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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유물은 온화한 인상을 준다. 섬세한 무늬와 기교로 화려하게 장식하진 않았지만 소박하고 깔끔한 그 모습에서 우린 그만의 매력에 매료돼 버린다. 백제의 도읍지 공주는 그렇게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한 미소로 그 곳을 찾는 사람들을 따스하게 맞아주는 곳이다.

어지러울 정도로 복잡한 대도시의 공해에서 벗어나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공주로 작은 여행을 떠나 보는 건 어떨까. 그 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백제의 숨결도 함께 맡아보면서….

참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마곡사

▲ 마곡사 마가스님의 다도
ⓒ 우현선
충남지역의 사찰을 관장하는 본사인 마곡사. 경내를 돌아 산 아래까지 흘러내리는 계곡물 소리는 여름이면 더욱더 명랑해진다. 더운 여름날 발끝에 닿는 계곡물의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길을 따라 한 20분 걸어 올라가다 보면 사찰의 내부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절의 첫 관문인 해탈문을 지나 극락교에 오르면 절집에서만 느낄 수 있는 향내음이 코끝을 타고 가슴까지 스며든다. 마곡사는 물과 산이 한데 어우러져 자연스레 그 안에 들어온 사람의 마음을 평온하게 만든다.

마곡사에서는 여름ㆍ겨울수련회와 주말 수련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속세에 사는 현대인들에게 사찰체험 및 명상수련을 경험할 수 있게 한다. 찻방에 앉아 스님이 달여 주시는 차 한 모금에 그 동안의 피로와 스트레스가 씻겨나가고 귓가에 머무는 계곡물 소리에 동화되는 느낌이 든다.

수련회를 통해 많은 지혜를 일깨워 주고 계신 마가 스님께서는 "현재 이 순간에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알아차림 하는 것"이 명상이라며 참선을 통해 "집중력과 직관력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의 주인은 자기 자신이라는 의식이 싹트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씀하신다.

▲ 마곡사 산책로를 산책중인 여행객
ⓒ 우현선
수련회에선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해 볼 수 없는 사찰의 식사법인 발우공양을 체험해 볼 수도 있으며 명상, 108배 등 다양한 수련활동을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경내를 돌아본 뒤, 태화산 자락의 소나무숲 길에서는 삼림욕을 할 수도 있다. 상쾌한 공기와 이름 모를 새소리에 취해 한두 시간쯤 걸어 올라갔다 내려와 맛보는 산채비빔밥의 맛이란 그야말로 꿀맛이 아닐 수 없다.

옛 백제 선인들의 모습을 한눈에

금강을 끼고 자리잡은 공주 시가지는 작고 아담하다. 반면 공주 시내에서 약 10분 거리에 위치한 공주국립박물관을 비롯해 무령왕릉, 공산성, 곰나루 등의 백제 유적지에서 웅진 시대의 웅장함과 위엄함을 엿볼 수 있다.

올해 초 새롭게 단장한 국립중앙박물관은 1층의 무령왕릉실과 2층의 웅진문화실로 구성돼 있어 공주를 중심으로 찬란하게 꽃피었던 웅진시기의 백제문화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교과서에서만 봐왔던 왕비의 귀걸이, 백제금동대향로, 연꽃무늬기와 등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미술사학을 공부한다는 김원중(광양, 21)씨는 "옛 작품들인데도 현대적인 공예품들이 많아서 놀랐다"며 "백제만의 뛰어난 미의식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한다.

▲ 공주국립박물관 전시물을 관람 중인 관람객
ⓒ 우현선
박물관에서 나와 시내방향으로 20분 정도 걸어 나가다 보면 왼쪽으로 작은 언덕 같은 것이 보인다. 그곳이 백제 무령왕의 묘다. 겉에서 보기엔 푸른 잔디가 곱게 깔려져 있는 작은 언덕쯤으로 보이지만 무령왕릉 모형관에는 무령왕릉 체험관, 출토유물 등이 전시돼 있다. 무령왕릉은 유물, 유적지로서의 관람뿐만 아니라 휴식처로서도 제격이다. 잘 정돈돼 있는 잔디와 오솔길을 따라 서 있는 나무 그늘 등이 여름 더위를 식혀준다.

무령왕릉에서 가로수 길을 따라 20분 정도 내려오면 눈 앞에 버티고 서 있는 성곽이 공산성이다. 우기 때를 제외한 4월부터 10월 주말에는 왕성을 호위하던 수문병의 근무를 재현하는 웅진성 수문병 근무 교대식을 볼 수 있다. 또한 백제 의상과 소품을 직접 입어보고 체험해 볼 수도 있다.

높은 성벽에서 내려다보는 공주 시가지는 아담하면서도 정겹다. 옛날 왕이 거닐었을 산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나무를 타고 오르내리는 다람쥐와 새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현재는 공원으로 조성돼 나무의자와 수돗가가 이곳저곳 설치돼 있어 산책하기에 좋은 곳이다.

내 손으로 만드는 도자기, 계룡산 도예촌

시내를 벗어나 계룡산 방면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상신리에서 내려 시골길을 따라 40여분 올라가다보면(도예촌 안까지 직접 들어가는 버스가 없기 때문에 시티투어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계룡산 산자락 아래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공방들이 눈에 들어온다.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에 묻은 흙내음에서 도공들의 불과 흙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느낄 수 있다.

700년 전 철화분청사기를 만들어 온 옛 도공들의 삶을 이어 모두 18명의 작가가 우리 도자문화를 새롭게 알리고 보존해가면서 살고 있다. 도예가 김용운(고토도예, 42)씨는 "시민들이나 관광객들이 직접 도자기를 만들어봄으로써 도자기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모든 것이 개방돼 있다"며 자신의 작업실로 선뜻 우리를 안내한다. 학생은 만 원으로 자신이 만들고 싶은 도자기를 직접 만들어 보고 집으로도 가져갈 수 있다.

또, 방학동안의 주말에는 도예캠프가 열려 공동가마에서 함께 도자기를 굽는 등 도예가와 일반인이 함께 어울리는 축제도 열린다. 도예촌 근처에는 찜질방 내부가 모두 소금으로 돼 있는 빛 소금 체험관도 있어 색다른 경험을 함께 할 수 있다.

소박하지만 정겨운 시골냄새가 나는 작은 도시 공주에서 옛 백제의 선인들을 느껴보며 뜨거운 여름날의 더위를 식혀 보는 것도 좋은 피서 방법이 아닐까.

가는 곳마다 나무와 새들이 반겨주는 공주로 역사 여행을 떠나 보자.

덧붙이는 글 | <순천향대신문> 313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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