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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3일만 투자하십시오!” 면허시험장에서 치르는 시험을 3일만에 합격시켜준다는 한 지방학원의 광고.
“단 3일만 투자하십시오!” 면허시험장에서 치르는 시험을 3일만에 합격시켜준다는 한 지방학원의 광고. ⓒ 최육상

운전면허시험은 전국 26개 면허시험장과 484개 운전전문학원에서 치러진다. 학과시험은 면허시험장에서만 치르고, 기능과 도로주행 시험은 면허시험장과 전문학원에서 각각 치른다. 그 외 자체 시험을 치르지 않고 운전교육만을 담당하는 64개 일반학원이 있다.

운전전문학원에서 학과시험 합격 후 면허를 취득하려면 1종·2종 수동의 경우 장내기능 20시간(1일 3시간씩 7일)과 도로주행 15시간(1일 3시간씩 5일)을, 2종 자동은 장내기능 15시간과 도로주행 15시간 등 법정교육시간을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또 하루에 3시간을 초과해 교육할 수도 없다.

따라서 운전전문학원에서는 최단기로 면허를 취득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10일에서 12일 이상이 걸린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운전면허'를 검색해 보면 '3일 속성 완성'이란 광고문구가 난무한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3일 속성 완성', 어떻게 가능할까?

경기도 소재 한 면허시험장. 면허시험장과 학원 등으로 나뉜 면허시험제도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사진은 특정내용과 관련없음.
경기도 소재 한 면허시험장. 면허시험장과 학원 등으로 나뉜 면허시험제도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사진은 특정내용과 관련없음. ⓒ 최육상
전문학원에서는 수강생이 등록한 후 최소한 10일에서 12일 동안 운전교육을 받아야 자체 시험을 치를 수 있다. 하지만 수강생의 단기완성 요구와 학원 수익 등을 고려해 3~4일 정도 교육시킨 다음 학원이 아닌 면허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르게 한다.

면허시험장은 장내기능에 대한 교육시간규정이 없고, 연습면허 취득 후 도로주행시험을 치르기 위해 도로주행연습 10시간 이상을 이수해야 하는 규정만 있다. 따라서 면허시험장에서는 3일이면 운전면허를 따는 것이 가능하다. 첫째날 학과와 기능시험에 합격하고 둘째날 10시간 도로주행연습을 한 후 셋째날 도로주행시험에 합격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일부 전문학원에서는 10~12일 운전교육을 시키기보다는 3~4일 정도 집중 교육을 시킨 후 면허시험장에 가서 시험을 치르게 한다. 하루 3시간을 초과해 교육할 수없다는 법규정은 무용지물인 셈.

법정시간을 지키지 않는 것은 일부 일반학원도 마찬가지다.

지방 소재 한 일반학원은 "단 3일만 투자하십시오! 최소의 비용과 최저의 시간으로 면허증을 취득하십시오"라고 광고하며 "저희 학원은 속성취득을 전문으로 하는 학원으로서 수도권에서 면허증을 취득하는 것이 아니라 00시험장에서 취득"한다고 선전한다. 즉, 3일간 집중교육을 시킨 후에 대기 인원이 많은 수도권 소재 면허시험장이 아니라 지방 소재 면허시험장에 가서 시험을 봐서 합격하도록 해주겠다는 것이다.

일반학원과 전문학원의 이러한 운영실태는 예비운전자에게 좀더 체계적인 운전 교육을 시킨다는 학원제도의 본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다.

유명무실한 전산 관리

경찰청은 전국에 있는 자동차 운전학원들의 학사관리실태를 전산으로 관리한다. 학원에 수강생이 등록하면 경찰청 전산에 떠 수강생이 법정교육시간을 제대로 이수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실제 경찰은 등록한 수강생에 비해 합격한 수강생이 적으면 실태조사를 하기도 한다. 자동차학원을 담당하는 한 경찰관은 "합격률이 낮다는 것은 중간에 수강생들이 어디론가 빠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며 "이 경우 법정교육시간을 지키지 않고 단기간에 가르친 후 면허시험장으로 보냈을 가능성이 있기에 단속을 나간다"고 밝혔다.

그러나 단속에 나설 경찰력이 부족하다. 현재 각 지방경찰청 별로 할당된 자동차 학원 관리인원은 2명 내외. 경기지방경찰청의 경우 115개의 학원을 관리 감독한다.

더욱이 일부 학원들은 이런 단속을 피하기 위해 아예 전산등록을 하지 않고 수강생과 따로 계약을 맺고 교육한다. 이 경우 수강생은 학원에서 '집중' 교육을 받은 후 면허시험장에 가서 학원 수강생 신분이 아닌 일반인으로 시험을 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이르면 3일 안으로 운전면허를 딸 수 있다.

면허시험장에서는 시험을 보러 오는 사람이 일반학원을 다녔을 경우 법정교육시간을 이수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전산에 등록된 수강생이 아니면 일반학원을 다닌 사람인지 그냥 시험치르러 온 사람인지 확인할 수 없기에 대개 그냥 받아주는 형편이다.

단기속성 취득자, 교통사고율 높아

운전전문학원과 비전문학원(일반학원 등에서 단기속성, 불법연습을 통해 시험장에서 면허취득) 출신자의 교통사고율 비교. 전문학원 출신자들의 사고율이 절반 정도 낮음을 보여준다. 통계치는 면허재취득자를 제외한 운전면허 취득 후 6개월 이내의 인적, 물적 사고로 운전면허취득 당해연도의 교통사고에 한한다.
운전전문학원과 비전문학원(일반학원 등에서 단기속성, 불법연습을 통해 시험장에서 면허취득) 출신자의 교통사고율 비교. 전문학원 출신자들의 사고율이 절반 정도 낮음을 보여준다. 통계치는 면허재취득자를 제외한 운전면허 취득 후 6개월 이내의 인적, 물적 사고로 운전면허취득 당해연도의 교통사고에 한한다. ⓒ <경찰백서 2004년판> 인용
한편 <경찰백서 2004년판>에 따르면 전문학원에서 면허를 취득한 사람들의 교통사고율이 일반학원 등에서 단기속성 교육을 통해 시험장에서 취득한 사람들에 비해 절반 가량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학원들의 불법 단기속성 영업을 엄격하게 단속해 관리하면 양질의 운전자를 배출한다는 면허시험제도의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녹색자동차문화교실' 관계자는 "운전교육과 면허취득 과정의 불법행위는 속성면허취득을 희망하는 수강생, 돈벌이에 눈이 먼 학원운영자, 알선업자 간 이해타산의 산물"이라고 지적하며 "기능과 도로로 나뉜 시험을 통합하고 GPS장치를 도입해 시험기록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등 제도개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험장도 학원처럼 1일 3시간 이내 교육을 명시해 하루 10시간의 도로주행교육을 통한 3일 속성완성이라는 홍보가 불가능하게 해야 한다"며 "나아가 시험장과 일반학원의 도로주행교육시간도 전문학원처럼 15시간 이상 이수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운전전문학원연합회 관계자는 "전문학원제도는 충분한 교육을 통해 양질의 운전자를 배출하고 시험장의 적체인원을 해소하고자 도입했다"며 "그 취지를 살리려면 일반학원을 없애고 전문학원으로 교육권한을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식품위생법과 도로교통법은 규제를 강화할수록 좋다"며 "전문학원관리만 철저하게 해도 단기속성과 부실 운전교육 등은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실한 교육을 통해 취득한 운전면허는 자칫 살인면허가 될 수 있다. 학원제도의 본래 취지를 살리고 경찰청의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등 운전면허시험제도의 근본적인 점검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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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순창군 사람들이 복작복작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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