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이라는 가정 하나. 당신이 경영의 가치판단을 한다면 직원, 고객, 회사, 사회, 리더 중 어떤 것을 우선할 것인가? '번개'는 직원의 입장에서 '고객'을 강조했다. 당신은 어떠한가?
<조영탁의 행복한 경영이야기 2>는 경영자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생각하는 경영의 가치문제에 대한 고민을 던진다. 이 책은 행복한 직원, 행복한 고객, 행복한 회사, 행복한 사회, 행복한 리더 등 총 5부로 나눠져 있다. 이는 저자가 '모두가 행복한 길, 행복한 경영'을 주장하며 매긴 가치의 순서이기도 하다.
"상사가 현장에 전화를 걸어 매출이 얼마나 되는지 등의 데이터를 달라고 하는지, 아니면 현장에서 '도와 달라. 지원해 달라'는 전화가 상사한테 오는지를 살펴보라. 만약 전자면 그 사람의 자리는 위험하다. 그 상사는 부하 직원을 통제하려는 사람이다. 두 번째 사람이라면 안심해도 좋다. 관리직의 유일한 목적은 현장을 지원하고 게임에서 이길 수 있도록 제반 도움을 주는 것이다."(잭 웰치, GE 전 회장)
"동료가 아닌 기업주를 경쟁상대로 삼아라. 기업주처럼 생각하고, 기업주처럼 일을 찾아다니고 그것을 장악하라. 그리고 기업주보다 높은 목표를 설정하라. 정 회장이 위기에 부딪힐 때마다 나를 찾은 까닭은 '이명박은 나만큼, 아니 나보다 더 회사를 자기 것으로 안다'는 인식이 박혀 있기 때문이다."(이명박, 서울시장)
경영은 기업 경영자만의 고민이 아니다. 회장과 직원이든 시장과 기업주든 모두에게 해당한다. 잭웰치와 이명박은 상사와 직원으로서 역할을 강조한다.
"고용 보장은 사장이 아니라, 고객이 하는 것이다. 열심히 일해서 좋은 물건을 만들면, 고객이 사원들 고용도 보장하고 월급도 줄 것이다. 쉽게 말해서 내가 추진해 온 경영혁신의 목표점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모든 사원들이 '고용을 보장해 줄 사람도, 내게 월급을 줄 사람도 결국 고객이다'라고 확고하게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었다."(서두칠, 동원시스템즈 사장)
서두칠 사장의 말대로라면 고객과 직원과 사장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경영의 가치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이처럼 경영은 여러 가치를 한꺼번에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어렵다. 더욱이 추구할 가치가 많다 보면 충돌하는 경우도 다반사. 이것은 이 책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70%와 1%의 승률, 리더라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승패의 확률이 5할일 때에 싸움을 거는 자는 어리석다. 승률이 1, 2할일 때라면 당연히 싸움을 걸지 않을 테니까 문제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9할의 승률이 7할의 승률보다 낫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이것이 포인트다. 그 이유는 승률이 9할 될 때는 모든 것이 뒤쳐지기 때문이다."(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어떤 일을 대할 때 이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과 이건 된다고 생각하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머리 속에는 안 될 가능성,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만 들어찬다.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설령 1%의 가능성 밖에 없다 해도 붙잡고 늘어진다. 1%의 가능성도 없는, 말 그대로 100%실패하는 일이라도 그 일을 해본 사람은 경험이 남는다."(이명박, 서울시장)
70%와 1%의 승률을 놓고 도전을 판단해야 하는 리더. 실패할 줄 알면서 도전할 필요가 있는가, 아니면 포기해야 하는가? 분명히 리더는 도전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리더는 또한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리더는 버릴 줄 알아야 한다. 리더는 자신에게 '가망 없는 일을 언제 그만둘까?'라고 질문해야 한다. 리더에게 가장 위험한 덫은 손에 잡힐 듯 말 듯한 성공이다. 주변에선 입을 모아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된다고 부추긴다. 그래서 한 번 시도하고 또 시도하고 다시 시도한다. 그러나 그때쯤 성취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 분명해진다."(피터 드러커)
어떤 선택과 도전을 할 것인가는 그것을 판단하는 사람들의 생각에 달려 있다. 결국 이 책이 전하는 경영이야기에서 필요한 가치를 판단해 선택하는 것은 온전히 독자의 몫이다.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한 가지,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
이 책은 유명한 경영자들의 말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것은 전적으로 이 책에서 소개하는 사람들의 말이 신뢰를 갖는다는 전제에서 가능하다.
"부정은 암이고 부정이 있으면 반드시 망한다. 도덕성이 결여된 기업에서는 좋은 물건이 나올 수 없고, 나와도 반갑지 않다."(이건희, 삼성회장)
저자는 이 글에 덧붙인 '촌철살인'에서 "기업이 충분히 투자해 연구 개발하고, 제대로 직원을 대우해 주고, 교육하며, 사회에 공헌을 한 뒤에 이익을 내야 삼성이다. 그 중 하나라도 하지 않은 채 이익을 내면 이익을 낸 것이 아니다. 제대로 하지 않을 생각이면, 삼성의 회사이기를 포기하라"는 이건희 회장의 또 다른 말을 소개한다.
이 책은 유명인의 말을 한 쪽마다 소개하며 '촌철살인(寸鐵殺人)'이라는 형식으로 저자의 생각을 덧붙이고 있다. 하지만 저자의 촌철살인은 결코 비판적이지 않다. 부연설명일 뿐이다.
이것은 행복한 경영을 돕기 위해 유명인의 말을 옮겨 놓았다는 점에서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경영가치의 판단은 사람에 대한 평가가 함께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경영가치를 역설하는 사람에 대한 판단 역시도 독자의 몫일 수밖에 없다.
한편 이 책은 여러 사람들의 의미 있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이는 성공을 했건 실패를 했건 존경을 받건 그렇지 못하건 상관하지 않는다. 다만 이들이 삶을 어떻게 이해했고 어떤 가치를 지향했느냐만 보여줄 뿐.
"사람들은 맹인으로 태어난 것보다 더 불행한 것이 뭐냐고 나에게 물어본다. 그럴 때마다 나는 '시력은 있되 비전이 없는 것'이라고 답한다."(헬렌 켈러)
"하루 연습하지 않으면 자기가 알고, 이틀을 연습하지 않으면 동료가 알고, 사흘을 연습하지 않으면 청중이 안다. 성공의 비밀은 끊임없는 연습이다."(장영주, 세계적 바이올린 연주자)
"영원히 살 것처럼 꿈을 꾸고,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살라."(제임스 딘)
"눈 덮인 벌판을 혼자 걷더라도 발걸음을 흩트리지 말라. 뒤에 오는 사람에게 이정표가 되기 때문이다."(백범 김구)
이 책은 '행복한 경영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행복한 경영에 대한 정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에 대한 해답을 고민하게끔 할 뿐이다.
하지만 이 책이 주는 즐거움은 분명히 있다. 이건희, 잭웰치 같은 경영자와 '번개'처럼 평범하게(?)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과 김구, 헬렌 켈러 같은 위인 등 여러 사람들의 생각과 삶의 철학을 한 눈에 엿볼 수 있다는 것.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단 한가지뿐이다.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이다. 가장 안정된 기업은 불안전하고, 가장 불안정한 기업은 안전하다."(고바야시, NEC 회장)
책읽기에서 변하지 않는 것 한 가지, 내용에 대한 가치 판단은 독자 스스로 내린다는 사실. 이 점만 잊지 않으면 행복한 경영이야기는 충분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덧붙이는 글 | <조영탁의 행복한 경영이야기 2> 조영탁 지음/(주)휴넷/273쪽/1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