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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갑니다. 깊어가는 가을과 함께 하늘도 보라는 듯 높푸릅니다.
며칠 전 야생화에 심취하여 사진촬영을 하고 다니는 동네 사람을 한분 만났습니다. 운동을 굉장히 좋아하는 만능스포츠맨이었는데 야생화사진 작가로 변신한 모습이 무척 의외였습니다.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사람의 끈을 더 깊게 맺어줍니다.
요즘은 야생화를 비롯하여 숲에 대한 인식들이 고조되면서 '숲해설'이라는 새로운 영역까지 생겨났습니다. 주 5일제 근무 등으로 인해 나름대로의 전문적 영역들을 만들어 나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야생화를 배우러 다니다 보면 이젠 제법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어느 곳에 어느 시기에 뭐가 피더라 하는 식으로 서로서로 알려주다 보니 그 시기에 그 장소에 많은 사람이 몰리는 거죠.
가을이 깊어가면서 화려한 가을꽃들이 들녘과 산하에 가득합니다. 저도 카메라를 메고 가을꽃들을 찾아 집을 나섰습니다. 뻐꾹나리를 보고자 금성산성을 향합니다.
금성산성은 아무리 가도 질리지 않습니다. 산성아래 자락에 천년이 넘은 세월을 보듬고 당당히 서 있는 연동사는 담양에서 유일하게 전기와 전화가 없는 곳입니다.
이번에도 일부러 연동사를 경유하여 금성산성에 오르기로 했습니다. 점심거리로 컵라면을 챙겨갔는데 마침 점심 공양을 시작하려는 스님을 만나게 되어 맛있는 절밥으로 배를 불릴 수 있었습니다.
빨리 꽃을 보고 싶다는 생각에 한번도 쉬지 않고 내성 정상까지 올랐습니다. 뻐꾹나리를 만났던 곳으로 허겁지겁 향합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요? 벌써 다 져버린 건 아닐 텐데 잔해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지난해 만해도 꼴뚜기처럼 이상한 모양으로 우릴 반겨주던 뻐꾹나리가 엄청 많았던 곳입니다. 이미 누가 다 캐간 것입니다. 맥이 풀리면서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풍요로운 가을에 느끼는 이 허탈함과 참담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듭니다. 정말 들꽃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 꽃을 건드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어느새 돈이 좀 된다고 하면 다 캐 가버리는 살벌한 곳이 되어버린 듯합니다.
뻐꾹나리는 보호식물로 지정된 꽃입니다.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못하고,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 버린 뻐꾹나리를 생각하니 마음만 아플 뿐입니다. 나리하면 가장 일찍 피는 개나리를 시작으로 참나리, 중나리, 털중나리, 하늘말나리, 땅나리, 솔나리, 애기나리 등등 아주 많은 나리들이 있습니다.
아무튼 보고자 했던 꽃을 보지는 못했지만 돌아오는 길에 쑥부쟁이가 바람결에 살랑이며 반겨줍니다. 보랏빛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다 져가는 물봉선도 마지막 안간힘을 쓰며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봉선화를 비롯하여 물봉선 등의 이름이 붙여지게 된 건 꽃의 모양이 봉황의 꼬리처럼 구부러져 있다 해서 봉선이라고 한답니다. 참 재미있는 이름이지요. 근데 물봉선에는 하얀색의 물봉선도 간혹 있고 노랑물봉선도 있습니다. 똑 같은 꽃들인데도 저렇게 색깔들이 다르게 나오는 게 정말 신기합니다.
돌아오는 길에 나도송이풀이 그 고운 자태를 뽐내며 허탈한 마음을 위로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멀티채널을 꿈꾸는 인터넷 담양신문 "담양저널(www.dyj.co.kr)"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