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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국립재활원에서 '미혼 성인 장애인 성문제'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개최되었다.
지난 12일 국립재활원에서 '미혼 성인 장애인 성문제'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개최되었다. ⓒ 김지숙

미혼 성인 장애인 성(性) 문제에 대한 세미나 개최로 다시금 장애인의 성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국립재활원(원장 김병식)은 12일 오후 2시 국립재활원 대강당에서 '미혼 성인 장애인 성문제'를 주제로 '2005년 성재활세미나'를 개최하고 미혼 남성·여성 장애인과 정신지체장애인의 성 문제와 미혼성인장애인 성문제의 대안에 대해 논의했다.

국립재활원 척수손상재활과 이범석 과장은 '우리나라 미혼 남성 척수장애인의 성문제'에 대한 발표에서 "현재 우리나라 장애인의 성재활 문제는 크게 '정신지체인의 성문제'와 '배우자가 있는 장애인의 성문제', '배우자가 없는 미혼 장애인의 성문제'로 나누어진다"고 밝혔다.

이 과장은 "특히 배우자가 없는 미혼 장애인 성문제의 경우, 배우자가 있는 장애인과 달리 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되는 대안들이 사회의 윤리·문화적인 문제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접근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밝혔다.

미혼 남성 척수장애인의 성생활 만족도, 10점 만점에 3.1점

국립재활원 척수손상재활과 이범석 과장
국립재활원 척수손상재활과 이범석 과장 ⓒ 김지숙
이 날 세미나에서는 국립재활원에서 57명의 남성 척수장애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우리나라 미혼 남성 척수장애인의 성문제에 대한 연구 결과'에 대한 발표도 이루어졌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미혼 남성 척수장애인의 '성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3.1점으로 나타나 '일반적인 삶에 대한 만족도(5.3)'보다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척수손상 후의 성 욕구는 손상 전보다 감소하는 것(80.7%)으로 나타났으며, 현재 사용하고 있는 성욕구의 해결방법으로는 주로 성적인 공상(45.6%)과 인터넷 포르노 사이트(45.6%)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성에 대한 가장 큰 고민은 '발기부전(43.9%)'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미혼남성 성재활 프로그램의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는 응답자 57명 전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며, 성문제에 있어 가장 도움을 받기 원하는 부분은 '이성을 만날 수 있는 모임 주선(63.2%)'과 '섹스자원봉사제도 또는 국가지원제도(54.4%)'로 조사됐다.

"여성 장애인의 생리 현상도 이해 못하는 사회"

또한 이 날 세미나에서는 미혼 여성 척수 장애인이 가지고 있는 성문제와 뇌성마비를 가지고 있는 남성 장애인이 겪어야 했던 성문제에 대한 사례도 발표되었다.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선희 상담가는 "여성인 자신이 장애인이 되자 임신과 월경 등 여성으로서의 당연시되는 자연스럽고 생리적인 일들에 대해 의아해 하는 사람도 있었고 장애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만남 자체를 거부하는 사람도 있었다"며 장애 여성으로서 겪는 이중고에 대해 토로했다.

또한 이 씨는 "인간이 가지는 성적 욕망은 자연스러운 과정이기 때문에 성적 욕구에 대해 인정하고, 관계하기 위한 경험에 있어서는 미숙한 성 정보로 상처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진장애인자립센터 김경태 활동가는 "장애인들은 왜 성 욕구를 자위를 통해서만 해결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주변 사람에게 요청해서 욕구를 해결하는 경우도 있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어 김 활동가는 장애인들의 성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성매매 특별법을 폐지하고 합법화하여 국가 차원에서 장애인 성 도우미 제도가 실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신지체인의 성에 대한 관심과 욕구, "비장애인과 다를 바 없어"

이 날 세미나에서는 성인 정신지체장애인의 성 문제에 대해서도 다뤄졌는데, 성인 정신지체장애인의 경우 다양한 성 문제가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나눔의 집 유찬오 신부, 에이블뉴스 성재활센터 조항주 소장, '핑크 팰리스' 서동일 감독(왼쪽부터)
나눔의 집 유찬오 신부, 에이블뉴스 성재활센터 조항주 소장, '핑크 팰리스' 서동일 감독(왼쪽부터) ⓒ 김지숙

정신지체장애인시설 나눔의 집 유찬오 신부는 "정신지체인의 경우 성폭력 피해자였던 여성 장애인이 가해자가 되기도 하며, 성폭력을 통해 성에 대해 눈을 뜬 이후 정기적인 가출로 이어지고 있는 등 다양한 형태의 성 문제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유 신부는 "사람들은 정신지체장애인이 지적 발달이 미숙하다고 해서 육체적인 성숙 및 성적인 것에 대한 관심이나 능력도 미숙할 것이라는 오해를 하고 있다"며 "정신지체인 역시 대부분 비장애인과 다를 바 없는 성적 욕구와 성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 원장은 정신지체인들의 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신지체인들의 성 실태 파악 ▲성교육 프로그램 및 교보재 개발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는 환경조성 ▲성적 욕구를 올바로 해소할 수 있는 방법 모색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애인의 성적 관심과 욕구, '너무도 당연한 일'

이 날 세미나에서는 '장애인의 성'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핑크 팰리스'의 일부 상영도 이루어졌다. 서동일 감독은 "장애인에게 성적 욕구가 있다는 것은 비장애인이 성욕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너무도 당연한 일 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한 서 감독은 "장애인의 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구성원이 장애인이 가지고 있는 성 욕구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이것에 대한 인정이 있은 후에 장애인의 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고민과 노력들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미혼 성인 장애인의 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이블뉴스 성재활센터 조항주 소장은 "성인용품 등을 이용한 자위행위와 결혼 등을 통한 일반적 대안과 함께 사회적 접근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 소장은 장애인의 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대안으로 "▲자위를 도와주는 것에서부터 성관계를 가지는 것까지 포괄적인 행위를 뜻하는 '섹스 자원봉사' ▲생활기구로서 성인용품을 활성화하는 것 ▲사회복지시설에서의 성교육과 워크샵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미혼 성인 장애인의 성문제, 사회의 윤리·문화적 문제로 어려움 존재

한편, 이 날 세미나에서는 미혼 성인 장애인의 성 문제를 단순히 성적 욕구를 해결하기 위한 성 행위로 보는 것은 우려가 된다는 것과 미혼 성인 장애인의 성문제가 지나치게 남성 중심적으로 다루어졌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 날 세미나의 한 참석자는 장애인의 성 문제를 삽입 자체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미혼 성인 장애인의 성문제를 단순히 성적 욕구를 해결하기 위한 성 행위로 보는 것은 상당히 위험스럽다"며 "이에 앞서 이성과의 자연스러운 만남이 이루어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이성과 만나고 싶어한다는 것과 이성간의 만남 뒤에 이어지는 신체적 접촉 등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런 것에 있어 사람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날 세미나에서는 미혼 성인 장애인의 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섹스자원봉사 등의 여러 가지 대안과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었지만 사회의 윤리·문화적인 문제 때문에 명쾌한 해결 대안을 찾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 날 개최된 '미혼 성인 장애인 성문제' 세미나를 계기로 향후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과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간에 의견수렴을 위한 적극적인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 장애인인테넷신문 http://w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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