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에 관계없이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을 보면, 그러한 의식이 물씬 배어난다. 마초 딱지가 아깝지 않을 듯싶다. <프라하의 연인>에서 윤재희(전도연 분)는 현직 대통령의 딸이면서 외교관이다. 흔히 여자외교관이라고 하면 스마트하고 똑 부러질 것 같지만 재희는 전혀 그렇지 않다. 귀여우면서도 푼수 같고 빈틈이 너무나 많다.
반면 최상현(김주혁 분)은 영화 <홍반장>의 홍반장, 홍두식보다 더 터프하고 강한 남성성을 추구한다. 여기에 지영우 역을 맡은 김민준도 거칠기는 마찬가지다. 최상현이 미치도록 좋아한 강혜주(윤세아 분)도 역시 여성성의 극치를 보여준다. <프라하의 연인>은 이렇게 부드러운 여성성에 거친 마초들의 남성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매치스모(machismo)라고도 하는 마초(macho)는 멕시코 계 스페인어로 '수컷의', '남자다운'이라는 뜻이다. 여성에서는 찾기 어려운 면들, 남성적이라고 여겨지는 폭력적, 단순무식 등을 가리킨다.
마초 콤플렉스는 '남자다움에 대한 집착이나 남성우월주의에 따른 망상적 태도'를 포함한다. 보통 여성성이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성향이고 남성은 강하고 진취적인 성향을 극대화한다. 마초 콤플렉스는 부드러운 남성에 대한 거부감이나 똑똑한 여성, 적극적인 여성에 대한 기피를 나타낸다. 때로는 강한 여성에 대한 두려움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미국의 심리학자들 중에는 여성들이 강한 남자, 남자다운 남자를 선호한다고 주장한다고 하지만 드라마에서 노골적으로 마초주의를 표방해서야 큰일 날 일이다. <파리의 연인>에서 한기주(박신양 분)는 너는 내 거라는, 태영에 대한 강한 소유욕을 보이면서 사랑을 확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장면을 시청자들은 인상 깊게 이야기 한다.
이러한 버전은 <프라하의 연인>에서도 등장한다. 최상현은 윤재희에게 다른 남자에게 손목 잡히지 말라고 한다. 여기에서 다른 남자는 지영우다. 이것은 "너는 내 여자니까"라고 말하는 동시에 경쟁자에게 내 여자 건드리지 말라는 것과 같다. 이러한 말을 들었을 때 윤재희는 웃음을 띤다.
여성의 심리는 모르는 비약이라 여기겠지만, 이러한 장면은 가부장제 질서, 마초의 울안에서 안온해 하는 여성을 연상하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항상 결정적인 순간에 약한 여성 윤재희를 보호하고 돕기 위해 최상현 혹은 지영우가 등장한다.
<프라하의 연인>에서 지영우와 최상현은 부드러운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는다. 대기업 회장 아들인 검사와 형사라는 직업을 설정한 것은 강한 남성성과 권력의 힘을 드러내기 위한 합리화된 장치였는지 모른다. 그들은 거칠고 강한 모습만을 보일 뿐이다. 언제나 굳어있는 표정에 진지함으로 뭉쳐있다. 웃는 모습을 보이면 큰일이라고 나는 모양이다.
반면 윤재희는 항상 너무 부드럽다 못해 허점투성이고 여성성의 최첨단을 달린다. 그녀를 잡아끌고 밀어붙이고 것은 남자들이다. 그녀는 강하고 거칠고 무뚝뚝한 남자 사이에서 갈대같이 오락가락한다.
사람에 따라 마초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모두 다 그러한 인물형을 강제 받을 이유는 없다. 왜곡된 성별의식을 형성시키는 한은 더욱 그렇다. 드라마를 이렇게 편견된 잣대로 보는 것은 여성의 심리를 모르는 것이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적어도 남성다움의 강조가 남성에게는 엄청난 부담이 된다고 할 때 강한 척하는 한기주의 인간적인 면, 고뇌 같은 것을 보이지 않는다면 <프라하의 연인>은 <파리의 연인>보다 더 후퇴한 성역할과 인식에 머물 뿐이다. 아니, 인간에 대한 치우친 조명일 수도 있다.
덧붙이는 글 | gonews에 보낸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