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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은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생 관련 사건에 대해 허태학 전 에버랜드 사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박노빈 현 에버랜드 사장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선고가 내려진 뒤 허태학 전 사장이 법원을 나서고 있다.
4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은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생 관련 사건에 대해 허태학 전 에버랜드 사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박노빈 현 에버랜드 사장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선고가 내려진 뒤 허태학 전 사장이 법원을 나서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상법 513조와 516조에 규정된 전환사채(CB, convertible bond))는 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인정된 사채를 말한다. 물론 사채와는 다르다. 사채는 주식회사가 타인의 자본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유가증권이다.

사채와 주식의 차이를 보자. 사채는 기업 이윤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예정율에 따른 이자를 지급하고 일정기간 내에 상환하며 의결권은 없다. 주식의 소득(배당)은 변동적이며 상환될 수 없으나 의결권이 있다.

사채권자는 회사경영이 잘 돌아가면 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여 사채 이자보다 고율의 배당을 한다. 이는 손쉽게 사채를 모집하기 위한 제도다. 전환사채는 사채와 주식의 중간형태라 할 수 있다.

'불법 증여-경영권 유지', 삼성의 전유물 아니다

그런데 삼성이 이를 악용하여 이씨 일가의 경영권을 유지하고 이건희 회장이 아들 이재용에게 불법적으로 상속하는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것이 이번 법원 판결의 내용이다.

이번 판결은 시민단체가 문제를 제기하고 소송을 제기한 이래 정말 오랜만의 일이다. 1996년 삼성에버랜드가 추정시가인 주당 8만5천원의 CB를 11분의 1 가격인 주당 7700원으로 발행하여 이건희·이재용을 비롯한 그들 일가에게 넘겨 970억원의 손해를 끼친 것이 혐의다.

이렇게 불법적인 증여로 경영권을 유지하는 수법은 삼성재벌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거의 모든 재벌들의 공통 수법이다.

문제는 그 동안 법원이 이러한 소송에 대해 아무런 판단을 내리지 않거나 유야무야 끌어 온 것은 법조계가 삼성의 손아귀에 들어가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민주노동당의 투쟁을 중심으로 삼성에 대한 사회적 저항이 확대되자 법원이 마지못해 그 정도의 판결을 내린 정도다. 그것도 집행유예로 말이다.

이번 기회에 삼성그룹의 전반적인 불법행위에 대해 명확한 법적 판결과 노무현정부의 한 치도 남김 없는 행정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아울러 삼성 외의 모든 재벌들의 이와 같은 불법적 행태에 대해서도 똑같은 잣대로 정리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투입한 공적자금이나 회사에서 열심히 일한 노동자들의 대가를 빼내어 부당이득을 취하고 불법증여와 탈세로 회사와 국가에 손해를 끼친 것이라면 당연히 실형이라는 중벌에 처해야 할 것이다.

정당활동에 의원직 상실, 970억 손해엔 집행유예

조승수 민주노동당 의원의 경우처럼 정당한 정당 활동을 선거법에 옭아매어 검찰에서는 국회의원을 유지할 수 있는 벌금형인 80만원에 기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이를 150만원으로 올려 결국 대법원에서 국회의원직을 강탈해 버린 사건이 며칠 전에 일어났다. 나쁜 분(?)들! 그런데 이 엄청난 범죄행위자들을 집행유예라? 에라 몹쓸 분들아!

이번 사건의 손해액 970억원은 빙산의 일각이다. 국민들도 이제는 수천억원이나 조(兆)단위로 해먹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열심히 살아가는 서민들의 삶이 점점 더 어려질 리 없을 것이다. 평균 국민소득 1만4천불 뒤에 숨은 자본가들의 독점적 수탈과 강도적 자산 집중 방법의 하나일 뿐이다.

그런데 아직도 균형발전이니 사회적 대화니 하면서 극히 탈계급적이고 추상적인 관점에서 한국 자본주의를 바라보는 시각이 존재한다는 것은 이들 법원의 보수적 판결을 유지하게 하는 사회적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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