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병을 고쳐주고 싶은 일념으로 치매 전문의도 만나고, 전문책자, 신문, 잡지, 방송, 전문의 강연 등 많은 자료를 수집 연구해 보았다. 아내를 위해 극성스러울 만큼 적극성을 가지고 돌봐왔다. 나날이 쇠약해져가고 불러도 대답도 못하고 누어있는 아내를 물끄러미 바라보면 너무 가엽고 애처롭다"
21일 세계치매의 날을 맞아 국회에서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 주최로 열린 치매환자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16년째 치매 아내를 돌보고 있는 유서현 할아버지(76세)가 담담히 심경을 발표했다.
유 할아버지는 아내가 55세의 나이에 초로성(初老性) 치매에 걸려 16년째 아내를 돌보고 있다. 현재의 상태는 증세가 악화되어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앉고, 서기 등 보호자의 도움없이는 한발자국도 옮기지 못하고 말 한마디도 못하는 상태다. 식사부터 대소변 처리까지 보호자가 다 떠맡아야 하는 실정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치매환자 부양자들은 사회적 활동제한과 심리적 부담, 재정상 어려움, 건강상의 부담, 전체 가족관계의 부정적 변화 등 여러 가지 부양스트레스를 겪게 된다.
한국치매가족협회 이성희 회장은 "치매노인 부양가족이 만성피로, 분노, 우울증을 가장 많이 경험하며, 가족간의 불화, 친구나 자신을 위해 쓸 수 있는 시간 부족, 부양자 자신의 건강에 대한 염려 등을 호소한다"며 "이런 문제들로 인해 치매가족은 제2의 피해자"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치매노인을 부양하는 가족의 부양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가족상담과 가족치료를 함께 해야 하며 치매가족들로 구성된 자조집단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고령사회로 도래했지만 아직까지 치매환자와 치매가족을 위한 정책과 대안은 매우 미비한 실정이다.
치매환자 증가추이는 치매유병율 8.3%를 적용하면 2005년 36만3천명에서 2020년에는 70만3천명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서울대 의대 신경과학교실 김상윤 교수는 "국내 치매환자는 급속한 증가를 하고 있지만 현황에 대한 자료부족은 물론 전문인력이 절대부족하다"며 "말기, 중증환자 중심으로 국가의 관심이 치우쳐 있지만 초기 및 경증 환자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아울러 "국내 의학교육에서 치매 관련 부분의 비중이 매우 낮고, 치매 전문의, 치매 전문간호사, 치매전문 보건인력을 교육할 시스템이 없다"며 "의료문제가 선결되지 않은 복지는 역효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치매협회 주진형 사무총장도 "전문인력 양성이 성공의 열쇠"라며 "치매 케어 전문인력의 양성 제도화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 노인요양보장제도 설계팀 장병원 과장은 보건소 치매상담센터를 노인종합상담제원센터로 기능개편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전담의사 및 간호사 배치로 전문의료 상담, 조기진단, 판정, 등록 및 정보제공, 치매용품지원 등 가족서비스를 강화하고 치매요양병원 등에 치매노인지원센터를 병설로 두어 24시간 지원체제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치매의 조기진단·예방, 치료, 재활을 위한 지역단위의 원스톱 시스템을 구축하고, 중산서민층 노인요양시설을 대폭 확충할 계획이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안명옥 의원은 “치매환자와 치매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을 위한 복지서비스가 거의 전무한 실정이며, 가족 내에 치매환자가 있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아서 병이 있는 것을 숨기고, 진료를 망설여 조기 진단, 초기 치료의 기회를 상실하거나 치매가 아닌데도 치매로 오인하여 심리적 갈등을 갖는 경우가 많다"며 "초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아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이 환자 및 보호자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이에 ‘치매’에 대한 국민적 인식제고가 우선되어야 하고, 치매 환자의 비용부담체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복지뉴스(www.bokj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