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에서 빤히 내려다보이는 안흥 장터마을은 요즘 온통 잔치 분위기에 들떠 있다. 하늘에는 애드벌룬이 떠 있고 거리에는 만국기로 뒤덮였다. 안흥에 이르는 들머리 도로마다 '안흥찐빵 한마당 큰잔치'를 알리는 펼침막으로 요란스럽다. 제4회 '안흥찐빵 한마당 큰잔치'는 오는 10월 8일(토), 9일(일) 이틀간 열린다.
안흥 사람들은 이 잔치를 위해 지난 봄부터 준비했다. 안흥에 이르는 길섶 밭에다가 코스모스를 비롯한 화초를 심어서 가을에 오시는 귀한 손님을 반겨 맞게 하고 있다. 안흥은 그 언제부터 사람보다 찐빵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친지들이 나에게 시골 어디로 내려갔느냐고 물을 때, 안흥이라고 하면 안흥이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모르면서 "찐빵으로 유명한 그 안흥이오?"하고 반문한다. '안흥찐빵'은 이제 '국민의 찐빵'을 뛰어넘어 '글로벌 찐빵'이 되었다. 이 조그마한 강원산골 면사무소 마을에서 생산된 안흥찐빵이 태평양을 건너 미국과 캐나다의 슈퍼에까지 진출하여 고국을 그리는 동포들의 향수를 달래고 있다.
나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여태 군것질을 좋아하기에 장터마을에 갈 때마다 따끈한 찐빵을 사서 입에 물고서 내가 사는 말무덤마을로 돌아온다. 그렇게 여러 날 먹어도 안흥찐빵이 입에 물리지 않은 것은 그 맛이 담박하고 옛 맛을 그대로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겨울철에 금방 쪄낸 찐빵을 호호 불면서 먹는 맛은 기가 막힌다.
면소재지인 안흥은 자그마한 고장이다. 이곳도 한때는 인구 1만 명이 넘었지만, 지금은 격심한 이농현상으로 3천 명도 안 된다. 예로부터 안흥은 서울과 강릉의 중간지점으로, 영동고속도로 개통 이전에는 서울이나 강릉에서 출발한 버스나 화물차가 이 마을에 잠시 머물렀던 중간 기착지였다.
그 무렵 이곳 밥집에서는 점심준비로 쌀을 두세 가마니씩 씻어 밥을 지었다. 그러나 시간이 급하거나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못한 길손들은 찐빵 한 봉지로 주린 배를 채웠다. 그 시절부터 이 마을사람들은 밀가루 반죽에 막걸리로 발효시키는 선조들의 지혜로 찐빵을 만들었다.
나도 안흥 면민으로 잔치에 뭔가 이바지하고자 장터마을을 지나는데 사람들이 주천강 시내에 섶다리를 놓는다고 법석이었다. 사람들은 '안흥찐빵 한마당 큰잔치' 날, 외지에서 온 귀한 손님들이 섶다리와 징검다리를 건너면서 옛 정취를 맛보도록 손님맞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마침 김종수 안흥면장과 김인기 안흥찐빵협회장이 면민들과 함께 일을 하기에 먼저 협회장에게 몇 마디 물었다.
'안흥찐빵'은 황금 알을 낳는 거위
- '안흥찐빵' 업소는 몇 곳이나 됩니까?
"현재 18개 업소입니다. 다른 지역에서 '안흥찐빵' 이름을 빌어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을 팔고 있어요. 그래서 곧 '안흥찐빵' 상표를 만들어서 특허청에 등록하여 소비자들을 보호할 예정입니다."
- 연간 판매액은 얼마나 됩니까?
"지난해 판매액이 약 75억원이었습니다."
- '안흥찐빵'의 이름을 얻기도 어려웠지만 그 명성을 지키는 게 더 힘들 겁니다. 이에 대한 대책은 무엇입니까?
"다행히 저희 안흥찐빵협회 업소들은 오랜 기술 축적으로 맛이 거의 비슷합니다. 또한 안흥찐빵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합니다. 그래도 방심은 금물이라서 저희 협회에서는 면사무소, 농협과 연계하여 부단하게 품질 유지와 새로운 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습니다. 면사무소에서는 행정지도를 하고, 농협에서는 농민들에게 팥 계약재배를 하여 원활한 원료 공급을 해 주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우리 고장에서 나는 순 우리 팥을 쓸 수 있습니다. 면사무소, 농협, 찐빵협회가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안흥찐빵'의 전통을 살려갑니다."
- 면장님, 준비는 잘 돼 갑니까?
"'안흥찐빵 한마당 큰잔치'는 우리 면의 가장 큰 행사입니다. 오래 전부터 준비해 오고 있는데 며칠 전에 놓은 섶다리와 징검다리가 지난 주말 큰비로 유실되어서 다시 놓고 있습니다. 전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안흥찐빵'은 우리 면의 효자상품입니다.
이 '안흥찐빵'으로 우리 안흥면은 다른 어느 면보다 주민들의 살림살이가 넉넉합니다. 팥 계약재배로 농가수입도 보장하고, 찐빵을 일일이 손으로 만들기에 노는 사람이 없습니다. 거기다가 연간 수십만 명이 찐빵을 사러 우리 고장을 다녀가기에 다른 가게도 잘 되고 전국 각지로 세계로 수출되기에 물류사업에도 이바지한 바가 큽니다. '안흥찐빵'은 그야말로 '황금 알을 낳는 거위'지요."
- 지방화 시대에 일선 기관장으로서 애로사항이 많으시지요?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요. 하지만 중앙정부만 쳐다볼 수만은 없습니다. 각 지역이 그 지방 특성에 맞는 사업을 개발하여 재정 자립도를 높여야 합니다. 다행히 저희 면은 찐빵사업으로 특성화사업을 이루고 있지만, 여기에 만족치 않고 고랭지 채소라든지 파프리카와 같은 특용작물재배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안흥찐빵은 우리 팥과 손맛에서 나온다
섶다리와 징검다리 공사에 면내 각 마을 이장님들이 다 모여 노력 봉사를 하고 있었다. 공사장 옆에는 삼겹살 불판에다 소주잔을 갖다놓고 일을 하다가 지치면 삼겹살에 소주 한잔 들고서 다음 일을 하는 모습이 지난날 '두레'를 보는 듯하였다.
돌아오는 길에 면사무소 앞 한 찐빵 가게에 들러 주인에게 맛의 비법을 물어보았다.
"우리 고장에서 농사지은 팥과 재래식으로 빚는 반죽, 그리고 빚은 찐빵을 따뜻한 온돌방바닥에 한 시간 남짓 숙성시키는 게 비법입니다. 가장 중요한 비법은 안흥 사람들의 정성스러운 손맛에서 나옵니다"고 30년이 넘도록 찐빵을 만들어온 남옥윤씨가 경험에서 우러난 말을 하였다.
요즘도 주말에는 한두 시간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붐비는데, 찐빵이 가장 맛이 있을 때는 솥에서 갓 나올 때라고 하였다. 가게에서 손님에게 직접 파는 것과 택배로 파는 게 반반이라고 하면서, 택배로 산 빵은 꼭 다시 쪄야 제 맛이 난다고 했다.
필자는 안흥 면민으로, 이 작은 고장의 조촐한 잔치 소문이 멀리멀리 메아리처럼 퍼져나가 자연과 옛 맛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곳에 오셔서 맛있는 찐빵을 드시기를 바란다. 아울러 오가는 길에 안흥 들머리의 코스모스도 한껏 즐기시기를….
| | 제4회 안흥찐빵 한마당 큰잔치 안내 | | | | ‧ 때: 2005. 10. 8(토)~10. 9(일)
‧ 곳: 안흥면 소재지 일원(주무대: 안흥시장내)
‧ 주관: 안흥찐빵마을협의회
‧ 주최: 안흥 찐빵 한마당 큰잔치추진위원회
제1부 10월 8일(토) 제1부 전야제
11:00 공연 및 이벤트 행사
17:00 주민 노래자랑 및 축하 공연, 불꽃놀이
제2부 10월 9일(일) 제2부 본 행사
10:30 개회식(식전식후 공개 행사)
‧ 전통문화 체험장 (짚신삼기, 새끼꼬기, 도리깨질 등)
‧ 안흥찐빵 제조과정 재현
‧ 안흥찐빵 시식코너 운영
‧ 안흥찐빵 이벤트(빨리 먹기, 많이 먹기, 빚기, 손 안 대고 먹기 등)
‧ 공연/전시행사 중국기예단 공연, 회다지소리재현, 청소년댄스경연대회
‧ 향토 수족관 전시장
‧ 섶다리, 징검돌다리, 코스모스 길 체험
‧ 거리행사/ 페이스 페인팅, 거리낙서판, 삐에로와 함께, 찐빵 캐릭터 CF 등
‧ 상설/ 부대 행사
‧ 전통 먹을거리 장터 운영
‧ 마을별 농특산물 판매장 운영
‧ 자연과 함께하는 추억 만들기 행사
‧ 안흥찐빵 마을 전국 사진공모전 등 / 안흥찐빵마을협의회 | | | | |
덧붙이는 글 | 교통안내: 영동고속도로 새말나들목(IC)으로 들어와서 안흥 평창 방향으로 우회전 후 42번 국도로 10분이면 본 행사장에 도착함.
원주에서는 시내버스 2-2, 2-3 등 안흥 강림 방면 이용.
강릉에서는 둔내나들목(IC)으로 들어와서 횡성방향 죄회전 약 5킬로미터면 행사장에 도착함.
행사본부 안내전화: 033-342-8100(안흥찐빵마을협의회) 또는 033-340-2673(안흥찐빵 한마당 큰잔치 추진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