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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소. 그냥 먹어도 맛이 아주 좋아요. 그런데 여보, 왜 '호래기'라고 한 줄 아시오?"
"모르겠는데요."
"내가 방금 먹는 것 보았지요. 한입에 '호로록' 집어넣었잖아요. 그래서 '호래기'라고 했답니다. 어시장에서 '호래기'를 파는 할머니가 그렇더군요, 하하."
아내도 따라 웃습니다. 저는 접시에 '호래기'를 담았습니다. 뽀얀 게 보기에 참 좋습니다. 가족들이 식탁에 둘러앉았습니다. 초장에 '호래기'를 찍어먹었습니다. 저는 소주도 곁들였습니다. 아이들도 잘 먹었습니다. 한 접시가 금방 없어집니다. 아내가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무로 채를 썹니다. '채나물'을 만들 모양입니다.
"당신도 이제 바닷가 사람 다 되었소?"
"제가요?"
"'호래기' 채나물도 다 만들고 말이요."
"호호, 고마워요."
'호래기 채나물' 만들기는 아주 간단합니다. 채나물에다 '호래기'를 집어넣기만 하면 됩니다. 그냥 반찬으로 먹어도 좋고 비벼먹어도 좋습니다. 비벼먹을 때는 청국장을 곁들이면 더욱 좋습니다. 물론 참기름도 몇 방울 떨어뜨리면 더욱 좋겠지요. '채나물'에만 '호래기'를 넣는 건 아닙니다. 깍두기에 넣어도 맛이 그만입니다.
어머니께서도 종종 '호래기 채나물'을 만드셨습니다. '호래기 깍두기'도 만드셨지요. 저는 아무리 밥맛이 없을 때도 '호래기 채나물'만 있으면 밥 한 그릇을 가뿐히 비웠습니다. 그러고 보니 어머니 뵙지 못한 지가 조금 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어머니를 뵈러가야겠습니다. 어시장에서 가장 싱싱하고 먹기 좋은 '호래기'를 사가야겠습니다. 호로록. 어머니의 '호래기' 잡수시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