 민화의 모태가 됐던 궁중회화도 같이 전시되는데, 궁중에서 쓰던 화려한 괴석모란도8폭병풍(서울역사박물관 소장)은 조선궁궐에서 가례, 길례 등에 사용되었고 궁중의 일급화가들이 그린 것으로 활짝 핀 모란의 화려한 색채가 고스란히 살아 있다.

선비의 사랑방을 장식하던 책가도는 18세기부터 궁궐과 사대부의 집에 장식하며 성행했던 그림이다. 다층다칸의 서가에 책, 필통, 중국식도자기, 화병 등을 그린 것으로 청대의 궁정취향과 양식을 반영했다. 책가도는 서양화법으로 입체감을 강조해 그렸고 정교하고 세밀한 붓의 흔적이 당시 고급 수요자의 취향을 엿볼 수 있다.

진귀한 명품 민화가 전시되는 이번 특별전은 다시 우리나라에서 일본에 있는 민화를 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기지만 민초들의 예술 역량과 기개, 거침없는 필치와 더불어 조상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특히 자수로 된 자수십장생8폭병풍과 십장생도10폭병풍, 문자도는 빼놓지 말고 감상하기를 적극 추천한다.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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