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십니까? 행사 준비에 바쁘셨을 텐데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가 '만남'인데, 어떠한 측면에서 주제를 부각시키려고 합니까?
"21세기는 교통과 통신의 발달이 '만남'의 장 형성에 크게 기여하였습니다. 과거에는 정복전쟁이나 상업 교류 등을 통하여 문명 간에 영향과 수용이 이뤄지고, 그러한 현상은 이후 오랫동안 큰 영향을 끼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한 '만남'은 긴 시간을 걸쳐 이뤄진 반면 오늘날 통신과 교통의 발달은 그 시간을 급속하게 단축시켰고, 정보와 문화의 교류가 순식간에 이뤄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비단 개인과 개인, 단체와 단체, 나라와 나라라는 집단 간의 만남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이념과 이념, 예술과 예술, 장르와 장르 등 무형의 형태 간에도 다양한 만남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집단 간의 만남에 비해 무형의 만남은 더 큰 영향으로 다양한 결과를 생산해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가 주목한 것은 바로 그것입니다. 단지 세계 수십 개 국가 작가들이 참여하고, 그들의 작품을 보여주는 데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전시행사 활동을 통한 영향과 수용입니다. 나아가 전북비엔날레가 추구하는 '서예의 세계화와 대중화'는 바로 만남을 통하여 더 성숙되고 넓어지며, '서예를 영원히 살게 하는 상생'의 길로서 만남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 그러면 구체적으로 '만남'을 이번 행사에서 어떤 프로그램으로 어떻게 드러내려고 했는지 말씀해주십시오.
"각 전시 구성을 살펴보면 '만남'과 '연속성'을 들 수 있습니다. 의미있는 만남은 지속되어져야 한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겠군요. 먼저 「문자를 위한 축제」전은 한중일 삼국은 물론, 각 국의 서예가, 미술가들이 '문자'와 '한지'라는 유무형의 매개를 통하여 만납니다. 출품작가들에게 전주한지를 보내서 거기에 작품을 하게 함으로써 문방우로서의 종이, 특히 한지가 서예에 얼마나 크고 넓게 영향을 미치는가를 엿볼 수 있게 하였습니다.
「서화동행전」, 「주제가 있는 병풍전」, 「아름다운 한국」은 대표적인 장르 간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먼저 「서화동행전」은 '서화동원(書畵同源)'이라는 한자문화권 고유의 예술인식을 구현한 전시입니다. 서(書)와 화(畵)가 어떻게 어우러지고, 어떠한 감동을 전해주는지 기대해도 좋을 전시입니다.
「주제가 있는 병풍전」, 「아름다운 한국」은 시서화의 만남을 시도합니다. 서화동원과 마찬가지로 시(詩)와 서(書), 화(畵)의 근원이 같다고 보아 왔습니다. 소동파도 시서화 일치의 당위성을 강조하였고, 또한 '시중유화(詩中有畵) 화중유시(畵中有詩)'를 설파하여, 시와 그림이 함께 노닐고 있음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전북의 8경과 8품, 그리고 '부산, 울산, 경남'의 아름다운 산하를 시와 서와 화가 만나는 것입니다. 특히 「아름다운 한국」은 2001년의 '아름다운 전북'에 이어 '부산, 울산, 경남편'으로 이어지면서 시서화와 아름다운 우리 산하와의 지속적인 만남을 이어가는 전시입니다.
한편 「문자회화전」과 「문자입체조형전」은 서예와 회화의 만남, 서예의 입체예술로의 표현을 보여주는 전시입니다. 만남을 통한 확장으로의 지향을 볼 수 있는 전시입니다. 다양한 표현을 통하여 다양한 볼거리를 체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서예유산임서전」은 고금(古今)의 만남, 한국서예사 명작들과 현재 서예가들과의 만남이며, 「명사서예전」은 사회, 문화계 명사들이 작가, 관람객들과 만나는 장입니다. 「깃발서예전」은 실내 공간에서 실외 공간으로 나아가 만남의 공간을 옮겨가는 시도와 함께 형형색색 볼거리를 제공하는 전시가 될 것입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행사를 통하여 서예의 바다에 빠져볼 수 있을 텐데, 서예와 영상의 만남으로 서예술과 첨단과학의 예술이 함께하는 「영상서예」전, 컴퓨터용 한글의 새로운 폰트 시안을 통한 「한글 서예의 새로운 글꼴전」도 관심 갖고 보기를 권하고 싶은 전시입니다."
-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가 그동안 단단한 토대를 구축하기 위하여 안정에 중점을 둔 점은 인정하면서도 변화가 적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동안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는 '안정'과 '변화' 어느 한 면에만 중점을 둔 것이 아니라 함께 중시해 왔습니다. 이는 튼튼하게 형성된 토대 위에서 다양한 변화가 가능하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매 행사마다의 주제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각각의 행사마다 토대 구축과 변화의 활로를 열어가는 방법적 모색을 점진적으로 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 각국의 미술가들이 필묵으로 한 작품들, 문자의 입체성을 확보해나간 점, 아트상품과 같은 서예의 디자인적 요소를 구현하려 했던 점, 지속적으로 폰트 개발에 관심을 보여 온 점, 영상서예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보여주려고 했던 점, 서예심리치료와 같은 시대의 반향을 불러일으킨 학술 행사 등은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가 지향하는 만남과 상생과 확산인 것입니다."
- 지난 7월에는 서울서예비엔날레가 치러졌고, 11월에는 부산서예비엔날레가 개막을 앞두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도 서예비엔날레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의 고유한 특징을 부각, 유지하는 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흔히 현대사회는 노하우(know-how)보다는 노웨어(know-where)가 부각되는 시대라고 합니다. 창의적 콘텐츠 창출 못지않게 창출한 콘텐츠의 이동을 명확하게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겠지요. 그러다보니 '이제 노하우와 노웨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시대'라고도 합니다. 이는 통신과 교통의 발달이라는 현대사회의 변화에 기반하고 있음은 당연할 것입니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또한 축적된 노하우가 관람객과 서예 애호가, 일반인들에게 어떻게 나아가는지의 흐름과 경로를 읽을 수 있는 노웨어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다만 이러한 인지는 결국 참신한 기획과 알찬 행사준비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있으며, 이를 위하여 그동안 지속적으로 행사 종료 후 설문조사, 공개평가회의 등을 통하여 점검과 보완, 방향 모색과 아이디어 창출을 병행해 왔습니다. 이러한 축적은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뿐만 아니라 한국서예, 세계서예계의 상생에 일조할 수 있다고 봅니다."
- 올해 비엔날레 프로그램의 특성과 의의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2003년 행사에서 대중성과 세계화라는 두 측면을 획득하는 성과를 얻어냈습니다. 올해 행사는 이러한 성과 위에서 한국의 서예를 보다 넓은 세계와 만나게 하는 원심력을 기르는 동시에 튼튼한 구심력을 갖추는 행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확산이라는 원심력과 단단한 기반이라고 하는 구심력은 긴장과 탄력을 부여하여 이번 비엔날레는 국가간, 작가간, 장르간의 만남을 통한 관계 심화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서예가들 간, 타 장르 작가 간의 만남으로 상생과 다양성 모색을 실현하려 하였고, 보다 관람객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대중성 확보에도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이는 그동안 본 비엔날레가 지속적으로 노력해온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전통서예와 현대적인 감각을 조화해낸다는 기본 골격을 만들었고, 2003년의 비엔날레는 생활성의 가능성을 담보해낼 다양한 프로그램을 보여주었다면,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그러한 토대 위에서 '만남'이라는 공유와 공존, 접촉과 교유, 영향과 수용, 그리고 심화와 확장을 확보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준비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측면을 염두에 두고 관람한다면 올해 비엔날레를 보는 재미가 더욱 클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2005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는 10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전북예술회관, 국립전주박물관, 전북도립미술관 등 전주 일원에서 열린다.
*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조직위원회 전화 : 063-284-4508
* 이 기사는 <월간 서예문인화>에도 송고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