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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출산 소식을 접하고 눈물이 울컥했다는 윤기진 범청학련 남측본부 의장
평양출산 소식을 접하고 눈물이 울컥했다는 윤기진 범청학련 남측본부 의장 ⓒ 박준영
지난 10월 10일 평양을 방문하던 중 갑작스런 산통으로 둘째딸을 출산한 황선씨가 15일 여간의 산후조리를 마치고 25일 낮 12시경 판문점을 거쳐 남쪽으로 내려왔다.

오늘 판문점은 황선씨의 건강한 출산과 통일동이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가족들과 친지들, 그리고 통일운동단체 회원들로 북적거렸다. 특히 판문점 평화의 종각을 에워싼 통일동이 출산 축하 플래카드는 판문점이 분단과 비극의 상징이 아니라 만남과 기쁨의 상징이 되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증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연히 있어야 할 한 사람이 환영의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해, 분단의 현실을 생생히 보여주기도 했다. 바로 황선씨의 남편이자 평양에서 태어난 우리 민족의 첫 통일동이의 아빠인 윤기진 범청학련 남측본부 의장이다. 윤기진 의장은 현재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배중이다.

아내인 황선씨도 남편의 빈자리가 크게 다가왔을까. 집에 도착하자마자 다 회복되지 않은 몸을 이끌고 남편을 찾아갔다. 황선씨는 남편을 보자마자 아이의 얼굴이 담긴 카메라를 내밀었다. 카메라 액정을 통해서나마 아이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 찍힌 사진 한 장 한 장을 보며 설명을 해주는 아내, 카메라 액정을 통해서지만 아이 얼굴을 보며 환하게 웃는 남편.

아기를 본 소감이 어떠냐는 질문에 윤기진 의장은 “사진으로 보니까 어떻게 생겼는지 잘 모르겠다”면서도 “애기 엄마가 (애기가) 건강하다고 하니 다행이다”며 얼굴 근육을 풀지 못한다.

무엇보다도 황선씨가 웃고 있어서 기분이 좋다는 윤 의장은 “작년에 첫애를 낳고 나서 만났을 때는 펑펑 울었는데 이번에는 얼굴도 좋아 보이고 웃고 있어서 마음이 좋다”면서 황선씨의 건강한 모습에 고맙다는 마음을 전했다.

- 사진으로나마 아기 사진을 봤는데 소감이 어떤가.
"사진으로 보니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잘 모르겠다. 직접 보지를 못하니까…. 그래도 애기엄마가 그러는데 아기가 건강하다니까 다행이다."

- 평양에서 출산할 것을 예상했었나.
"전혀 못했다. 올라가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병원에서 가도 괜찮다고 해서 갔기 때문에 예상하지 못했다."

- 출산 소식을 듣고 많이 놀랐을 것 같다.
"처음에는 실감이 나지 않더라. 눈물이 울컥 했다. 출산 다음날(11일) 저녁 늦게야 소식을 들었다. 인터넷을 볼 수 없으니 아마 내가 가장 늦게 알았을 거다."

- 평양산원에서 정성을 많이 쏟았다고 하는데 한 말씀 부탁한다.
"남쪽에서 했어도 어려운 수술이었을 텐데 산원 관계자분들이 온갖 정성을 다해주셨다고 하니 감사하기도 하고 걱정을 끼친 것 같아 죄송하기도 하다. 애기 엄마한테 들어보니 말 그대로 친혈육보다 더한 정성으로 돌봐주신 것 같다.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 둘째 이름은 결정했나.
"한달 전부터 고민했다. 그런데 아직도 결정을 못하겠다. 애기엄마랑 더 상의해서 조만간 좋은 이름을 지어줄 생각이다. 솔직히 이름 짓는 것부터 어깨가 무겁다. 축하의 마음이 고마운만큼 민족적 기대에 보답하며 살아야겠다는 책임감이 커진다."

- 오랜만에 아내를 만났을텐데 아내에게도 한마디 부탁한다.
"산후조리하느라 힘들었을텐데 밝으니까 참 좋다. 작년에 민(큰딸)이 낳고는 고생을 많이 했다. 그때도 애기 낳고 2주 만에 얼굴 봤는데 보자마자 펑펑 울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와 같이 2주 만에 보는 건데 얼굴도 좋아 보이고 활짝 웃고 있어서 많이 고맙다."

- 오늘 둘째는 못봤다. 민이랑 둘째를 언제 볼지 예정이 없는데, 마음이 어떤가.
"오늘 사진으로 우리 민이도 봤는데 둘째랑 첫째랑 둘 다 너무 보고 싶다. 특히 민이는 볼 때마다 쑥쑥 커서 마음이 조급해 진다. 어른들이 말하는 것처럼 '눈에 밟힌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이제는 알 것 같다."

- 딸은 평양에서 태어나고 아빠는 국가보안법 수배자라는 현실이 그 누구보다 가슴 아프게 다가올 것 같다.
"이번에 아리랑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7천여 명의 남측 사람들이 방북했고 우리 둘째는 평양에서 태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보안법이 존재하고 수배자가 있다는 것은 모순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모순이다. 이제는 보안법과의 싸움을 매듭지어야 할 때가 되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잘 싸워서 끝장을 볼 결심이다. 우선 오는 11월6일에 있는 국가보안법 대시민선전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며 향후에도 여론사업에 집중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자주민보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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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자전국회의에서 파트로 힘을 보태고 있는 세 아이 엄마입니다. 북한산을 옆에, 도봉산을 뒤에 두고 사니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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