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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맞고 있는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
위기를 맞고 있는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김윤규씨 부실 감사보고서로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의 이미지가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통일부 조사 결과 남북 협력기금 유용 의혹을 담은 현대의 감사보고서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봉조 통일부 차관은 "현대는 정부업무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언론에 유출한 점 등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현대를 호되게 비판했다. "현대는 이에 대한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책임론까지 언급했다.

결정적으로 현대 감사결과 보고서의 '비자금 조성 금액 중 남북협력기금 관련 금액 50만 달러'는 사실과 달랐다. 현대는 "김윤규씨의 비리는 사실"이라고 밝혔지만, 오해를 일으킨 부분에 대해 송구스럽다며 사과까지 했다.

김윤규씨 징계를 '읍참마속'의 결단이라고 밝힌 현정은 회장의 고백은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여전히 냉랭한 대북 파트너

현정은 회장을 가장 괴롭히는 상대는 북쪽이다. 김윤규 전 부회장의 퇴출 이후 대북사업의 파트너인 북쪽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다. 9월부터 절반(600명)으로 줄어든 금강산 관광객 수 제한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북이 개성관광을 롯데관광에 제의한 것도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더욱이 김정일 위원장이 선물로 주겠다고 약속했던 백두산 시범 관광에도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김윤규 전 부회장이 이사회에서 대표이사직을 박탈당했던 지난 5일. 북은 "백두산 시범관광 문제를 협의하자"고 한국관광공사에게만 보낸 전문을 공개했다.

물론 지난 달 관광공사가 북에 보낸 공문에 대한 화답 형식을 띄고 있지만, 백두산 시범 관광의 한 주체인 현대 아산은 이 과정에서 빠져있다.

정부나 한국관광공사 모두 "북이 현대를 배제하자는 것은 아니"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북이 여전히 현정은 회장에게 불만이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정동영 통일부장관은 방북 당시 현정은 회장과 리종혁 북측 아태평화위부위원장의 면담을 주선했지만 성사 여부 역시 불투명하다.

거기다 현대그룹은 김윤규씨를 쳐내기 위해서 무리하게 '남북협력기금'을 끌어들였다가 통일부와 관계도 틀어지게 됐다.

위기 때마다 꺼내든 '국민기업론' 이번엔...

'대북사업=현대'라는 독점권이 심각하게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현정은 회장으로서는 뭔가 위기를 돌파할 카드가 절실한 시점이다. 현정은 회장은 위기 때마다 여론을 적절하게 이용해왔다. '숙부의 난'을 승리한 원동력은 '국민기업'이란 카드였고, 김윤규 전 부회장의 퇴출의 명분으로는 투명 경영을 내세웠다.

국민기업은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히든 카드'였을지 모르지만, 김윤규씨 문제는 간단치 않다. 일부 언론에 감사보고서를 넘겨주면서까지 정당성을 확보하려했지만 난관에 봉착해 있다.

현대가 김윤규씨 문제를 신속하게 정리하고 대북사업을 차질없이 진행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파트너인 북을 설득해야 한다. 대북사업의 독점권을 유지하기 위한, 위기를 돌파할 또 다른 반전이 필요하다.

현정은 회장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까?

이 달 중순쯤 귀국할 김윤규씨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와 이날 말 예정된 북쪽과 진행할 백두산 시범관광 협상이 현대 대북사업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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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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