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9돌 한글날이 이제 한 달도 채 안 남았다. 우리가 자랑스럽게 기리는 이 한글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만든 때, 만든 사람, 만든 목적을 아는 위대한 글자이다. 이런 한글을 우리 겨레는 누구나 알고 쓴다. 하지만, 한글을 만든 원리를 잘 아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한의사가 한의학의 원리이기도 한 음양오행으로 한글의 창제원리를 풀었단다. 한의원 원장 김명호씨는 10년을 매달린 끝에 '한글은 음양오행의 원리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주장하는 내용으로, 학고재에서 <한글을 만든 원리>를 펴냈다. 글쓴이는 1446년에 간행된 훈민정음을 분석하고 해석을 달아 그림과 도표를 사용해 알기 쉽게 설명하려 애를 썼다. 그가 주장하는 한글을 만든 원리와 장점을 들어보자.
먼저 한글의 홀소리(모음)는 음양에 낮과 밤이 있는 것처럼 ' · , ㅗ, ㅏ' 등의 낮소리, 'ㅡ, ㅜ, ㅓ' 등의 밤소리와 그 중간인 낮과 밤소리 'l'가 있으며, 닿소리(자음)는 오행처럼 봄의 어금닛소리, 여름의 혓소리, 끝여름의 입술소리, 가을의 잇소리, 겨울의 목구멍소리로 나눌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한글의 가장 큰 장점으로 그는 중국 글자나 일본 글자보다 말소리를 정확하게 나타낼 수 있다는 점을 든다. 또 같은 표음문자인 영어알파벳에 비해서도 말소리를 풍부하게 표현해낼 수 있기 때문에 한 단계 더 진보한 형태의 문자라고 주장한다. 특히 손전화에 있는 12개의 간단한 단추로 모국어를 가장 편리하게 전송할 수 있는 것도 한글 독창성의 중요한 점으로 본다.
그러면서 글쓴이는 지금의 한글 맞춤법에 근거한 한글 쓰기는 훈민정음에서 밝히고 있는 과학적 원리가 제대로 반영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특히 한글 맞춤법 제2장 '자모'의 순서는 왜곡됐다면서 과학적이고도 합리적인 순서로 돌아가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것과 더불어서 닿소리 (자음)의 이름을 '기역, 니은, 디귿, 리을…'이 아닌 ‘그기, 느니, 드디, 르리…'식으로 부르기 쉽게 고치자고 얘기한다. 게다가 원래의 훈민정음 순서로 돌아가는 것이 이치에 맞다고 말한다. 최세진의 ‘훈몽자회’나 조선어학회의 ‘한글맞춤법’도 1940년 경북 안동에서 발견된 훈민정음 원본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잘못되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국어정보학회 최기호 회장은 "훈민정음 원본이 1940년에 발견된 것은 맞지만 이전에도 필사본은 있었기 때문에 최세진의 훈몽자회나 조선어학회의 한글맞춤법이 훈민정음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왜곡되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사용자의 처지에서 편리하게 순서를 바꾼 것뿐이다. 또 훈민정음이 음양오행의 원리로 만들었다는 것은 이미 학자들 사이에 정론으로 인정받고 있었다"라며 글쓴이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로 미루어 보건대 글쓴이가 한글을 만든 원리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학설이나 학자들의 의견을 참조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대로 결론지었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글을 쓰면서 한글학회, 외솔회, 국어정보학회 등에 자문만 해봤어도 이런 잘못은 생기지 않았을 것을 생각되어 안타까울 뿐이다. 또 글쓴이는 섭섭하겠지만 나름대로 쉽게 풀기 위해 그림이나 도표를 동원한 것이 쉽게 이해하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면 지나칠까?
하지만 글쓴이가 한글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우리 겨레에게 좀 더 한글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그림을 그리며 노력한 점은 인정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렇게 사람들이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발전할 기틀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자세는 모두가 본받아야 할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