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그만 좀 뛰어다녀라, 아랫집에서 집 무너지는 줄 알겠다.”
아파트에서 아이들 셋을 키우다보면 하루에 몇 번씩은 이런 말이 입에서 나옵니다. 아이들이 기가 죽을까 싶어 “맘껏 뛰어라, 시끄러운 소리에 지치면 아랫집에서 이사가겠지”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이 뛰던 말던 그냥 두는 집도 있다지만 그럴 수만은 없는 것이 우리네 살아가는 도리라 아이들을 단속하게 됩니다.
지난주 토요일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혜준이의 매월 한번씩 있는 방학(무슨 이름이 있었던 것 같긴 한데...)이라 세 아이들이 아침부터 모여 있으니 집안이 무슨 난리가 난 듯했습니다. 게다가 쉬는 날이라고 이웃집 친구까지 둘을 더해 다섯 아이들이 뛰어다니니 정신이 하나도 없더군요. 저희 아랫집도 8살, 9살 연년생 사내아이 둘에 4살짜리 막내까지 세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 아이들의 웬만한 소동은 눈감아 주지만 제가 봐도 정말 해도 너무한다 싶었습니다.
“얘들아, 조금만 조용히 하고 놀면 오후에 고인돌 공원 선사 체험장에 데려갈께! 혜준이, 체험보고서 숙제 있다면서.”
“아싸~~!, 엄마, 정말이지? 그럼 채영이랑 정현이도 같이 가도 돼요?”
“어? 그래! 채영아, 너도 체험보고서 숙제해야 되지? 같이 가자!”
다섯 아이들을 데리고 갈 일을 생각하니 앞이 캄캄하긴 했지만 퇴근하는 남편을 기다려 오후 1시경 아이들 다섯을 데리고 고인돌 공원으로 향했습니다.
고인돌 공원 춘양면 대신리 지동마을의 선사 체험장에 도착하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있었습니다. 친구들끼리 버스를 타고 왔다는 아이들, 지난 봄 축제 때 선사체험을 했던 기억이 너무 좋아 다시 왔다는 가족, 지난번 체험장에 와서 만든 그릇을 구워가려고 다시 왔다는 사람들 등 100여명이 훌쩍 넘는 사람들이 체험장에 모여 있었습니다.
“접수 하시고 오셨나요?”
“아뇨, 그냥 왔는데요.”
“접수하시고 오셔야 하는데. 그럼 여기 신청서 작성하시구요, 코너별로 다니시면서 자유롭게 체험하시면 돼요.”
원래 선사 체험장은 인터넷 등을 통해 하루 50명의 참가자들만 선착순으로 접수를 받습니다. 하지만 화순고인돌 공원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있다보니 공원을 둘러보러 들렀다가 체험장이 열리는 것을 보고 참가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있어 접수하지 않고 오는 사람도 참가할 수 있게 배려해 주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을 체험장의 너른 잔디밭에 풀어(?)놓자 아이들은 저마다 이곳저곳을 기웃거렸습니다. 선사 체험장에선 흙을 빚어 그릇을 만드는 토기제작체험과 돌을 갈아 칼이랑 화살촉, 도끼 등을 만드는 석기제작 체험, 거푸집을 이용해 칼을 만드는 청동기 제작, 사용체험 등 다양한 체험행사가 열리고 있습니다.
체험장 한쪽에선 조와 수수, 콩, 밤 등을 직접 불을 피워 흙으로 만든 그릇에 구워 먹는 음식체험도 한참 진행되고 있었지요. 아이들이 제일 관심을 갖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음식체험입니다. 작은 구덩이에 나무들을 넣고 불을 피워 흙으로 만든 그릇에 콩이랑 밤을 삶고 감자랑 고구마를 굽고 조 등 잡곡을 이용해 밥을 짓는 것은 요즘 아이들에겐 정말 색다른 체험이거든요.
음식체험은 아궁이에 불을 지피며 고구마 등을 구어 먹었던 기억을 갖고 있는 어른들에게도 인기가 좋습니다. 음식 체험장에선 네것, 내것의 구분이 없습니다. 누구든지 불을 지필 수 있고 다 익은 콩이며 감자, 고구마 등은 먼저 본 사람이 먹으면 그만이거든요. 그래서 간혹 열심히 불을 지펴 감자 등을 익혀놓고 잠깐 자리를 비운사이에 다른 사람이 먹어버리는 경우도 생깁니다.
하지만 “어머, 어떡해! 그러니까 끝까지 잘 지켰어야죠. 우리가 익히고 있으니까 다 익으면 같이 먹게요”하는 말 한마디면 서로가 웃으며 다시 음식이 익기를 기다리게 됩니다. 이것도 체험장의 별난 재미 중 하나랍니다.
이날 저희 남편은 체험장에 도착해 한 시간여 동안 계속 이를 악물고 돌을 갈아야 했습니다. 돌을 갈아 칼이랑 화살촉을 만들어야 하는데 아이들이 갈기엔 조금 힘이 드는 작업이거든요. 다섯 명의 아이들이 집으로 가져갈 화살촉에 사용될 돌을 가는 일은 전적으로 남편이 맡았습니다.
같은 자리에 앉아 돌을 갈다보니 우리 아이들 뿐 아니라 주변의 다른 아이들까지 자기들이 가져갈 화살촉에 쓸 돌을 갈아달라며 남편에게 부탁하더라구요. 아이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1시간 동안 돌을 갈던 남편이 결국 한마디 하더군요.
“이런 일 시키려고 너희들 아빠랑 같이 가자고 했구나. 이럴 줄 알았으면 집에서 잠이나 잘걸!”
아이들이 만든 화살촉을 들고 청동기 제작 체험장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이곳은 참가자들의 안전 때문에 청동대신 석고를 이용해 비파형과 세형검, 실을 만들때 쓰던 방추차(가락바퀴)를 만들었습니다. 이곳에서 만든 칼 등도 석기와 마찬가지로 집으로 가져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청동기 체험장은 칼을 만들어 기념품으로 가져가려는 참가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립니다,
아이들과 음식을 구워먹고 돌화살촉과 청동기 칼을 만들다보니 어느새 5시가 다 되었습니다. 아직 고인돌 발굴 체험도 못하고, 움집이랑 고인돌에 대한 고인돌지킴이의 설명도 듣지 못하고, 흙으로 그릇을 만들지도 못했는데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더군요. 3시간이 넘게 머물렀는데도 아이들은 체험장을 떠나는 것에 대해 못내 아쉬워했습니다.
다음주에 또 오자는 아이들의 성화에 그러마고 약속을 한 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으로 올때는 춘양면 대신리에서 보검재를 넘어 도곡면 효산리방면으로 고인돌 공원을 돌아보며 왔습니다. 고인돌 공원에 왔으니 아이들에게 핑매바위며 관청바위, 괴바위 등 많이 알려진 고인돌을 보여줘야죠.
주5일 근무가 시작되면서 아이들의 체험방학도 늘고 있습니다. 박물관이나 이름난 유적지에 다녀오는 것도 좋지만 푸른 잔디위에서 아이들이 직접 도구들을 만들고 사용하며 선사인이 되어보는 고인돌공원 선사 체험장으로 특별한 나들이는 어떨까요?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화순의 소식을 알리는 디지탈 화순뉴스(http://www.hwasunnews.co.kr)에서 볼 수 있습니다.
화순고인돌공원 선사체험장은 9월 3일부터 오는 12월 3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운영됩니다. 내달 22일에는 직접 구운 토기에 각종 잡곡밥 짓기, 11월 26일엔 고인돌 옮기기 등의 이벤트 행사도 열리며 각 주마다 주요행사외에 알밤따기 등 다양하고 색다른 깜짝 행사가 열립니다. 참가를 원하면 화순군청(061-370-1224)이나 동복아지석묘연구소(061-374-9300, www.idolmen.org)로 신청하면 되며 참가비나 별도의 준비물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