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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 방폐장 유치를 반대하는 영덕지역 농민단체 회원 등 주민들이 반대집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영덕 방폐장 유치를 반대하는 영덕지역 농민단체 회원 등 주민들이 반대집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13일 영덕군방폐장유치위원회가 주최한 방폐장 유치 궐기대회가 김병목 군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영덕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렸다.
13일 영덕군방폐장유치위원회가 주최한 방폐장 유치 궐기대회가 김병목 군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영덕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렸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영덕군민 배신한 군수는 자폭하라."
"반핵·반국가사범들의 말은 듣지 말자."


방폐장 부지선정위원회(위원장 한갑수)의 주민투표 공고를 앞두고 방폐장 유치 찬·반단체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그만큼 방폐장을 둘러싼 주민들간 대립과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13일 방폐장 유치 신청을 한 경북 영덕에서는 찬성단체와 반대단체가 동시에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방폐장 유치 찬반집회 동시 열려

이날 오후 2시 영덕초등학교 부근 삼거리에선 핵폐기장 유치반대 및 영덕군수·군의장 규탄대회가 열렸다.

이날 규탄대회는 지역 20여개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결성된 영덕군 핵폐기장설치 반대 대책위원회(반대대책위) 주최로 개최됐다. 이번 대회에는 반핵국민행동본부 관계자를 비롯해 지역 주민 370여명(경찰 추산)이 참석했다.

연대사를 한 김제남 반핵국민행동 집행위원장은 "청정지역 영덕의 아름다움을 돈으로 바꿀 수 없고 핵폐기장으로 영덕을 더럽힐 수 없다"면서 "청정 영덕을 지키는 것은 남녀노소의 구분도 없고 영덕군민 모두의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대회 참석자들은 유치신청을 주도한 김병목 영덕군수를 집중 성토했다. 장영락 반대대책위 공동대표는 "김 군수가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찬성율을 여론조사까지 조작하면서 억지로 62.4%까지 끌어올렸다"면서 "영덕군민을 배신한 군수와 군의회 의장에게 민심을 조작하면 혼이 난다는 사실을 가르쳐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대 단체의 규탄집회가 열리고 있던 오후 4시. 집회장 부근에 있는 영덕초등학교 운동장에서는 유치 찬성단체의 방폐장 유치 궐기대회도 열렸다. 범영덕군 방폐장유치위원회(유치위)가 주최한 이날 행사는 김병목 영덕군수과 유치위 위원장인 송종인 군의회 의장 등을 비롯 지역 주민 등 3000여명(경찰 추산)이 참석했다.

이날 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은 지역 발전론을 강조했다. 김 군수는 "영덕의 미래를 바꾸고 군민들의 삶의 질을 바꾸기 위해서는 방폐장이 유치돼야 한다"면서 "지금 영덕은 아주 가난한 군이지만 특별법이 제정돼 방폐장을 유치하면 각종 혜택이 보장된다"고 주장했다.

손 의장도 "중저준위 방폐장의 안전성은 전문가들이 보장을 하고 있다"면서 "지역발전을 해야하는 영덕으로서는 방폐장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사안"이라고 방폐장 유치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주민들도 찬반 놓고 팽팽한 대립... 깊어지는 갈등

방폐장 유치를 둘러싼 찬·반 단체들의 힘겨루기는 군민들 사이에서도 그대로 재연되고 있다.

반대 집회에 참석한 서석구(51·농업)씨는 "방폐장이 안전하냐 그렇지 않느냐는 사실 여부를 떠나 핵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방폐장이 들어서면 농산물은 제값도 받지 못할 것"이라며 "방폐장의 안전성이 영원하다고 보장할 수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영덕읍 덕곡리에 사는 성중달(75)씨는 "방폐장을 반대하는 쪽은 제대로 알지 못하고 떠들기만 한다"고 비난하면서 "방폐장이라도 유치해서 지역 인구도 늘이고 경제가 활성화돼야 영덕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찬성 이유를 밝혔다.

이러한 대립 양상은 영덕지역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이날 집회장 주변에서도 주민들이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얼굴을 붉힌 채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한편 상당수 주민들은 '다툼에 휘말리기 싫다'며 숨을 죽이고 있다. 영덕읍내에서 식당을 하는 40대 한 아주머니는 방폐장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손사래부터 쳤다. 이 아주머니는 "가게를 하는 입장에서 방폐장이 유치되는 게 좋지만 건물주는 반대하고 있어 말하기가 곤란하다"고 토로했다.

이런 분위기는 영덕 등 방폐장 신청지 중 어디에 유치되더라도 해당 지역 주민간 분열과 불신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20여년의 반핵운동 경험을 가진 울진 반핵단체 관계자는 "핵발전소든 핵폐기장이든 한번 거치고 나면 그 지역 주민들을 서로간 불신으로 홍역을 겪는다"면서 "반대냐 찬성이냐를 두고 친척들까지도 등을 지는 게 핵을 둘러싼 갈등"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덕에 이어 포항과 경주에서도 14일, 15일 방폐장 반대단체들의 대규모 집회가 예정돼 있다.

"불공정한 게임, 주민투표 누가 납득할까"
공무원 방폐장 유치 활동 논란... '주민투표 무효' 가능성도

▲ 방폐장유치위원회가 개최한 영덕지역 찬성 집회장에서 공무원들이 시민들에게 기념품을 나눠주고 있다.
ⓒ오마이뉴스 이승욱

방폐장 유치전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와 공무원의 방폐장 홍보활동이 계속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13일 영덕에서 열린 찬성단체의 대규모 궐기대회에는 김병목 군수가 참석했다. 김 군수 외에도 영덕군청 소속 공무원들이 어깨띠를 두른 채 행사진행을 도우며 대회에 참석했다.

공무원들은 특히 행사장 입구에서부터 산업자원부에서 제작한 저금통을 참석자들에게 나눠줬다. 이날 기자가 확인한 것만 해도 배포된 저금통은 2000여개 이상이다.

공무원의 방폐장 유치 활동 뿐만 아니라 지자체의 예산사용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유치 신청지역 반대 단체들은 지자체가 찬성율을 높이기 위해 수억원의 예비비까지 끌어다 유치 활동에 사용하거나 예산을 별도로 책정해 유치찬성 단체들에게 지원하고 있다는 불공정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민투표가 치러져도 아예 투표 무효를 주장할 가능성까지 예상되고 있다. 공정하게 치러지지 않는 주민투표에 승복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동해안핵반대대책위 관계자는 "주민들의 의사를 듣겠다고 하면서도 반대하는 주민들의 세금으로 찬성단체를 지원하거나 지자체가 나서서 유치활동을 벌이고 있다"면서 "불공정한 주민투표 결과를 어떻게 납득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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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오마이뉴스(dg.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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