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 보스>는 소설 형식을 빌린 경영서적이다. 소설과 경영이 바로 연결되지는 않지만,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위대한 보스에 대해 말하고 있다. 더구나 '위대한 CEO의 성공지침서'라는 소제목까지 붙었다. 그래서 소설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미국 굴지의 마이크로 칩 제조 회사 '인카텔'은 월 스트리트의 주목을 받으며 '테라로직스'를 인수하는 역사적인 합병을 성사시켰다. 하지만 테라로직스는 최신경영기법, 최첨단설비와 기술, 우수인재를 두루 갖추고 있음에도 기대치를 밑도는 성과를 보인다. 이에 인카텔은 테라로직스에 새로운 경영인을 급파,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새롭게 경영을 맡은 주인공 '그렉 라이트'는 회사 사활이 걸려 있는 계약 납기일에 현실적으로 납품이 불가능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버치'에게 자문을 구한다. 버치는 그렉에게 단언한다. "종족의 마음을 움직여서 성과를 얻어라!"라고.
저자 '레이 임멜만'은 기업의 업무기능별 작은 집단의 단위를 '종족' 개념으로 파악했다. 이는 저자가 직접 관여했던 200여 개 기업의 사례에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했다. 저자는 성공한 기업을 만들려면 기업 내 강력한 종족을 형성하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도대체 21세기 첨단 시대에 종족이라니?'라는 의문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 책을 덮기 전까지는.
저자가 버치의 입을 통해 말하는 것이자 이 책의 화두인 종족은 기업 내에서 생산, 영업, 관리 등 업무에 따라 나뉘기도 하고, 경영자와 직원, 본사와 계열사, 경쟁회사간에 적용되기도 한다. 저자는 종족 개념을 '개인의 가치와 안전, 종족의 가치와 안전'이라는 4가지로 구분해 기업 내 상호작용의 기본 요소로 삼는다.
개인과 종족은 기업을 포함한 모든 조직에서 각자의 가치를 추구하는 동시에 안전을 꾀한다. 그래서 가치와 안전은 개인과 종족의 심리 및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4가지 요소들은 다양한 상황 속에서 개인 대 개인, 개인 대 종족, 종족 대 종족 간에 변화무쌍한 관계를 형성한다.
저자는 종족의 차원 5개와 종족의 속성 23개를 그렉과 버치의 문답 형식으로 제시하면서, 위기에 처한 기업과 보스가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레이트 보스>는 종족의 차원과 속성을 알아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한다.
위대한 보스는 개인과 종족의 안전과 기회를 효율적으로 이끈다
기업의 문제는 생산설비나 제품, 기술 또는 인재와 같은 물리적인 것이 아니다. 구성원(개인)과 부서(종족), 본사(종족)와 계열사(종족), 회사(종족)와 경쟁회사(종족) 간 의사소통이 안 되고 이해가 충돌하는 것에 있다. 저자는 조직의 성공과 실패는 이러한 관계를 어떻게 조율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종족의 차원에서 개인들은 자신의 속한 종족의 구성원임에 의해 사회적으로, 정서적으로 그리고 심리적으로 정의된다. 이는 생산, 품질관리, 경영, 영업 등으로 구분된다. 이러한 대전제를 바탕으로 종족의 차원은 개인과 종족의 안전, 기회로 다시 나뉜다.
개인들은 위협에 처해 있을 때 안전을 강화하도록 행동하고, 위협에 처해 있지 않을 때 자기 가치를 강화하도록 행동한다. 종족들은 그들의 안전이 위협에 처해 있다면 자기 보존을 보장하도록 행동하고, 그들의 안전이 위협에 처해 있지 않을 때 자기 가치를 강화하도록 행동한다. 결국 개인과 종족은 상황이 다를 뿐 같은 행동방식을 보인다.
이런 이유로 테라로직스의 그렉과 인카텔의 그렉은 이중적인 모습을 지닌다. 인카텔에서는 파견된 보스로서 개인의 안전과 기회를 생각하지만, 테라로직스에서는 최고 보스로서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렉만의 문제가 아니라 생산부서, 영업부서, 품질관리부서 등에 있는 직원들에게도 항상 존재한다.
결국 조직과 기업에서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것은 사람이다. 조직은 소수의 보스와 그를 따르는 다수의 부하직원들로 구성된다. 조직 내에는 보스와 직원 사이는 물론, 직원들 간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이 있다. 상하에 따른 수직적 인간관계와 업무기능에 따른 수평적 인간관계가 그것. 종족 개념은 바로 이러한 인간관계를 원만하게 운영하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위대한 보스는 자질을 타고 난다기보다 조직을 구성하는 개인과 종족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행동함에 따라 만들어진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의 생각대로 이 책은 성공하는 기업과 위대한 보스가 되기 위해서 밤낮으로 고심하는 경영자들에게 의미 있는 성찰을 제공한다.
"마음을 움직여서 성과를 얻어라! 당신은 위대한(GREAT) 보스(BOSS)인가? 무능력한(DEAD) 보스(BOSS)인가?"
<그레이트 보스>는 책 표지에서 단도직입적으로 묻고 있다. 대답은 보스로 살아가고 있고, 위대한 보스를 꿈꾸는 사람들의 몫이다.
| | 위대한 CEO의 성공지침서, <그레이트 보스> | | | 기업, 정치 등 조직을 끌고 가는 이들에게 필요한 책 | | | | <그레이트 보스>는 경영 서적이지만, 기업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가 말하는 종족의 차원 5가지와 종족의 속성 23가지를 짚어가다 보면 어느 조직에서든 적용이 가능한 내용이라는 데 이의를 달기는 어려워 보인다. 사람의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들은 '개인'과 '종족(개인들의 최소 집단 단위)'을 넘나들며 자신과 종족의 안전과 기회를 생각한다. 개인의 일과 종족의 일을 분리해 사고하는 경향이 있다. 저자는 바로 이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종족의 속성을 일일이 열거하고 있다.
저자가 종족의 속성 중 하나로 든 '강력한 종족은 공통의 적을 가져야 한다'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는 우리나라 기업과 정치권 등 여타 조직에서 바로 적용된다.
통신기업의 경우 에스케이텔레콤과 케이티에프, 엘지텔레콤 등으로 나눠져 있는데 이들은 서로를 '공통의 적'으로 삼아 하나의 종족으로 뭉친다. 기업별로 묶이는 것도 강력한 종족의 속성이다. 이는 삼성, 현대, 엘지 등 기업집단별 경쟁의 이유이기도 하다.
강력한 종족은 정치권력관계에서 여실히 증명된다. 정치권은 권력을 사이에 놓고 여당과 야당이 서로를 공통의 적으로 삼는다. 더욱이 저자가 말하는 여러 종족의 속성은 정치권 곳곳에 드러난다.
평소에는 종족(정당)의 가치를 드높이다가도 어느 때는 개인의 가치를 우선하기도 한다. 특히 선거기간에 공천을 받거나, 대권을 향해 경쟁을 할 때면 종족보다 개인의 안전과 가치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저자가 말하는 종족의 또 다른 속성 중 '강력한 종족은 절대적인 충성을 기대한다'는 전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강력한 종족은 존경 받는 상징인물을 갖고, 종족의 성공에 헌신하는 지도자를 갖는다'는 전제도 충족해야 한다. 그 전제와 충족의 달성 여부는 결국 위대한 보스를 지향하는 사람들에게 달려 있다.
이 책은 '위대한 CEO의 성공지침서'라는 소제목을 붙였지만, 최고책임자뿐만 아니라 중간관리자, 말단사원에 이르기까지 읽어볼 만하다. 정치인의 경우는 더욱 그럴 필요가 있다. 이 책은 단순히 사람을 다루는 기술에 대한 것이 아니라, 개인과 조직의 안전과 가치를 동시에 꾀하는 법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 최육상 | | | | |
덧붙이는 글 | <그레이트 보스> 레이 임멜만 지음/함정근 번역감수/도서출판 무한/679쪽/2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