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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수가 많았을 때는 몇 백 명이었던 시설이 그대로 있고 전정해 줄 나무들도 많아서 사철 내내 수목 관리에 고생하시는 주사님의 일손이 참 바쁜 곳이다. 우리 주사님은 학교만 깨끗하게 하시는 게 아니라 학교 밖의 개울 주변까지 정리하실만큼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분이라 일감을 놔두고 쉬는 법도 없고 시간도 고무줄처럼 쓰신다. 여름에는 시원할 때 일하신다며 일곱 시도 못 되어서 나오셔서 풀을 뽑으실 만큼.
문제는 대나무였다. 동네 어귀에 여름철에 버리고 간 잡동사니를 떨어진 대나무 잎을 긁어모아 태운 불꽃이 언덕으로 튀어서 마른 잎사귀에 붙어 순간적으로 불이 붙은 것이었다. 대나무 줄기는 아무리 작아도 톡톡 튀면서 탄다는 특성을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다급한 마음에 혼자 불을 끄시려고 뒹굴다가 화상까지 입은 상태에서도 목숨을 내놓고라도 불을 꺼야 한다며 달려드는 주사님을 말리는 데 더 힘들었던 지난 해 늦가을.
다행히 동네 분들이 함께 나서서 얼른 진화했지만 가장 큰 공은 역시 대나무 숲이었다. 다른 잡목 같으면 얼른 불이 붙었을 텐데 시퍼런 대나무는 불이 잘 붙지 않아서 불이 번지는 것을 막은 셈이었던 것이다, 하마터면 한 사람의 생명이 위급할 뻔 했고 산불로 번졌을지도 모르니 지금 생각하면 대나무 숲은 크나큰 은인이다.
그 대숲은 이제야 온전히 제 모습을 갖추어 숲을 이루고 있다. 나무도 열심히 사는 사람의 정성을 알고 큰 사고로 번지지 않게 해준 은혜를 베풀었으니 어찌 사람만이 세상의 전부라고 할 수 있으랴. 화상으로 병원 치료를 받으시면서도 대나무 숲을 더 걱정하던 주사님의 마음이 통해서였는지 새 잎을 내고 무럭무럭 잘 자라준 대나무들이 참 고맙다.
평생 단 한 번만 꽃을 피운다는 대나무. 그것도 60~120년 만에 단 한번 꽃을 피우고 즉시 생을 마감한다는 대나무의 곧은 절개와 한 치 흐트러짐도 허락하지 않고 꽃을 피우지 못 했으니 죽을 수도 없다며, 불 속에서도 자신을 지켜낸 대나무는 우리에게 왜 살아야 하는지 온몸으로 가르쳐준다. 꽃을 피우기 전에는 죽을 수조차 없다는 숙연한 가르침, 제 할 일을 다 해야 한다는, 말없는 가르침을!
화재가 많이 나는 계절이다. 아껴서 기른 나무들이 한 순간 실수로 죽음을 맞는 계절이다. 예쁜 낙엽을 보며 불조심을 생각한다. 엄청난 자연 피해와 인명 사고, 재산 피해까지 몰고 오는 불조심을 생각해야 할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