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일할 수 있는데도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퇴직을 당하고, 재취업도 어렵습니다. 나이 먹는 게 죄입니까?"
대한은퇴자협회(회장 주명룡)는 29일 서울 한국지역사회교육회관 새이웃소극장에서 '나이 먹는 게 죄냐!!'라는 주제로 모의재판 풍자극을 벌였다.
광운대와 홍익대 극예술연구회 대학생들이 연기한 이 모의재판은 "단지 겉모습에서 젊음을 잃었다는 이유로 사회에서 소외받는 노인들의 고통 어린 절규를 듣고자 한다, 젊음의 퇴색을 이유로 생존권을 박탈할 자격이 그 누구에게 있는지 물어보자"는 사회자의 발언으로 시작됐다.
모의재판은 노인 편에서 기업과 국가 등을 상대로 정년연장의 필요성 등을 주장하는 '검사'와 기업과 정부 편에서 이들을 옹호하는 '변호사' 간의 공방으로 시작됐다.
"정년퇴직 때문에 경제권을 잃게 된 후 재취업 과정에서 연령차별을 받았다. 늙었다고 무시하고 아예 일을 시켜보지도 않는데,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딨느냐? 집에서도 돈 못 번다고 밥벌레 취급을 하질 않나! 세상에.. 내가 지들을 어찌 키웠는데.. 늙으면 죽어야지."
모의재판 도중 65세의 노인을 맡은 연기자가 위와 같은 대사를 연기하는 대목에서 연극을 지켜보던 한 노인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또 '검사'가 "평균 수명이 늘어난 지금, 노인의 연령 개념을 재설정해야 한다"며 "팔팔한 노인들은 의욕적으로 일하려는 마음은 굴뚝같지만, 기업과 국가가 자꾸 경제 진입을 막으니까 '늙은 내가 죄지'라며 자책하고 한탄하는 거다. 멀쩡한 노인을 기업이, 사회가, 국가가 죄의식에 사로잡히게 만드는 것 아니냐"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동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1시간여 동안 진행된 모의재판 결과, '재판부'는 "노년층에게 조기퇴직을 종용하여 그들의 경제권을 빼앗고 향후 불어 닥칠 인력난을 보지 못한 기업에 '한 치 앞을 보지 못한 죄'를 물어 세대 통합을 위한 YOU('Young and Old United')운동 3만6천500시간을, 정부에게는 '이리저리 눈알 굴린 죄'를 물어 조기퇴직 종용금지와 연령차별금지, 정년연장의 법제화에 따른 적극적인 역할을 제도적으로 수행할 것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연극이 끝나고 진행된 토론시간에서 이양희(서울 도봉구) 할머니는 "나이 먹은 게 죄는 아니지만 현실에서는 죄"라며 "이번 취업박람회에 가서 두 번이나 돌아봤는데 원서조차도 못 넣었다. 나중에 보니까 원서도 나이제한이 있더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또 김외생(75) 할아버지는 "재판을 보니 마음이 시원하다"며 "나도 나이 먹었다고 설움을 당한 적이 있다, 월남전 참전하고 나라를 위해 애쓴 우리 노인들이 이제는 이런 신세가 됐다. 정부에서는 노인이 존경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55세로 정년퇴직을 한 박흥봉(분당)씨는 "아버지가 95세이신데, 나도 40년을 더 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한다, 그것을 생각하면 지금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정년연장은 반드시 필요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노인들도 끊임없이 꿈을 갖고 공부해야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주명룡 회장은 "협회는 지난 4년 동안 조기퇴직 종용, 연령차별, 조기정년을 시급히 정비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이야기해 왔다"며 "이번 모의재판을 통해 예견된 불행을 무시하는 한국의 기업 환경과 정부의 무책임성을 풍자한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복지뉴스(http://www.bokjinews.com/)에도 송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