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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내 친구 중에 등이 굽은 사람이 있다. 만날 보고서만 쓰고 기획안만 만드는 일을 하니 그렇다. 일자목이 될 가능성이 높다. 등, 허리, 목, 좌골신경통이 올 가능성도 높다. 마침 우리 집에 와서 하루 머물다 가신 성공회 신부님께도 경침을 하나 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경침을 만들기로 했다.
2년 전 태풍에 쓰러진 오동나무를 굵기와 길이에 따라 잘라서 보관하고 있었는데 두 개를 가져다가 세워 놓고 도끼로 정 중앙을 내리쳤다. 소리도 경쾌하게 한 가운데가 쫙 갈라졌다. 작업 판을 마당에 깔고 전기톱과 엔진 톱, 그라인더, 끌, 자귀, 망치를 늘어놓고 일을 시작했다. 사포도 찾아내서 곁에 두었다.
먼저 자귀로 원목의 겉과 안쪽을 찍어 내면서 경침의 전체적인 크기를 다듬었다. 경침은 길이는 1자 조금 못되게 하고 넓이는 사람의 목뼈 일곱 개의 총 길이보다 조금 짧게 만들면 되는데 높이와 비례된다. 높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오른손 약지 길이가 그 사람의 경침 높이가 된다. 높이는 2-3mm 이상 오차가 나면 좋지 않다. 보통 6cm에서 8.5cm 정도이다.
경침의 속을 파내는 것은 엔진 톱으로 했다. 작은 물체에 엔진 톱을 갖다 대는 것은 정말 위험하다. 신발을 튼튼한 등산화로 바꿔 신고 경침목을 밟은 다음 같은 간격으로 톱집을 내기 시작했다. 톱이 너무 깊이 들어가도 안 된다. 경침이 지나치게 얇아지기 때문이다. 초고속으로 회전하는 엔진톱을 단단하게 쥐지 않으면 큰 사고가 난다. 전날 뒷집 기정이 할아버지가 전기톱으로 나무를 썰다가 왼손을 크게 다쳤다. 피가 낭자한 손을 천으로 감싸 쥐고 내가 트럭에 태워 병원에 모시고 가면서 내 가슴 한쪽이 달아 난 기분이었다.
끌로 속을 파내고 밑바닥의 수평을 잡는 작업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라인더 작업 할 때는 마스크를 쓰고 했는데 나무먼지를 온 몸에 뒤집어썼다. 오동나무 향기가 코끝을 간질였다. 마루에 대 가며 뒤뚱이지 않게 평면을 잘 잡은 뒤에 사포로 표면을 갈아내기 시작했다. 220번 사포로 작업을 했는데 100번 사포로 마무리 작업을 해 주고 싶었지만 집에는 그게 없었다. 방바닥이 조금 고르지 않더라도 경침이 뒤뚱거리지 않게 밑면의 네 귀퉁이 외에는 1cm 정도 되게 파냈더니 훨씬 안정적으로 됐다.
오동나무는 가볍기가 종이 같고 촉감이 부드러우며 향기가 좋다. 겉에 오일스탠을 바를까 하다가 무늬도 좋을뿐더러 살 때가 묻는 것도 좋을 것 같아 그냥 두기로 했다. 늦게 일어나신 신부님은 의외의 선물에 좋아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