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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번 국도
내 출근길이다.
가장 많은 짐승들이 로드킬을 당한다던 그 길이다.
하지만 가장 아름다운 길이다.
섬진강과 지리산 그리고 백운산을 끼고 가는 이 길은
"가장 아름답다"라는 말을 사용해도 될 만한 자격이 있었다.
그런데 가장 많은 동물들이 교통사고로 죽어간다.
가장 아름답기 위해서 죽음이 필요했던 것일까?
출근길
도로에 빗방울은 아직 마르지 않았다.
자동차 바퀴로 전해지는 소리는 평소 마른 도로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다.
섬진강 물결이 흐르는 곳으로 나는 출근을 하고
물결을 거슬러 다시 퇴근을 한다.
흘러가는 길이 안의(安義) 길이듯 출근길은 힘이 있다.
거스르는 길이 역의(逆意) 길이듯 퇴근길은 힘이 없다.
쌀......
악양들판의 곡식들이 익어간다.
아버지는 과거에 먹고 싶은 것 1위가 흰 쌀밥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아버지는 아직도 잡곡밥을 먹지 않는다.
그런데
작년 16만원 하던 현지 쌀값은 13만원대로 추락했다.
수입쌀과 그 동안 창고에 쌓인 쌀들이 값을 조절하기 때문이다.
곧 12만원이 될 것이라고 농부들은 입을 모았다.
80kg 한 가마니......
장정 둘이 들기도 힘든 무게다
그 쌀을 거두기 들인 노력에 비하면
13장의 파란 만 원짜리들이 너무 가볍게 보인다.
그것을 쥐어 들고 돌아갈 슬픈 농부의 납 같은 발걸음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그것이 곧 우리 부모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축제는 끝나지 않는다.
하동군 악양면
악양 들판엔 요즘
허수아비들이 하나 둘 세워지고 있다.
허수아비 축제가 있기 때문이다.
쌀값은 폭락했지만 여전히 축제는 진행된다.
추곡수매라는 정책을 통해 한 때는 저곡가 정책을 고수했고
이제는 추곡수매를 민간에 넘겨 책임을 떠넘기는 정책을 고수하는
한국 정부의 지난한 농촌 죽이기 축제는 들판에 살아있는 농부가
아닌 허수아비만 가득 할 때까지 진행될 모양이다.
그래서 아침 나의 출근길은 무거웠다.
덧붙이는 글 | 저는 2004년 가을 지리산 구례에 내려와 농산물 직거래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www.janongmall.com을 응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