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인이가 앓고 있는 병명은 뇌종양이다. 그것도 악성이다. 종양이 희귀종이라 재발 위험도 높고, 완치율도 무척 낮다. 국내에서도 몇 명 밖에 없는 희귀종으로 의사들도 경험이 많지 않은 종양이라 치료에 장담도 못하는 실정이다.
"요즘은 의학이 발달해서 웬만한 암 정도는 완치율이 높대요. 70∼80% 정도 된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혜인이는 많아야 20∼30%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하더라구요."
지난해 11월, 혜인이의 얼굴에 변형이 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애교를 떠느라고 장난을 치는 줄 알고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하지만 가면 갈수록 얼굴의 변형이 더욱 심해지기 시작했다.
"윙크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가만히 보니까 그게 아닌 것 같더라구요. 주위에서 구안와사일지도 모른다는 사람, 음식을 한 쪽으로만 씹어서 턱뼈에 변형이 온 것일 수도 있다는 얘기도 있었고… 치과, 한의원 등 의심과 관계되는 병원은 빼놓지 않고 다녔어요. 그러나 별일 없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던 중 어머니 김명옥(34)씨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게 됐다. 천안 소재 종합병원을 찾아 MRI를 찍었는데 이상이 있어 보인다는 결과가 나온 것. 신경외과에서 확인해 본 결과 뇌종양이라는 판정이 나왔다. 지금은 얼굴 왼쪽 신경이 모두 죽은 상태다.
"수술을 받았어요. 그런데 혜인이의 경우와 같은 드문 종양을 경험한 의사들이 없어 큰 기대를 못하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김씨의 목소리에 안타까움이 한아름 뭍어 나온다.
처음 치료 당시에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병원비가 들어 갔다. 하지만 요즘은 부담이 덜하다. 지난 5월부터 1종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게 돼 50∼60% 정도의 병원비가 줄어든 것.
하지만 남편의 봉급으로 혜인이의 병원비를 감당하기가 쉬운 것이 아니다. 1주일에 한두 번은 서울을 찾아 외래진료를 받아야 하고, 4주에 한 번은 3∼4일간 입원을 해야 한다. 진료를 받을 때도 한 곳만 가는 것이 아니라 모든 과를 찾아 진단을 받아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빠듯한 생활의 연속. 그래도 혜인이가 밝고 명랑하게 지내는 것을 보면 이들 부부는 힘을 얻는다. 오히려 자신들보다 더 어려운 가정이 많을 것이라며 남을 배려하는 모습도 보인다.
남들이 자기 얘기를 하는 것을 싫어하는 혜인이를 보는 이웃들 중 혜인이의 외모에 대해 물어볼 경우가 가장 난감하다고 토로하는 김씨. 혜인이를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자기 얘기하는 것에 민감한 혜인이이다 보니 아파서 그렇다고 대답하는 것이 쉬울리 없다.
"혜인이가 나을 수만 바랄게 뭐가 있겠어요. 저희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혜인이가 또래들과 차이없이 지낼 수 있도록 해주는 것과 저 웃음을 지켜주는 것 밖에 없네요."
말을 하는 시간이 점차 길어지자 김씨의 목소리에 힘이 빠지기 시작한다. 오빠를 유난히도 잘 따르고 좋아하는 혜인이. 얘기가 끝나는 시간까지도 오빠 곁에 붙어서 떨어지려 하지를 않는다.
덧붙이는 글 | 충남시사신문 9월13일자 게재(박성규 기자는 아산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역신문 및 인터넷언론 기자들의 연대모임인 '아지연(아산지역언론인연대)' 사무국장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