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중 무능하고 가난한 남자와 결혼한 친구가 있다. 원래 이 친구의 희망은 자기가 가난 때문에 고생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결혼만큼은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해 인생역전을 하겠다는 다부진 포부를 갖고 있었다. 가난한 남자는 절대로 만나지 않겠다고 자신에게 암시를 보내며 살아 왔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남자와 비오는 날 우산을 함께 쓰게 됐다. 그런데 그 남자가 손을 잡더라고, 남자의 손이 너무 따뜻하고 느낌이 좋았다고 했다. 그래서 이전에 갖고 있던 결혼의 조건은 쓰레기통에 다 버리고 가난한 남자와 결혼했다.
결혼은 위의 친구처럼 사랑하는 사람이랑 하는 걸까, 조건을 보고 맞춰서 해야 하는 걸까? 현실적인 이런 고민이 MBC 드라마 <비밀남녀>에는 반영돼 있다.
"저 남자, 멋지고 근사해. 하지만 도경씨처럼 편하고 재미있는 맛은 없어."
"저 여자, 멋지고 근사해. 하지만 영지처럼 애틋하게 다가오지를 않아."
<비밀남녀>의 킹카 준우와 아미의 독백이다. 상대의 조건은 완벽한데 사랑에 빠지지 못한 이들. 이들은 둘 다 별 볼일 없는 파출부와 날라리를 마음에 두고 있다. 허나 별 볼일 없다는 조건은 연애를 하는 데는 방해꾼이 아니지만 결혼에는 걸림돌인 것.
"그래도 결혼은 이 사람과 해야 되겠지."
결혼은 사랑보다는 조건이 엇비슷한 아미와 준우로 해야겠다는 준우와 아미의 독백이다.
준우와 아미가 고급 레스토랑에 앉아 비싼 스프를 먹으면서 상대방을 재보고, 평가하면서 결혼에 대한 생각과 자신의 감정을 살펴 보고 있는 장면이었다.
일반적으로 드라마는 결혼의 조건을 사랑으로 봤다. 이런 가치관이 견고했기에 신데렐라들이 무수히 양산될 수가 있었다. 그 중 최고 걸작은 아마도 <굳세어라 금순아>의 금순이가 아닐까? 고등학교 졸업의 미용사에다 애까지 딸린 악조건으로 의사 총각 남편을 만났으니... 사랑으로 모든 걸 극복한 케이스였다.
그러나 현실이 이렇게 사랑으로 모든 게 극복될까? 현실은 확실히 아니다. 비슷한 남녀를 연결 시켜 주는 결혼정보회사가 성행하고 있고, 연애 결혼보다는 조건에 맞춰 결혼한 중매 결혼이 오히려 더 잘 산다는 인식이 사람들 사이에 뿌리 내리고 있을 정도로 결혼은 조건이 맞는 사람들 끼리 하는 게 낫다는 여론이 많다.
현실과 드라마의 이중 플레이에서 <비밀남녀>는 현실적 가치관을 일정부분 반영하고 있다. 그래서 영지에게 사랑의 감정을 갖고 있지만 결혼 문제에 있어서는 오히려 아미에게 기울고 있는 등 갈팡질팡하고 있는 준우의 캐릭터에 대해 드라마의 문법에 익숙한 이들은 속물적이라고 비난도 하지만 현실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