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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그룹 본관건물.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그룹 본관건물. ⓒ 오마이뉴스 권우성
"삼성이 언론사를 먹여 살린다."

최근 1~2년 사이 언론계 주변에 소문 아닌 소문처럼 떠돌았던 이야기다. 전반적인 경기침체 속에 언론기업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고, 삼성 등 재벌에 대한 광고의존도가 더욱 심화되면서 나오게 됐다. 특히 삼성에 대한 광고 의존도가 방송사나 신문사 가릴 것 없이 높아졌다는 것은 언론계의 정설이었다.

이 같은 정설이 더 이상 '설(說)'이 아닌 '사실'임을 보여주는 보고서(www.samsungreport.org)가 나왔다. 지난 8월 삼성의 입법-사법-행정부-언론의 인적 네트워크를 공개해 파장을 일으켰던 참여연대가 이번에는 삼성과 언론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보고서는 최근 10년동안 삼성과 LG 그룹이 운영하는 언론재단을 통해 저술이나 해외연수를 다녀온 언론인을 집중 분석했다. 구체적인 실명까지는 나오지 않았지만, 3대 방송사와 메이저 신문 간부를 대상으로 한 재벌의 지원실태가 그대로 공개됐다.

또 광고주로서 삼성의 비중이 더욱 커지고 있다. 주요 방송사와 신문사에 매년 광고비로 들어가는 금액도 수천 억원에 달하며, 다른 재벌들과의 격차도 점점 벌어지고 있다.

특히 10대 중앙일간지 가운데 <세계일보>를 비롯해, <국민일보>, <한국일보>, <한겨레> 등의 삼성 광고비중이 높았고, 이른바 메이저신문이라는 '조중동'은 비중이 낮았다. 3대 지상파 방송사의 경우도 SBS가 가장 높았고, 공영방송인 KBS도 MBC보다 삼성 광고가 많았다.

삼성만 2002년 이후 4대 매체 광고비 지출 증가...나머지 3대 재벌은 감소

참여연대 보고서에서 나타난 언론사 광고주로서의 삼성의 비중은 다른 재벌보다 훨씬 두드러진다. 2004년을 기준으로 삼성은 SK, LG, 현대 등 4대 재벌 가운데 방송과 신문 광고비를 가장 많이 지출했다. 전체 광고시장에서의 삼성 비중도 가장 높다.

우선, 지난해 말 기준으로 4대 매체(TV, 라디오, 신문, 잡지) 광고비 총액은 4조6695억원 규모였다. 이 같은 규모는 지난 2002년 총 광고비 5조2840억원보다 무려 6000억원이상 줄어든 것이다.

규모가 이렇게 줄어든 것은 재벌 기업들의 광고비 축소 때문이었다. 하지만 4대 재벌 가운데 삼성그룹만 유일하게 지난 2002년보다 광고비 지출이 증가했다. 실제로 지난 2002년 4대 매체에 2913억원을 광고비로 냈던 삼성은 2004년에 3007억원을 지출했다.

하지만 같은기간 중에 LG와 SK, 현대 그룹 등은 적게는 50억원에서 많게는 300억원이상의 광고비를 줄여왔다. 4대 재벌 내에서도 그룹간 격차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공중파 3사 작년 삼성 광고수익 1763억, KBS도 수신료보다 광고수익 높아

방송3사 광고수익과 4대 재벌과의 상관 관계
방송3사 광고수익과 4대 재벌과의 상관 관계 ⓒ 참여연대
이와 함께, 작년말 기준으로 3대 지상파 방송사(KBS, MBC, SBS)의 광고수익 가운데 삼성은 1763억원을 기록했다. 3사 전체 방송광고비 총액 2조1733억원 가운데 8.1%다. 반면 현대 그룹은 1191억원, SK는 1297억원이었다.

특히 공영방송인 KBS의 경우 국민들로부터 별도의 수신료를 받고 있다. 이는 광고주로부터의 영향력에서 독립해 경영할 수 있도록 마련된 장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를 보면, KBS 역시 기업광고에 대한 의존현상이 여전히 큰 것으로 조사됐다.

작년 KBS의 전체 수익 1조1416억원 가운데 광고수익은 6282억원으로 전체 수익 가운데 55%를 차지했다. 이는 수신료 수익 5134억원보다 1148억이나 많은 금액이다. 수신료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98년 55.2%에서 무려 10.2% 포인트나 감소했다.

최한수 참여연대 경제개혁팀장은 "공영방송인 KBS의 경우 수신료 수입이 감소추세를 보이면서, 기업 광고에 대한 의존 현상도 상대적으로 심화되고 있다"면서 "방송사의 경우 매체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4대 재벌에 대한 광고의존도가 커져 공정성 침해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SBS와 <세계일보>가 삼성 광고비중이 가장 높아

13개 주요신문사의 수익과 4대재벌의 광고비중
13개 주요신문사의 수익과 4대재벌의 광고비중 ⓒ 참여연대
방송에 이어 신문에서도 삼성 '돈'의 지배력은 다른 재벌을 앞선다. 지난해 기준으로 삼성이 지출한 신문광고비 총액은 약 1190억원이다. 이는 13개 중앙 주요 신문사(경제신문 포함)의 총 신문수익 1조6277억원 가운데 7.3%를 차지하는 금액이다.

또 이 같은 금액은 다른 재벌보다 크게 앞선다. 지난해 기준으로 현대는 961억원, SK는 806억원을 신문광고비로 지출했으며, LG는 2003년 기준으로 1010억원을 지출했다. 다른 재벌그룹보다 적게는 100억원에서 많게는 300억원 이상을 삼성이 신문광고비로 지출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번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점은 각 언론사별 광고수익 가운데 삼성이 차지하는 광고비중이다.

작년을 기준으로, 3대 방송사의 광고수익 가운데 삼성 광고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SBS였다. 전체 광고수익 5645억원 가운데, 삼성이 549억원(9.7%)을 차지했다. 이어 KBS가 6278억원 가운데 510억원으로 8.1%, MBC가 9809억원 가운데 593억원(6.0%)이 삼성 광고비였다.

10대 중앙일간지 가운데에는 세계일보가 삼성 광고 비중이 가장 높았고, 이어 국민일보-한국일보-경향신문-한겨레 순이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일간지 가운데 삼성 광고 비중이 가장 낮았다.

세계일보는 전체 광고수익 318억원 가운데 42억원(13.3%)이 삼성 광고였고, 조선일보는 3.2%, 중앙일보는 3.9%만이 삼성의 광고였다. 하지만 광고 금액만으로 따지면 중앙일보가 12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조선일보가 119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2004년 주요언론사 광고수익과 삼성 광고비 지출 현황
2004년 주요언론사 광고수익과 삼성 광고비 지출 현황 ⓒ 참여연대

삼성언론재단을 거쳐간 언론인들... 조중동과 방송사 비중이 높아

이번 보고서 가운데 삼성과 LG 그룹이 운영하고 있는 언론재단을 통한 언론인 지원 규모도 조사됐다. 이들 재벌은 주로 언론인을 상대로 저술활동이나 해외연수 등의 지원을 해왔다.

보고서를 보면, 지난 96년부터 작년까지 삼성언론재단의 지원을 받은 사람은 모두 237명이다. 이 가운데 언론인이 209명으로 전체 88.2%를 차지하고 있다. 언론사별로 보면 ▲중앙일보가 21명으로 가장 많고 ▲KBS가 19명 ▲MBC 16명 ▲동아일보 15명 ▲조선일보 13명 ▲문화와 한국일보가 각각 12명이다.

LG 상남언론재단의 경우 1996년 이후 2004년까지 246명에게 각종 지원을 했으며, 이 가운데 언론인이 240명으로 전체의 97.6%였다. 언론사별로 보면 ▲조선일보가 29명으로 가장 많고 ▲한겨레 19명 ▲KBS와 한국경제신문이 각각 18명 ▲동아일보 16명 순이다.

참여연대는 두 언론재단의 수혜자 모두 중앙일간지와 방송사에 집중돼 있고, 지방언론사의 비중은 매우 낮았다고 분석했다. 또 두 언론재단의 수혜자 가운데 조선, 중앙, 동아 등 소위 메이저 신문과 경제신문, 방송 3사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최한수 팀장은 "지난달 X파일 문제가 나왔을때, 언론의 보도행태가 정-경-관-언 유착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나 불법도청으로 옮겨갔었다"면서 "재벌과 언론과의 관계, 특히 삼성과 언론과의 관계를 실증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기업과 연관된 주요 이슈가 어떻게 왜곡되고, 묻히는지를 알리는 것이 이번 보고서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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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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