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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판수의 이글거리는 눈이 조금씩, 조금씩 두청의 시선을 압도하고 있었다.
“세 번째는 당신들은 사람의 목숨을 하찮게 여기며 너무 욕심이 많다는 것입네다!”
그 말에 두청은 시선을 위로 올리며 무표정한 얼굴에 입만 크게 벌려 큰 소리로 웃었다.
“허허허허허!”
두청은 순식간에 웃음을 싹 거두더니 훈계조로 장판수를 윽박지르려 했다.
“어찌 목숨을 하찮게 여긴다고 하는가! 그것은 어쩔 수 없는 희생인즉! 장초관도 칼로서 수많은 목숨을 앗아갔는데 그것 또한 목숨을 하찮게 여겨서인가!”
“그건 틀립네다.”
“뭐가 틀리단 말인가?”
두청은 장판수를 설득하겠다는 애초의 목적을 자신도 모르게 잊고 그를 논쟁과 기 싸움으로 이기기 위해 소리를 질러 대었다.
“내래 상대의 목숨을 앗아간 건 작게는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크게는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그러했던 것입네다. 물론 그렇다고 이를 기쁘게 받아들인 적은 없습네다...... 하지만 그쪽은 어떻습네까? 희생이라는 이름하에 남의 목숨을 함부로 요구했습네다. 그런 이들이 나라를 휘어잡는다면 백성들에게도 똑같은 소리를 할 겁네다.”
“결국에 사람이 죽는 것은 다 똑같은 것인데 뭘 새삼스럽게 그러나?”
이제 설득은 힘들다고 생각되었는지 두청은 말에는 어딘지 맥이 풀려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런 식으로 어찌 살려고 하는 겐가?”
장판수는 섬뜩한 목소리로 마치 씹어대듯 천천히 말했다.
“당신 같이 버러지 같은 자들을 찾아가 하나하나씩 없앨 것입네다! 내래 배운 게 칼질이니 그 칼로 사람들에게 뭔가 도움을 줘야 하지 않갔소!”
두청은 한껏 달아오른 얼굴로 벌떡 일어섰고 장판수도 혹시나 상대가 공격이라도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벌떡 일어서 두청을 노려보았다.
“그 말, 후회하지 마라!”
두청은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친 후 휙 돌아서 문을 열어젖히고 나가 버렸다. 장판수는 밖에 다른 이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재빨리 짐을 챙긴 후 문 밖을 나섰다. 밖은 아직 날이 밝지 않아 새벽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어딜 가려는 게냐! 네놈은 여기서 나갈 수 없다!”
장판수의 등 뒤에서 큰 소리와 함께 사냥꾼 세 명이 긴 창을 들고 장판수에게 달려 들어왔다. 장판수는 몸을 뒤로 물리며 환도를 쑥 뽑아들었다.
“그까짓 칼로 긴 창을 당할 듯 싶으냐!”
세 명의 사냥꾼들이 위, 중간, 아래를 나누어 동시에 찔러 들어왔다. 사냥꾼들의 창 쓰는 법은 일사분란하고도 정교하기 짝이 없어 장판수로서는 이를 막아내기는커녕 피하는 것도 버거울 정도였다. 장판수는 나무가 우거진 곳으로 들어가 창날을 피해보려 했지만 사냥꾼들은 이미 그 정도는 예상이라도 하고 있었던지 한명이 미리 방향을 틀어 장판수의 다리를 묶어두는 구실을 하고 있었다.
‘긴 칼이라면 모를까 짧은 환도로는 헤쳐 나가기 어렵겠다!’
어둠 속에서 사냥꾼들은 살기 가득한 눈길과 깊은 호흡으로 굵은 나무를 등지고 있는 장판수를 압도하고 있었다. 고요히 대치하고 있는 네 명 사이에 바람에 나부끼는 마른 나뭇가지 소리가 커다랗게 울려 퍼졌다.
“이얍!”
바람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세 명의 사냥꾼들이 각기 장판수의 머리, 가슴, 다리를 노리고 동시에 찔러 들어왔다. 장판수가 물러설 곳은 이제 더 이상 없었다.
‘하나는 맞아줄 수밖에 없다!’
장판수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한 가지 활로를 찾아내고서는 재빨리 몸을 굽혔다. 머리와 가슴을 노렸던 사냥꾼은 허공을 찔렀고 다리를 노린 사냥꾼은 장판수의 허벅지를 비껴 찌름과 동시에 정강이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 몸을 굽힌 장판수가 동시에 잽싸게 몸을 굴리며 다리에 칼을 휘둘렀기 때문이었다.
“으악!”
사냥꾼 하나가 다리를 부여잡고 주저앉은 사이 장판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산비탈로 달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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