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 반의 천사 소녀, 김은혜가 가장 밝은 얼굴로 학교에 왔습니다. 추석을 보내고 온 아이의 표정을 보니 예쁜 엄마가 오신 게 분명합니다.
"은혜야, 외할머니 댁에 엄마 오셨니?
"예, 오셨어요."
"참 좋았겠네. 예쁜 머리띠도 사 주셨구나."
"예, 선생님. 엄마랑 동생이랑 함께 잠 잤어요."
은혜는 송아지 눈만큼이나 큰 눈에 늘 그늘이 드리워져 있습니다. 그래서 볼 때마다 가슴이 저립니다. 그런데 엄마가 다녀간 다음 날에는 아이 얼굴에 생기가 돕니다. 역시 아이들은 엄마 그늘로 산다는 걸 보여줍니다. 생글생글한 눈빛하며 밝고 커진 목소리, 분홍색 옷에 예쁜 구두까지 신었습니다.
은혜는 가정 형편으로 엄마랑 같이 살지 못하고 동생과 함께 우리 분교에 다니는 아이입니다. 오늘은 은혜의 엄마가 학교에 오셨습니다. 아이들이 은혜 엄마를 구경한다며 우르르 몰려 나갑니다.
"우와 , 예쁘시다. 공주님 같다."
아이들의 탄성을 들으며 은혜는 한층 더 신이 났습니다. 엄마 품에 와락 안깁니다. 추석에 한 편만 써 오라고 한 그림 일기장에도 온통 엄마 얘기 뿐입니다. 엄마랑 잠을 자서 행복하다는 아이.
추석을 지내는 동안 읽기 책에 나오는 '강아지 똥'을 모두 외워 오라고 숙제를 주었는데 은혜가 제일 먼저 외웠답니다. 아마도 엄마가 곁에서 많이 응원을 해 주었겠지요.
은혜 엄마는 함께 식사라도 하자며 졸랐습니다. 은혜 엄마를 모시고 학교 급식실에서 점심 식사를 하시게 한 후, 은혜의 바이올린 연주를 들려 드렸습니다. 엄마가 멀리 가 계셔도 안심하고 학교에 맡기시라고.
받아쓰기도 책 읽기도 잘 하고 아이들 속에서 잘 어울려 지내는 모습에 안도하시는 듯 했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가서 살 순 없지만, 언제든지 와서 볼 수 있으니 걱정마시고 직장 일을 보시라고 안심시켜 드렸습니다. 내가 마치 친정 엄마 같았습니다.
이제 몇 달 뒤에나 오실 엄마를 그리워하며 다시 가라앉을지 모를 은혜의 모습이 걱정됩니다. 내가 그 아이 대신 눈물을 흘려 줄 수는 없지만 마주 보고 닦아 줄 수 있을 만큼 지척에 있어야 함을 생각합니다.
그 아이가 자신의 눈물로 아름다운 무지개를 만드는 아이로 자라기를 달님에게 부탁하렵니다. 자신의 상처로 진주를 만드는 현명한 아이로 자라기를!
덧붙이는 글 | 가정의 틀 속에서 자라지 못하는 이 땅의 많은 아이들이 좌절하지 않고 밝은 쪽을 향해 자신의 그늘을 지워가며 용기를 내서 살아가기를 비는 마음으로 글을 썼습니다. <한국교육신문>과 <웹진 에세이>에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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