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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은 어디에 있을까,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이 가을 사랑에 대해 한 번 물어보자.
나의 사랑은 어디에 있을까,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이 가을 사랑에 대해 한 번 물어보자. ⓒ 다산초당
<사랑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LOVE>는 알면서도 모르는 것 같고, 모르면서도 아는 것 같은 '사랑'을 속속들이 파헤친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은 사랑에 대해 모든 것을 말해 주지는 않는다. 오직 이성간의 사랑만을 말하는데 그것도 사랑에 빠지는 단계에 한해서다.

이 책은 사랑에 대해 사회심리학, 임상연구, 정신역학이론 등을 두루 다루며 접근하고 있어 다소 어렵게 느껴진다. 하지만 결론은 '의외로' 단순하다. 이성들이 사랑에 빠지는 데에는 심리적인 요인이 분명히 있다는 것.

저자는 사랑의 심리를 '의식적 선택', '무의식적 선택'. '오래된 사랑' 등 3부로 나눠 분석한다.

1부 의식적 선택에서는 '나의 사랑은 어디에 있을까'라는 물음을 던진다. 사랑은 가까운 곳에 있고(근접성), 영화처럼 시작하고(각성), 조건을 따지고(외모와 성격), 어쨌든 제 눈에 안경이고(유사성과 상반성), 대차대조표를 따져보고(만족욕구와 보상적 사랑),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고(사랑에 빠지는 과정), 남자는 외모를 여자는 돈을 우선하는 것(성 역할과 사랑)에 대해 말한다.

2부 무의식적 선택은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에 관한 질문이다. 사랑을 부르는 마음은 무엇이고(애착이론과 심리적 탄생), 엄마와 아빠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은 어떠하고(프로이트의 사랑학), 내가 꿈꾸는 사랑의 모습은 어떠한지(사랑의 이미지), 사람들의 사랑이야기는 어떻게 다른지(쉬운 사랑과 힘든 사랑)를 논하며 질문의 답을 구한다.

3부 오래된 사랑에서는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사랑과 전쟁을 거듭하는 연인들을 들여다보며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살핀다. 결국 성숙한 관계로 거듭나기를 권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지만.

저자는 커플 심리치료사로서 10년에 걸쳐 수천 쌍의 연인과 부부의 사랑이야기를 들으며 사랑의 신비를 연구했다. '어떻게 하면 사랑할 상대를 쉽게 찾을 수 있는가? 나는 왜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는가?' 이는 이 책의 핵심으로 저자가 던진 가장 큰 질문이다.

저자는 의식적 선택에 있어서도 사랑은 결코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고 한다. 이는 지극히 평범한 말이지만, '사랑은 운명'이라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못마땅할 수도 있는 조언이다.

저자는 임상연구에서 100명의 젊은 남녀를 대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애정관계에 대한 인터뷰와 미국과 이스라엘 사람들의 연애 경험을 비교해 문화적 요인이 사랑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연인과 부부 100쌍을 통해 사랑에 빠진 이유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싫어진 이유를 따졌다. 이는 의식적, 무의식적 선택의 사랑에 대한 근거가 된다.

남자는 예쁜 여자, 여자는 돈 많은 남자?

'남자는 예쁜 여자, 여자는 돈 많은 남자?' 사람들이 흔히 이성을 선택하는 남녀의 주요한 특징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는 저자가 분석했듯이 남자는 종족의 보존을 위해 생물학적으로 젊고 예쁜 여성을 찾는 반면 여성은 육아를 책임질 수 있는 경제력이 튼튼한 남성을 찾는다는 내용과도 일치한다.

하지만 저자는 외모와 경제력은 의식적으로 이성을 선택하는 하나의 조건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그것들만큼이나 성격, 태도, 취미, 관심분야 등도 중요하다는 것.

저자는 의식적 선택으로 제대로 된 사랑을 하려면 외모와 경제력 이외에 다양한 조건들을 살펴보라고 조언한다. 그러면서도 결국 사랑은 의식적인 선택보다 무의식적인 선택에 있어 심리적인 이유가 더욱 크게 작용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를 '관계역학'으로 설명한다.

"사랑이란 결코 눈이 머는 것도 아니며, 예측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잠재적 욕구에 상응하는 필연적인 결과일 뿐이다. 우리가 사랑할 사람으로 누군가를 선택하는 것은 무의식적 인과성 때문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부모, 특히 자신에게 풀지 못한 문제를 남겨준 부모와 닮은 사람을 사랑하는 '내적인 사랑의 이미지'를 갖는다고 분석한다. 더욱이 풀지 못한 문제가 강렬할수록 사랑에 빠지는 경험도 강렬하다면서.

이는 프로이트가 분석한 '엄마아빠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과도 연관이 있다. 즉, "남자는 엄마를 연상시키는 여자와 사랑에 빠지고, 여자는 아빠를 연상시키는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프로이트의 분석과 맞닿아 있다.

저자는 프로이트와 마찬가지로 사랑의 무의식적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어린 시절 경험에 주목한다. 자신의 이성관계에 이상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또는 사랑을 해도 자꾸 실패하는 사람들의 문제는 어린 시절의 경험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이 겪는 모든 문제의 원인은 상대방이 아닌 바로 자신에게 있다고 지적한다.

치명적 이끌림, 사랑은 언제나 움직인다?

저자의 말을 빌리면 열광적인 사랑은 때로 파괴적인 사랑으로 바뀐다. 저자는 이를 '치명적 이끌림'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처음에 호감을 갖게 된 이유가 나중에는 오히려 문제를 일으키는 이유도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무뚝뚝한 남성이라 좋아했는데 나중엔 그것 때문에 싸우게 되고, 다정다감한 여성이라 좋아했는데 그것이 과도한 참견이 돼 싫어지게 돼 다투고 헤어지는 경우가 그렇다. 때문에 저자는 '사랑은 언제나 움직인다'고 역설한다. 언제든 좋은 점이 싫은 점으로 변할 수 있기에.

저자는 처음 상대방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 이유와 나중에 관계를 위협하는 원인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은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사랑의 고통을 성숙의 기회로' 삼으라고 역설한다.

"서로 상대방의 감정과 욕망에 귀 기울이고 상대방의 느낌에 공감을 표현하며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준다면, 처음 사랑에 빠졌을 때와 같은 낭만적 관계를 무한히 이어갈 수 있다."

이 책은 분명 이성간의 사랑 중 사랑에 빠지는 단계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사랑을 준비하거나, 실연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려는 사람들에게 의미가 있다. 하지만 연인으로 부부로 살아가면서 사랑으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해당된다. 의식적 선택이든 무의식적 선택이든 사랑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 책을 집어 들었을 때만큼은 단순히 사랑은 마음 가는 대로 하는 것이라는 말과 사랑에 무슨 논리가 따르느냐는 물음은 잠시 접어 둘 필요가 있다. 더욱이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라는 발칙한 물음에 대한 답을 스스로 구해볼 필요도 있다. 움직이지만 항상 제 자리로 돌릴 수도 있는 것이기에.

덧붙이는 글 | <사랑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 LOVE> 
M. 파인스 지음/윤영삼 옮김/다산초당/450쪽/18,000원


Love, 사랑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A. M. 파인스 지음, 윤영삼 옮김, 다산초당(다산북스)(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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