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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 두산타워 빌딩.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 빌딩. ⓒ 오마이뉴스 권우성
두산 비리가 담긴 것으로 알려진 4시간 녹취록이 두산 그룹의 운명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가 지지 부진한 상황에서 존재 여부가 알려진 4시간 녹취록은 이후 수사에도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왜 2005년 8월 8일이었나

녹취록에는 두산산업개발의 분식회계와 대주주 일가의 이자 138억원 대납 이외에도 두산그룹이 인수합병(M&A)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주가조작에 대한 구체적인 정황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되고 있다.

우선 두산그룹과 금감원의 사전 교감 여부가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두산 그룹은 형제의 난이 일어난 후 8월 8일 갑작스럽게 두산산업개발의 2797억원의 분식 회계를 자진 고백했다.

두산산업개발 측은 지난95년부터 2001년까지 건설업체의 과당경쟁과 IMF에서 살아남기 위해 불가피하게 분식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직접적인 고백의 이유로 "박용성 회장이 두산산업개발의 업무 보고에서 이러한 사실을 발견하고 해소토록 지시함에 따라 전격 단행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는 궁색한 설명이다. 공교롭게도 8월 8일은 검찰이 두산 수사와 관련 금감원을 압수수색한 날이기도 하다. 검찰의 금감원 압수수색은 이례적인 일로 사전 조율을 통해 이루어졌다. 두산과 관련된 일체의 자료가 검찰로 넘어간 날짜와 분식회계 자진 고백의 날짜가 일치하는 점은 주목해서 봐야 할 대목이다.

<헤럴드경제>에 따르면 두산 비리 4시간 녹취록에는 박용성 회장 비위사실과 금융감독원이 두산산업개발과 고려산업개발의 합병 과정에서 불거진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직무유기를 저질렀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려산업개발 주가 조작 다시 수면 위로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두산산업개발은 지난해 4월 두산건설 주식 1주를 고려산업개발 주식 0.76주와 교환하는 방식으로 합병하면서 탄생했다. 이상한 점은 합병 이전 2003년을 기준으로 두산 건설은 부채비율은 620%, 자본 이익률 3.8%로 고려산업개발 부채비율 64%, 자본이익율 12.8%에 비해 재무건전성이 현저하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주당 순자산 가치는 두산건설은 4202원, 고려산업개발은 2만7262원이었다.

이 때문에 고려산업개발 주주들과 종업원들은 합병 비율 산정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법정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고려산업개발의 주가가 2003년 6월 3600원대에서 11월 말까지 2200원 아래로까지 떨어지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증권가에서는 인수합병(M&A)를 염두에 둔 주가조작이라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실제 증권거래소는 주가조작을 신고한 소액주주에게 3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이후 고려산업개발은 2003년 말 두산건설과 두산중공업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인수됐고, 고려산업개발 종업원들은 금감원에 주가조작 여부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지만 답은 오지 않았다.

당시 고려산업개발 관계자는 "금감원은 일정 등을 이유로 주가조작 여부 수사를 이유없이 자꾸 미뤘다"면서, "검찰이 이제야 금감원으로부터 자료를 넘겨 받아 고려산업개발 주가조작을 조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씁쓸했다"고 설명했다. 27일 정무위 국감에는 주가조작과 관련된 증인들이 출석할 예정이다.

녹취록 내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정무위 소속 K의원 측은 녹취록과 관련된 일체의 내용에 대해 확인을 유보한 상태다.

그러나 고려산업개발 주가조작과 관련 금감원의 직무유기에 대해서는 언급할 것으로 알려져 두산그룹 입장에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두산 비리와 관련된 내용이 담긴 4시간 녹취록의 비밀은 오는 26일과 27일 금감원 국감에서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 박용성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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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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