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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지연

삼성의 지배구조와 관련하여 삼성생명과 삼성카드의 금산법(금융산업구조개선에관한법률) 위반 여부가 핵심적인 의제가 되고 있다.

현재의 분위기로 보아서는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소유지분(25.6%)에 대하여는 처분명령을 내리겠지만,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소유지분(7.23%)은 그대로 눈감아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금산법 처리 방향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금산법으로는 삼성의 지배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시키지 못한다는 것이 현 삼성 정국의 본질적인 문제이다. 사실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하여 금산법 위반 여부는 주변부에 불과하며, 핵심부는 따로 있다.

위의 삼성 지배구조 그림에서 ①은 금산법의 문제이다. ①의 소유지분을 금산법에 따라 5%로 제한한다면 그 정도가 약해지기는 하겠지만 순환출자 및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삼성 지배구조 개선에 있어서 핵심은 ②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을 지배하는 구조에 있다.

우리나라 금융지주회사법에 의하면, A회사가 금융기관인 B회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주식보유액이 A회사 자산총액의 50%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A회사는 금융지주회사의 요건을 갖추게 된다.

삼성에버랜드의 경우 2003년 12월 31일 현재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 평가액이 삼성에버랜드 자산총액의 50%를 초과한 바 있다. 삼성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에 해당되는 경우 금융지주회사법 제19조에 의거하여 금융자회사인 삼성생명은 자신의 업무와 관련 있는 금융기관 외의 다른 회사를 지배할 수가 없다.

삼성생명은 다른 특수관계자의 지분을 합하여 삼성전자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자회사가 되는 경우 삼성전자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받게 된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의결권 제한 땐 씨티뱅크가 최대주주

▲ 삼성전자 수원공장 가운데 우뚝 선 정보통신연구소.
ⓒ 권우성
삼성전자의 지분구조를 보면, 삼성생명의 지분이 7.2%고 계열사를 비롯한 특수관계자의 지분이 8.8%로서 전체 16.05%를 가지고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다.

한편, 개별 주주 기준으로 볼때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는 씨티뱅크(Citibank N.A)로서 보통주의 9.57%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삼성생명이 금융자회사가 되어 삼성전자에 대한 의결권이 제한되는 경우에는 삼성 대 씨티뱅크(Citibank N.A)의 지분은 8.8% : 9.57%가 되므로 계산상으로는 씨티뱅크(Citibank N.A)가 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있게 된다.

(씨티뱅크(Citibank N.A)는 외국계 펀드로서 사실상 삼성의 우호지분이라는 설이 있다. 그러나, 아직 이에 대한 확인된 증거가 없다. 또한 그동안 삼성 측이 외국자본에 의한 경영권 위협을 지배구조 개선을 회피하는 주요 핑계로 삼았기 때문에, 역지사지로 '외국자본에 의한 경영권 위협'을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의 주요 이유로 삼고자 씨티뱅크를 일단 일반적 외국자본으로 취급한다.)

이러한 우려는 먼 훗날의 일이 아니라 바로 코 앞에 닥친 일이다.

에버랜드는 금융지주회사에 해당되지 않기 위해 필요도 없는 부채를 늘려 일단 삼성생명 지분의 비율을 자산총액의 50% 밑으로 묶어 두었다. 그리고 삼성생명 주식에 대한 평가방법을 지분법에서 원가법으로 바꾸었다.

지분법에 의하면 삼성생명의 영업실적에 따라 주식평가액이 올라가므로 삼성생명 지분 비율이 계속 증가하게 되지만, 원가법에 의하면 삼성생명의 영업실적에 관계없이 주식평가액이 고정되므로 삼성생명의 지분 비율을 계속 50% 아래로 묶어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버랜드가 보유한 삼성생명의 주식은 지분법에 의하여 평가해야 한다는게 대다수 전문가의 의견이다.

기업회계기준에 의하면, 지분율이 20%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무조건 지분법에 의하여 보유주식을 평가하여야 하고, 지분율이 20% 미만인 경우라도 투자회사가 피투자회사에 대하여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지분법으로 평가하도록 되어 있다.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음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따라서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 주식의 평가방법을 원가법으로 바꾼 것 역시 곧 문제가 될 것이고, 평가방법 변경이 부당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삼성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에 해당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삼성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에 해당되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하게 될 뿐더러 삼성에버랜드 스스로는 공정거래법 제8조의2 제2항 제4호에 의해 금융업 외 타회사의 주식을 소유할 수도 없게 된다. 이 경우 삼성의 지배구조는 근본적으로 흔들리게 된다.

삼성 지배구조 핵폭탄은 '금융지주회사법'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삼성의 지배구조와 관련하여 금산법이 수류탄이라면 금융지주회사법은 핵폭탄이다. 지금의 상황은 눈 앞에 닥친 핵폭탄은 못 보고, 손에 주어진 수류탄만 만지작거리는 격이다.

삼성의 지배구조를 고쳐야 하지만, 삼성전자의 경영권이 외국자본에 의해 위협받는 것 역시 국민이 바라는 바는 아니다. 따라서, 지배구조의 개선과 경영권 안정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대안을 서둘러서 마련해야 한다.

삼성생명을 삼성그룹에서 분리시키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삼성에버랜드를 비롯한 삼성계열사들이 보유한 삼성생명의 지분은 전부 37%(제일은행 신탁분 포함)가 된다. 이를 전부 처분하여 삼성생명을 삼성그룹으로부터 분리시키고 처분대금으로 삼성전자의 주식을 매입해서 위 그림의 ③과 같이 에버랜드가 삼성전자를 직접 지배하는 구조로 가자는 것이다.

삼성계열사의 삼성생명 지분을 전부 매각하는 경우 그 대금은 수조원이 되므로, 인수자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아마 산업은행과 같은 국책은행 정도가 인수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산업은행이 삼성생명의 대주주가 된다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7.23%는 외국자본에 대항할 수 있는 우호지분의 역할을 할 수가 있다.

현재 삼성생명의 정확한 주식가치가 얼마인지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대개 30만원~70만원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삼성계열사의 삼성생명 주식을 모두 처분하여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인다면 에버랜드와 계열사의 삼성전자 지분은 11.3%(30만원인 경우) - 14.7%(70만원인 경우) 정도가 된다. 여기에 삼성생명의 우호지분 7.23%를 합치면 18.5%~21.9%의 지분이 경영권 안정을 위해 확보될 수 있다. 이는 현재의 지분율 16.05%보다 높다.

따라서, 이 대안은 경영권 안정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금융산업과 산업자본의 분리 원칙에도 충실하다.

이건희 회장 욕심 계속되면 경영권 위협 상황 지속될 것

여태까지는 삼성생명이 이건희 회장 일가의 삼성 지배권을 유지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골치 덩어리가 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욕심 때문에 삼성생명을 계속 끌어안고자 한다면 경영권을 위협받는 상황이 계속 이어질 것이며, 이를 회피하기 위하여 온갖 변칙과 탈법이 행해질 것임은 불보듯이 뻔하다.

정부·여당은 더 이상 삼성의 눈치를 보아서는 안된다. 위와 같은 확실한 대안을 갖고 이건희 회장이 욕심을 버리도록 압박해야 한다. 이리저리 눈치 보느라 우왕좌왕하는 동안 법질서는 유린되고, 외국자본은 삼성전자에 군침을 삼킬 것이다.

삼성을 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복잡하다. 이건희 회장 일가의 편법증여와 각종 법질서 유린 행태는 밉다. 그래서 비난한다. 사실 그 정도의 불법을 저질렀다면 물러나는게 당연하다.

▲ 윤종훈 회계사
그런데 이건희 회장 일가를 대체할 경영 주체가 보이지 않는다. 외국자본은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

한편으로는 밉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외국자본으로부터 보호해주어야 하는 복잡한 심정 때문에 누구든 확실한 대안을 내놓기가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대안을 내놓는 순간 어느 쪽으로부터든 비난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부담스럽지만 더 이상 미룰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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