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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창문 모습입니다.  주렁주렁 달려 있는 것은 조명등 입니다
가게 창문 모습입니다. 주렁주렁 달려 있는 것은 조명등 입니다 ⓒ 김미영

빈 술병을 이용해서 남편이 직접 만든 조명등입니다.   이런걸 만드느라 바쁜걸까요?
빈 술병을 이용해서 남편이 직접 만든 조명등입니다. 이런걸 만드느라 바쁜걸까요? ⓒ 김미영

원래는 칸막이로 쓰던 창호문이었는데, 안에 조명을 넣어 가게의 분위기를 내는데 한몫하게 했습니다.
원래는 칸막이로 쓰던 창호문이었는데, 안에 조명을 넣어 가게의 분위기를 내는데 한몫하게 했습니다. ⓒ 김미영
어제는 모임이 늦게 끝나서 남편과 함께 들어가려고, 남편 가게로 갔다. 일을 도와주고 있는 동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동생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언니, 이번주 토요일에 가게 쉰다는 것 같던데…."
"왜?"
"일일찻집 그런 거 있잖아요. 그거 한다는 것 같았는데…."
"그래? 난 몰랐는데… 물어봐야겠다."

남편에게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다. 그런 일이 있었으면 말을 했을 텐데, 혹시 뭘 잘못 알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 주방에서 일하고 있던 남편에게 다가가 물었다.

"토요일에 쉬어?"
"응."
"왜?"
"일일찻집으로 빌려줬어."
"근데 왜 나한테는 말 안했어?"
"그냥… 뭐 딴 거 할까 해서…."
"나한테 말도 안하구?"
"응."
"진짜 너무하는 거 아냐?"
"아니 아직 결정한 거 아니야. 한참전에 이야기는 하고 갔는데 어젯밤에 다시 왔더라구. 계약한다고. 너한테 말할 시간도 없었어. 내가 가게 쉬면 너가 모르겠냐? 내가 미리 말하면 넌 또 하루 종일 뭐 계획 잡아 놓을 거 아냐."

그 말을 듣는 순간, 난 너무 서운했다. 나는 조금이라도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들고 싶어하는데, 남편은 그 시간을 나 몰래 다른 데 쓰려는 마음을 가졌던 것이다. 그리고 다른 데 쓰려고 맘을 먹었어도 꼭 그렇게 말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 놀래주려고 말 안 한 거지.'

이렇게만 말했어도, 그렇게 서운하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 남편이 시간을 좀 가지고 싶어하는 것,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하루도 쉬는 날 없이 일 하는 남편은 저녁시간에 누구도 맘 편하게 만난 적이 없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하루도 편하게 집에서 쉰 적도 없으니까 말이다. 마음 속으로는 이렇게 이해하는 것 같으면서도 난 왜 진정으로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지 모를 일이다.

결국 남편과 나와 여름이는 토요일을 함께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이번 토요일엔 남편이 좀 편할 수 있도록 무리한 계획(?)을 세우지 말아야겠다.

덧붙이는 글 | 가족이란 무엇일까요. 요즘 저는 가족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을수록 남편과 저의 입장이 좀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그 생각이 다시 같아지는 때는 언제쯤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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