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조 통일부 차관은 6일 <동아일보>가 지난 8월 8일부터 몇차례 연속 보도한 '김윤규씨 남북협력기금 유용' 내용은 사실과 다른 내용임을 확인했으며, 현대는 사실과 동떨어진 내용을 언론에 유포해 정부업무의 신뢰성을 떨어뜨린 점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이날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5층 제1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북협력기금 유용보도'와 관련된 사건경과와 사실확인 결과, 정부 입장을 발표했다.
비자금 조성시기와 형태, 남북협력기금 입금 상황 모두 달라
이 차관은 "지난 6월 27일부터 7월 8일까지 현대그룹이 현대아산을 상대로 벌인 '경영 감사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이 조성했다는 비자금 중 일부인 50만 달러가 남북경협기금이라는 <동아일보> 보도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기금 조성시기와 형태에 대해 설명했다.
현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경협기금 관련 50만 달러가 조성된 시기는 2003년 10월부터 2005년 3월까지(03년 10월=20만 달러, 04년 10월=7만5천 달러, 04년 11월=7만 달러, 04년 12월=9만2천 달러, 05년 1~3월=6만4천 달러)이다. 금강산관광지구 도로공사와 관련해 남북협력기금이 현대아산으로 입금된 시기는 2004년 12월 31일(14억4200만원)이다.
현대 감사보고서에 입각하더라도 김윤규씨는 남북협력기금이 입금되기 전에 비자금을 조성한 것이다. 따라서 김윤규씨가 조성했다는 비자금 50만 달러는 현대자금이지 남북협력기금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또한 김윤규씨가 자금을 인출한 장소와 화폐도 다르다. 현대 감사보고서에는 인출장소가 금강산 현지이며 인출화폐는 미화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조달청을 통해 현대 측으로 건넨 금강산관광지구 도로공사 비용은 서울 본사에 원화로 입금됐다.
이와 관련해 이봉조 차관은 "대부분의 자금이 12월 31일 이전에 인출된 것으로 보면, 협력기금이 아닌 회사 돈을 인출했다는 것"이라며 "현대가 이를 갖고 언론에 남북협력기금을 유용했다고 포괄적으로 묶어 지적한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현대는 잘못된 표현으로 정부사업 신뢰성을 떨어뜨린 점 사과해야"
이어 이 차관은 "정부는 ▲남북경협사업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고, 사실관계에도 부합하지 않는 내용을 담은 내부 보고서를 정부에 보고하지도 않고 언론에 먼저 유출한 점 ▲감사결과보고서 상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표현을 써서 국민들에게 마치 남북협력기금이 유용된 것처럼 보이게 한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또한 "현대는 이런 기업 내부 보고서가 언론에 사전 유출된 점에 대해 명확히 그 경위를 해명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와 국민에 대해서도 사과를 해야 하고,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번 현대그룹의 내부감사보고서를 통해 불거진 문제들에 대해 정부는 남북경협사업에 대한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남북협력기금 집행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할 예정이며, 문제가 드러날 경우에는 강력한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는 입장도 개진했다.
이날 통일부가 전달한 현대그룹 내부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김윤규 전 부회장은 '금강산 비자금'으로 ▲금강총회사 자재대가 조정 및 허위 공사계약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703만 달러를 조성, 그중 남북협력기금 50만 달러를 유용했으며 ▲762만 달러(8억6400만원)를 비자금으로 사용했다.
현대 내부감사보고서에는 김윤규 전 부회장이 조성한 비자금 사용분의 용처는 불분명하나, 사적 용도로 처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별첨 의견을 달았으며, 비자금 전액은 현대아산 손실로 계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대측 "남북경협기금 50만 달러 직접 유용했다는 뜻 아니다"
정부의 공식 입장을 발표되자마자 현대그룹도 "김윤규 전 부회장이 조성한 비자금 중 50만 달러는 남북경협기금을 직접 유용했다는 뜻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현대그룹은 내부감사보고서에 표시된 '남북경협기금 관련 비자금 조성 50만 달러'는 김윤규 전 부회장이 금강산 도로포장 공사에서 회계조작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것이지, 남북경협기금을 직접 유용했다는 뜻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현대그룹은 이날 "적절하지 못한 표현으로 '남북경협기금 관련 비자금 조성 50만 달러'라고 쓴 것과 관련해 해당기관과 국민 여러분께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켜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또한 "김 전 부회장 비자금 조성 및 개인비리와 관련된 보도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그간의 모든 상황을 하루 빨리 마무리하고 남북경협사업이 정상화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