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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삼각편대가 또 떴다. 이번엔 노무현 대통령의 교육 관련 발언을 소재로 삼아 '포퓰리즘'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발단은 지난 7일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의 회담에서 오간 대화다. 박 대표가 "강남·북을 가르고, 배우고 배우지 못한 사람을 가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하자 노대통령이 "강남 사람에게 유감은 없지만, 서울대 다니는 것 자체가 기회인 사회에서 강남 학생이 서울대의 60%라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이 말이 화를 불렀다. 서울대가 어제, 올해 입학생 3982명 중 강남 출신은 416명으로 12.2%에 불과하다고 반박하자 입장이 곤란해진 청와대의 최인호 부대변인이 무마에 나섰다. "지난해 서울대 재외국민특별전형 합격자 53명 중 강남지역 학생이 33명으로 60% 이상을 차지한 사례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해명한 것.

청와대는 궁색했다. 53명을 뽑는 재외국민특별전형 결과를 갖고 정원 3289명의 전체 입학전형에 대입해 일반화한 것은 누가 봐도 무리한 것이었다. 차라리 "착오였다"고 시인하는 게 더 깨끗했을 뻔 했다.

조·중·동은 이 점을 놓치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지난 2일 <미디어다음>에 '자립형 사립고 저소득층 진입 불가'라는 기사에 대해 '피리풀'이란 ID의 네티즌이 댓글을 올렸는데 그 내용이 노대통령의 발언과 흡사하다며 '피리풀'이 8일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글을 소개했다. "대통령을 낚은 것 같다." 졸지에 노대통령은 한 네티즌에게 농락당한 사람이 됐다.

<동아일보>는 '착오'가 아니라 '의도'로 몰아붙였다. 최부대변인의 해명을 놓고 "이렇다면 노대통령은 서울대와 서울 강남을 엮어서 문제 삼기 위해 의도적으로 '통계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것은 지엽적인 문제다. <조선일보>의 말마따나 "정말 중요한 것은 대통령, 또 대통령과 함께 이 정권을 만들고 끌고 온 사람들의 머릿속"이다. 짚어야 하는 건 바로 이 문제다.

노 대통령이 경제 불평등이 교육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현상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노 대통령의 참모들조차 부인하지 않는다. 최 부대변인 스스로가 노 대통령의 발언을 해명하면서 "교육 기회 불평등 상황을 강조하려는 취지에서 상징적으로 언급했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렇기 때문에 갈라서 봐야 한다. 그런 문제의식을 갖는 게 잘못된 일인지, 또 그런 문제의식에 기초해 정책을 편 것이 그릇된 것인지를 따져야 한다.

조중동, 어떤 게 증오와 원망의 정책인지 짚어줘야

<조선일보>는 노대통령의 그런 문제의식을 "증오의 심리"라고 했고, <중앙일보>는 "가진 계층에 대한 원망"이라고 평했다.

이렇게 규정해 놓으니 노대통령의 정책이 곱게 보일 리 없다. <중앙일보>는 노대통령이 그런 "원망" 때문에 "양극화가 문제라면서…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노대통령의 "증오의 심리"가 "계급 상속제도의 모순을 타파해야겠다는 사명을 심어주었"고 그것이 "소수를 적으로 몰면 다수는 내편이 된다는 포퓰리즘의 ABC를 굳게 믿"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 또한 청와대가 "성공한 자와 가진 자를 때려 다수의 지지를 얻자는 대중 선동"을 해왔다고 비난했다.

비난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조·중·동이지만 이들은 노 대통령의 교육 정책 중 무엇이 '증오의 정책'이고 무엇이 '원망의 정책'인지를 조목조목 따지지는 않았다.

따라서 이 곳이 실증적 논쟁이 필요한 지점이다. 노대통령과 참여정부는 조·중·동의 비난처럼 가진 자를 때려잡는 교육정책을 펴왔는가?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은 역대 정부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고교 평준화 유지·대입 본고사 금지라는 큰 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부분 보수작업만 해왔다. 조·중·동을 위시한 사회 일각이 고교 평준화가 학생들의 창의성을 말살하는 하향평준화를 조장한다고 비난하자 자립형 사립고와 특수목적고 신설 폭을 넓혔다. 미래의 일이긴 하지만 공공기관이 이전하는 혁신도시에 자립형 사립고나 특수목적고를 신설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했던 게 참여정부이기도 했다.

그래서 나온 결과는 뭔가? 자립형 사립고에 다니기 위해서는 연간 1천만원이 넘는 교육비를 들여야 하고, 그것도 모자라 사교육을 또 받아야 한다는 연구결과는 이미 소개됐으니까 생략하자.

비 강남학생 진학폭 넓힌 '고교등급제 금지정책'이 증오와 원망의 정책?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이 최근 4년치 서울대 입학생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치른 2005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에서 특기자 전형으로 합격한 518명 가운데 26.64%인 138명이 특수목적고 출신이었다. 26.64%의 합격률은 서울대 전체 합격자 가운데 특수목적고 출신 비율인 10.08%보다 2.5배나 높은 수치다.

특수목적고에 가기 위해선 중학교 때부터 특수목적고 진학 학원에 들어가 따로 공부를 해야 한다는 사실은 이미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이런 사례로도 부족하다면 아이러니하면서도 상징적인 보도 하나를 추가로 소개해야 겠다.

<동아일보>는 오늘자 신문에서 정부의 고교등급제 금지정책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보여주는 기사를 실었다. <동아일보> 교육팀이 연세대, 성균관대, 한양대, 중앙대, 이화여대 등 5개 대학의 올해 1학기 수시합격자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학기 수시 때보다 강남 학생의 비율이 현저히 줄었다는 게 그 내용.

연세대와 이화여대의 경우 그 비율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는 사실을 전하면서 <동아일보>가 분석한 원인은 고교 등급제 금지 정책이다. "지난해 교육부가 고교등급제 적용 대학을 제재한 뒤 대학들이 학력 우수 고교에 가산점을 주지 못해 강남 지역 합격자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동아일보>의 이같은 분석은 역추론을 가능케 한다. 고교 등급제 금지정책이 시행되기 전까지만 해도 단지 강남에 있는 학교에 다닌다는 이유로 국내 유수의 대학 진학 기회가 더 많았다는 사실, 다시 말해 경제 불평등이 교육 기회 불평등으로 이어졌다는 사실 말이다.

참여정부가 고교등급제 금지정책을 펴서 강남 외 지역 학생들의 대학 진학폭을 넓힌 게 '증오의 정책'이고 '원망의 정책'이라면 할 말은 없다. <동아일보>가 "강남 학생들이…성적이 월등히 높은데도 같은 내신 1등급이라고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서울 S고 교사의 말을 인용한 것을 그런 시각이 없지도 않겠지만….

질타하는 조중동 목소리에 그들만의 "증오와 원망의 심리"가...

"대통령, 또 대통령과 함께 이 정권을 만들고 끌고 온 사람들"이 '포퓰리즘적 정책'을 펴고자 해도 참여정부 내에서 조정 시스템에 의해 걸러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이 사례 역시 노 대통령의 "원망"을 질타한 <중앙일보>가 전한 것이다. <중앙일보>가 지난 5일자에서 보도한 바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교육혁신위원회와 교육부 간의 갈등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두 기관 사이에 빚어진 갈등의 대표적인 사례은 수능 등급제. 교육혁신위는 수능을 3∼5등급제로 나누고, 1등급의 비율을 상위 7%로 정하려고 했지만 안병영 전 교육부총리의 반대로 9등급제에 1등급 비율 4%로 확정됐다는 것이다.

<중앙일보>의 이 보도는 "대통령, 또 대통령과 함께 이 정권을 만들고 끌고 온 사람들"의 '포퓰리즘 정책'을 보여주는 사례로 읽힐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원망의 정책'이 정부 안의 시스템에 의해 조정될 만큼 최소한의 합리성을 띠고 있다는 사례로도 읽힐 수 있다.

세상사 보기 나름이라고 했다. "증오와 원망의 심리"를 질타하는 조중동의 목소리에 그들만의 "증오와 원망의 심리"가 작동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래서 전체를 조망하지 않고 말꼬투리에 집착하는 건 아닌지…. 이것도 보기 나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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