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재미있어 보이죠? 우리 반의 수학 공부 시간이어요. 두 수의 크기를 비교하는 1학년 수학 시간이랍니다. 저학년은 수 개념이 약한 시기이므로 시간마다 구체물이 함께 있어야 잘 배울 수 있습니다. 1학년 때 철저하게 익힌 수 개념이 정착되어야 학년이 올라갈수록 어려워지는 수학의 논리성을 잘 터득합니다. 1학년 아이들에게 추상적으로 생각하기를 요구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답니다.
두 사람이 숫자 카드로 재미있는 놀이를 하다가 네 명이 함께 하니 더 즐거워합니다. 곁에서 보고 있던 2학년 나라도 같이 하고 싶어 합니다. 나라는 작년에도 혼자였으니 같이 놀이를 할 친구가 없었습니다. 자기 공부를 얼른 마치고 같이 어울리니 더 재미있어 하는 아이들 모습을 보며 아이들은 늘 어울려 살기 좋아함을 알 수 있답니다.
학생 수가 적어서 사회성 발달이 늦어질까봐 할 수만 있으면 공동 시간을 많이 갖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공부는 즐거워야 한다는 기본 명제를 바탕에 깔고 날마다 아이들의 사고를 촉진하는 일이 어른들이 해야 할 몫입니다. 어려서부터 너무 공부에 질리게 하는 것은 마치 어린 싹에게 뜨거운 햇볕은 크기도 전에 메마르게 하는 것과 같습니다.
화투 놀이가 아니라 숫자 카드를 다섯 벌 만들어서 잘 섞은 다음, 가위 바위 보로 순서를 정합니다. 그 다음 두 장의 카드를 뽑아서 만든 숫자가 가장 큰 사람이 이깁니다. 규칙을 바꾸어서 가장 작은 숫자를 만들 수도 있고 두 번째 큰 수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큰 수와 작은 수의 개념을 확실히 하는 놀이를 통해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수의 대소를 비교하는 데 수 모형을 내놓지 않고도 규칙성을 찾게 되었습니다. 저학년 선생님은 한없이 유치해져야 하며 그들과 눈높이를 함께 해야 함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책으로만 공부하면 힘들어 하다가도 놀이를 시키면 즐거워합니다. 많이 이긴 사람에게는 점수를 주면 더욱 즐거워합니다. 수학 공부도 이렇게 놀이처럼 날마다 할 수 있다면 참 좋겠죠?
날마다 이렇게 재미만으로 공부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아이들이 깨달아 가기를 바랍니다. 점점 어려워지는 공부를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이겨가는 진짜 공부까지 잘 하는 아이들이 되어야겠지요?
정말로 좋은 공부는 자기 자신을 이기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쯤이면 그들도 이미 어른이 되어가겠지요? 아니 어른이 되어서도 자신을 다 이길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인간은 죽는 날까지 그 공부를 위한 발걸음을 멈추지 못하지요.
수학을 통해 배우는 규칙성과 논리성이 뇌 속에 뿌리내려 세상의 이치와 삶의 논리성까지 발견해 가는 길고 긴 여정을 잘 건널 수 있기를 바라며 카드놀이 하는 모습을 기록으로 남겨 봅니다.
덧붙이는 글 | 이제 글눈을 뜨고 세상의 이치를 하나씩 배워가는 우리 꼬마들이, 지금처럼 재미있게 공부를 좋아하기를, 자신까지 이기는 참 공부를 하기를!
<한국교육신문> <웹진에세이>에 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