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우리나라에서는 '이순신'이고 서양인으로는 '링컨'이며, 동양인으로는 '간디'이다. 특히 내가 존경하는 인물 부동의 1위를 고수하는 이순신 장군에게서 가장 감동하는 이유는 그가 전쟁 중에도 남긴 난중일기 때문이다. 그분의 삶 자체가 감동이지만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목숨마저 위태로운 전쟁터에서 그처럼 철저하게 기록을 남길 수 있었음이다.
어쩌면 장군은 전쟁으로 인한 상실과 상처를 철저하게 벗어나기 위해 그 속으로 들어가 그것을 통과하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으로 기록하기를 택했는지도 모른다. 그는 난중일기를 쓰며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하였으리라. 그는 난중일기를 쓰며 지난날의 경험을 통해 현재의 삶을 조명하고 미래의 시행착오를 줄여 이 나라에 다시는 그런 전쟁이 없기를 바라는 비원을 담았으리라.
서양인으로 링컨을 존경하는 이유도 이순신 장군의 경우와 비슷하다. 링컨은 미국의 여론 조사에서 예수님 다음으로 존경받는 인물이라고 한다. 정직성과 도덕성을 갖춘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링컨은 백악관을 기도실로 만들 만큼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다. 가난한 그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남긴 낡은 성경책을 사랑했으며 해마다 자기 키 만큼의 책을 읽었다고 한다.
정규 교육과는 인연이 멀었지만 그는 책을 통해서 인생의 지혜를 얻고 실천에 옮기며 숱한 고난을 이겨냈으니, 좌절과 실패를 딛고 일어설 때마다 그의 곁에는 늘 책이 있었다. 옳은 것을 옳다고 하고 원수를 사랑하라는 가르침을 행동으로 옮기며 목숨까지 내놓은 그를 미국인들은 깊이 사랑한다고 한다.
인도의 간디 역시 비폭력, 평화주의자로서 자신의 온 생애를 조국의 독립과 안정을 위해 생명을 내놓은 사람이다. 요즘처럼 세계 도처에서 난무하는 전쟁과 폭력을 비롯하여 갈수록 삭막해져 가는 삶의 현장에선 간디와 같은 인물이 그립다.
이렇게 장황하게 내가 존경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어렸을 때 좋은 책을 만나게 해주는 일의 중요성을 말하고 싶어서다. 한 사람의 일생을 결정짓는 4가지 요인으로 어머니와 스승, 책과 종교를 들 수 있다. 링컨은 학교 교육을 받을 수조차 없는 가난한 집의 아들이었지만 그 어머니의 진솔한 가르침과 책을 좋아하는 품성, 종교적인 사랑이 바탕이 되어 훌륭하게 자랄 수 있었다.
이순신 또한 난중일기를 남겼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책을 보았다는 증거이다. 글을 쓰는 조건이 많이 읽고 사색하기가 기본 전제임을 생각할 때 그가 병법서에 능통했음을 짐작케 한다.
내가 가르치는 1, 2학년 복식 학급인 우리 반에는 2학년이 단 한 명이고 1학년이 다섯 명이다. 그런데 2학년인 나라는 왕성한 독서력으로 학업 성취 수준이 매우 높고 감성이 아주 예민해 언어구사력이나 사고력이 고학년 수준이다.
책을 읽으며 눈물을 잘 흘리는 것도 그 아이의 매력이다. 작가와 이심전심으로 통할 수 있다는 뜻이니 그냥 읽는 정도가 아니라 책에 빠져 있다. 우리 반 아이들은 아침부터 '햇살도서실'에 가서 책을 읽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분교라서 도서실이 없었는데 민간기업의 도움으로 실내를 단장하고 책까지 기증받아 멋있는 도서실이 생긴 지 벌써 3개월째이다.
나는 그 때의 감동과 감사함을 잊지 않기 위해 <오마이뉴스>에 타전했었는데 그 기사를 본 방송국 기자가 연락을 해 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다. 우리 분교와 자매결연 행사로 만들었던 '햇살도서실 '소식은 아름다운 뉴스거리로 전해졌다. 그 후 도움이 필요한 다른 학교에도 햇살도서실이 만들어졌고 벌써 5호점까지 생겼다.
최신형 컴퓨터 1대 값이면 작은 분교에 아담한 도서실을 꾸며 줄 수 있다. 물론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았지만 말이다. 어떻게 보면 도서실을 만들어 주는 일은 쉬운 일이 결코 아니다. 철저한 계획과 준비, 인력과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 정성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효용가치는 결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크다고 생각한다. 좋은 책을 아름다운 환경에서 수시로 읽게 해 주는 일은 가정과 학교에서 가장 먼저 해 주어야 할 사명임을 생각하면, 민간기업에서 소외되고 여건이 어려운 시골 학교를 찾아 마음과 정성, 물질을 나누며 아이들에게 도서실을 만들어 주는 일은 매우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선진국에 비해 공교육에 투자되는 교육비의 수준이 높지 않은 우리나라의 교육재정을 감안할 때,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이라는 차원에서도 이러한 '햇살도서실'사업은 아름다운 기부 문화의 전형이라고 생각한다.
꼬박 이틀에 걸쳐 진행되는 이 사업은 주말을 반납하고 참여하는 회사 직원들과 자원봉사 대학생들과 '좋은 세상 만들기'팀이 함께 작업을 했다. '좋은 세상 만들기 팀'은 농촌지역 버스정류장 벽화그리기 활동을 하고 있는 온라인 자원봉사모임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도서실 벽에 벽화 그리기 작업은 물론 전체적인 인테리어 기획 및 제작에 참여했다.
사랑나눔이 봉사팀의 코디네이터를 맡고 있는 박은연 대리는 "처음 만들었기 때문에 힘이 들긴 했지만 어렵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작은 도서실인데도 아이들이 너무 좋아 하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분교에도 도서실을 만들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마침 회사로부터 받은 예산도 있고, 동화책은 교육청 등에서 지원해주기로 했어요"라고 이번 햇살도서실 프로젝트 배경을 설명했다.
'사랑나눔이'팀은 지난 8월 5일과 6일, 연곡분교를 시작으로 9월 15일과 16일, 두 번째 '햇살 도서실'을 해남 마산초등학교 용전분교에 만들었다. 이곳에는 나비 모양의 게시판과 수박과 물고기 모양의 좌식탁자로 꾸몄다. 전체 색상은 파스텔톤으로 아이들에게 부담 없이 언제든지 놀러 와 책도 보고 이야기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문을 열고 들어온 순간부터 행복해 하는 아이들 모습에 봉사자 전원은 힘들었던 작업을 다 잊어버렸다고 한다.
9월 23일과 24일에 만들어진 세 번째 '햇살 도서실'은 전남 순천 황전면 황전북초등학교 회덕분교. 유치부 아이들 6명과 1학년부터 6학년까지 16명, 전교생이 총 22명에 불과하다. 초등부 선생님 3명, 유치부 선생님 1명, 그리고 분교장님까지 5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곳 도서실은 산골 아이들에게 바다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시원한 파도로 4면을 장식하고 문어와 복어 모양의 탁자와 벽에는 귀여운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모습으로 꾸몄다. 한 학부모는 "산골아이들이 시원한 바다에 온 느낌을 책을 읽을 수 있겠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9월 30일과 10월 1일에 진행될 네 번째 대상학교는 담양의 봉산초교 양지분교로 유치부 5명 초등부 24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담양의 양지분교는 옛날 서당 분위기로 실내를 꾸몄다. 조선시대 풍속도로 벽화를 그리고 메주와 호박 넝쿨, 전통문과 멍석 등으로 꾸며 아이들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꾸몄다고 한다.
10월 7일과 8일에는 여수 안일초교 백야분교에 다섯 번째 햇살도서실을 만든 '사랑나눔이' 봉사팀과 써니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은 분교의 빈 교실 하나를 도장, 도서별 라벨 붙이기, 책꽂이 및 탁자 만들기, 커튼 설치, 실내 소품 장식 등의 시리즈 작업을 통해 도서실로 꾸미는 일을 맡는다. '좋은 세상 만들기' 벽화팀은 도서실 한 쪽 벽면에 멋진 그림까지 그려 넣었다.
연곡분교에 처음 선사했던 '햇살도서실 1호'가 5호까지 만들어져서 분교 어린이들의 마음 밭에 알곡을 심어주는 아름다운 장소로 사랑을 받게 되었다니 참 기쁜 소식이다. 이곳에서 책을 읽고 잘 자라난 아이들이 이순신 장군처럼, 링컨 대통령처럼, 간디와 같은 위대한 민족의 지도자로 우뚝 서는 그 날을 그리며 이렇게 좋은 일이 세상에 알려져서 그 감사함도 알리고 보다 많은 도서실이 생겨나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도회지 아이들에 비해 보고 듣는 문화적 체험의 기회가 부족한 분교 어린이들이 아름다운 도서실에서 좋은 책을 읽는 가을 풍경이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지는 이 가을이 아름답다. 시간과 정성, 물질을 나누어 주는 어른들이 있어서 아름다운 단풍이 마음에도 쌓일 것만 같다.
덧붙이는 글 | 햇살도서실의 신화가 햇살처럼 번져 나가서 보다 많은 아이들이 행복해지기를 바랍니다. <한교닷컴>에 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