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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지금 해 떴어요?"
"지금 7시야. 나 아침 안줘?"
"에고 그러니까 해가 떴냐고요~"
"날이 훤한 거 보면 뜬 거겠지 뭐"
며칠 전 간밤에 잠을 설친 저는 아침에 침대에서 엎어진 채로 해 타령만 하다가 남편 아침도 못 챙겨주고 그냥 출근시키고 말았습니다. 잠이 깨고 멀쩡한 정신이 되었을 땐 힘들게 일하는 남편 아침을 굶긴 것이 어찌나 미안하던지 전화해서 슬그머니 기분을 떠보았습니다.
"으흠, 당신 아침 못 먹어서 어째?"
"어이구 됐어. 회사에서 커피에다 과자 몇 개 먹었다."
"미안해요."
"아냐, 근데 아침에 웬 해 뜬 거만 물어보냐?"
"아휴, 그게 꿈 얘기는 해뜨기 전에 하면 안 된다고 옛날에 울 할매가 그랬거든요. 그래서 해떴으면 하려고 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잘 안 나네요."
"참 나, 그거 미신이야~ 뭐 그런 걸 다 믿고 그러냐?"
어쨌든 남편의 기분이 괜찮은 것 같아 마음이 한결 가벼웠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꿈이 생각날 듯 말 듯 하면서 잘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간밤에 엄청 시달렸던 꿈이었는데 말입니다. 그냥 저절로 생각날 때까지 놔두기로 하고 하루 종일 아이들과 함께했습니다.
어제(22일) 저녁 9시쯤 남편이 퇴근하고 들어왔는데 자꾸만 배가 고프다며 먹을 것을 찾았습니다. 장을 보지 못해서 집에는 달랑 배 하나 있었는데 그것으로는 우리 가족 4명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없기에 야식을 사다가 먹을 건지 말 건지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꿈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얼른 남편한테 말했지요.
"아! 생각났다. 생각났어요. 얼마 전에 내가 꾼 꿈 말이에요."
"그래 무슨 꿈이었는데 그렇게 반가워하는 거야?"
"반가운 게 아니고 걱정이 돼서 그래요. 글쎄 그 꿈에 뱀이 나왔다니까요."
"뱀? 그거 태몽아니야?"
"그러니까요. 대체 그게 누구 태몽이냐고요."
"처제는 아들인거 알고 있으니까 아닐 테고 그럼… 당신 혹시?"
남편의 결론은 저의 태몽이라는 거였습니다. 어찌나 웃음이 나오던지 나는 그럴 리 없다며 배꼽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웃을 일이 아닌 듯했습니다. 요즘 들어 계속 뭔가 먹고 싶은 충동이 자주 생기곤 했습니다. 또 먹는 양도 많아졌고 자주 졸리기도 했었습니다. 그렇게 요 며칠 동안의 내 행동들이 떠올랐고 웃음이 딱 그쳐졌습니다.
저는 우리의 가족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생각에 심각해졌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마냥 웃고만 있습니다. 은근히 기대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우리 부부는 설마 하는 표정으로 몇 분간 눈빛을 나눴습니다. 남편은 더 이상 배고픈 것을 못 참겠는지 벌떡 일어나 야식을 사오겠다고 하면서 문을 나섰습니다. 마침 저와 딸도 저녁을 일찍 먹어 출출했던 터라 야식을 기다리며 TV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20분 정도 지나니 남편이 들어왔습니다. 봉지 가득 사온 야식에 얼른 눈이 가더군요. 그래서 받아들려는 순간, 남편은 야식봉지는 뒤로 하고 작은 상자를 내밀었습니다. 그건 임신테스트기 였습니다. 저는 그것을 받아들고 한참 웃었습니다. 얼마나 궁금했으면 야밤에 그걸 사오나 싶어서 말이죠.
그날 밤, 야식을 너무 많이 먹었는지 부대껴서 잠을 이룰 수 없더군요. 또 뒤척거리다가 날을 샜습니다. 눈을 떠보니 새벽 4시였습니다. 정신은 몽롱했지만 임신테스트를 해야한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습니다. 아침에 하는 테스트가 정확하다는 이야기가 생각나 테스트기를 들고 화장실로 향했습니다. 3분 넘게 테스트기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더니 빨간줄 1개가 나오더군요. 역시 아니었습니다. 그 빨간줄을 보는 순간 어찌나 안심이 되던지.
화장실에서 나와 침대 위에서 세상모르게 자고 있는 남편의 얼굴을 보자 왠지 웃음이 났습니다. 남편이 일어나면 '임신'이라고 장난이라도 쳐볼까란 짓궂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결과를 듣고 남편이 실망을 할 것 같아 미안하기도 했고요. 다시 누워서 자려고 하니 잠이 오지 않아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뱀이 나오는 꿈이라고 해서 다 태몽은 아닌가 보죠? 어쨌든 꿈에서 엄청 큰 뱀이랑 악어 비슷하게 생긴 것도 본 것 같은데 아무것도 아니라니… 그 꿈은 그저 우리부부에게 작은 소동만 일으키게 해준 얄미운 꿈이 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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