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포에 가기 위해서는 꼭 지나야 하는 부안, 그 부안 초입에 동진강이 있다. 그 풍요로운 벌판을 살찌우는 동진강이다. 조금 가다보면 거대한 방조제가 눈에 들어 온다. 깊은 바다를 가로질러 한참이나 뻗어 나간 새만금 방조제. 어디까지 뻗어 있는지 눈으로 확인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저 멀리 배수갑문 공사가 진행 중인 것 같다.
20여년 전만해도 채석강의 운치는 정말 괜찮았다. 바닷물이 빠졌을 때 채석강 바로 옆까지 걸어 나가서 켜켜히 쌓인 암석의 장관을 감상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격포항 방파제가 축조됐고, 방파제는 채석강의 운치를 반감시켰다.
오후 햇살을 받은 격포항 고깃배보다 낚싯배들이 더 많다. 늦은 오후 햇빛이 격포항에 비치면서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바다에 비친 햇살이 현란한 색깔을 연출해 냈다.
벼르고 별렀던 전어구이, '언젠가는 꼭 먹고야 말거야'라고 별렀던 전어구이를 오늘 드디어 맛봤다. 전어구이가 나오자마자 젓가락이 번개 같이 움직이면서 한 입에 머리부터 들어갔으나, 다시 꺼내서 접시에 놓고 기념촬영부터 했다. 깨가 서말이라는 전어 머리, 머리가 사라진 전어도 역시 기념촬영감이다.
전어삼매경에 빠져 있는데, 앞에 앉아서 같이 먹던 아내가 창밖을 보란다. 음식점 주인에게 물어 보니 옥상에 올라가면 일몰을 볼 수 있단다. 전어도 먹고 서해일몰 장면도 카메라에 담았으니 오늘 하루 여행은 괜찮았다. 정신없이 찍다보니 벌써 해는 뚝 떨어져 사라져 간다.
완전히 자취를 감춘 해를 뒤로하고 돌아서니 달이 저 산넘어 허연 얼굴을 내밀었다.
이 말은 하고 싶지 않았으나, 그래도 적어 둔다. 부안 격포, 곰소가 어딘가? 젓갈의 고향이 아니던가? 오늘의 주인공, 전어구이 옆에 보이지 않게 한 접시 명함을 내민 황석어젓이었지만, 그 맛은 전어구이 빰치는 맛이었다.
부안에서는 황석어젓만으로도 공기밥 두세 그릇은 가뿐하게 해치울 수 있다. 어슴푸레한 초 저녁, 차가운 밤공기와 물 빠진 부안 앞바다를 옆에 두면서 집으로 향하는 길은 피곤함보다 맑아진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