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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경기도로 이사한 지 일 년만에 다시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아침마다 지하철을 타면 1200원, 조금 빨리 가보겠다고 버스를 타면 2100원이나 내던 것이, 이제는 기본요금 800원이면 됩니다. 특별시민이 되었다는 걸 가장 먼저 느낀 곳은 집 앞 도로였는데요, 붐비는 길, 난폭한 차량들, 절대 양보하지 않는 운전, 틈을 주지 않고 울리는 경적소리는 이사 오기 전 동네를 그리워하게 만듭니다.

그래도 이사는 역시 신선함을 주는 것 같습니다. 아쉽게 떠나온 호수가 아른거리지만, 이제는 창을 열면 바로 앞에서 산을 만날 수 있는 것처럼, 두고 온 것 못지않게 새로 누리게 되는 것들에 대한 기대도 적지 않거든요. 물론 온갖 물건을 늘어놓고 살던 보금자리를 통째로 옮기는 일은 횟수를 거듭해도 그다지 만만치 않습니다.

▲ 아직 방 한켠에 쌓여 있는 풀지 못한 짐들
ⓒ 김정혜

아직 남의 집에 세를 얻어 사는 형편이다 보니, 수선해야 할 곳이 있는지 제대로 살피지 않고 계약을 했다가 난감해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파손된 곳이 하나씩 발견될 때마다 임대인에게 전화하는 것도 쉽지는 않고, 그렇다고 대충 살자니 나중에 파손 책임을 뒤집어쓸까봐 마음이 편치가 않습니다.

재작년에 살던 곳은 새로 한 싱크대가 마음에 들었는데, 이사 뒤 밥을 먹으려고 보니 배기 후드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서 일 년 내내 기름 떠다니는 주방 공기 속에서 지낸 적도 있었답니다. 방충망까지 없어서 모기는 얼마나 물렸는지. 며칠 전까지 살던 집에서는 램프 하나가 나갔는데, 귀찮기도 하고 별로 사용하지 않는 곳에 돈 쓰기가 아까워 그냥 두었다가, 괜히 이사 나오면서 램프 값을 물어 주고 나왔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사서 달고 필요할 때나마 사용할 걸 그랬어요.

이제 절반 정도 정리가 끝난 이 집도, 집을 구하러 왔을 때 보이지 않던 것들이 계속 눈에 띄는군요. 이전에는 표를 만들어 일일이 확인하며 다녔는데, 이번에는 급하게 집을 구하느라 그야말로 '쓱' 보고 도장을 찍었더니, 제 눈이 이렇게 허술했나 싶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집을 알아보러 다닐 때 체크했던 목록들과 채 보지 못하고 놓쳐서 난감했던 사항들을 한번 모아보았습니다.

1. 방

전압
예전에 지은 아파트라 110V 콘센트가 있더군요. 집 볼 때는 눈치조차 채지 못했습니다. 이삿짐을 정리하다가 발견하고는 당혹스러워했다가, 다행히 이전 세입자가 여기저기 220V 콘센트를 만들어 놓은 것을 하나씩 발견하면서 조금씩 안도하고 있답니다. 아직 박스가 쌓여 있는 작은 방에서는 발견하지 못했는데요, 박스에 가려 보이지 않는 것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 이삿짐을 풀다가 발견한 110V 콘센트
ⓒ 김정혜


벽 균열
계약하기 전에 꼭 확인하는 사항 중 하나가 도배상태이지요. 반드시 도배와 장판을 새로 하지 않더라도, 벽에 물이 샌 흔적이 없는지, 균열이 많지 않은지 살피는 것은 안전한 장마철을 보내기 위해 중요한 항목일 것입니다.

소음
개 짖는 소리, 아기 울음소리, 위층에서 쿵쿵대는 소리, 도로의 차 소음, 피아노 소리 등등. 주택에서 만나는 소음은 다양한데요, 사람마다 예민하게 반응하는 소음도 다양하지요. 특히 참을 수 없는 소음을 피하고 싶다면, 그 소음이 가장 많을 만한 시간대에 집을 보러 다니는 것도 좋겠습니다. 차 소음은 퇴근시간에, 피아노 소리는 주말에, 이런 식으로요. 사실 소음까지 잡기는 좀 어려운 일이고, 눈에 보이지 않아 소홀히 하기 쉽지만, 생활하는 데에는 다른 것 못지않게 중요한 환경조건입니다.

2. 문과 창문

모든 문과 창문에 파손된 곳이 없는지, 잘 열리고 닫히는지 살펴야겠지요. 방충망이 있는지, 뜯어진 곳은 없는지, 필요한 곳에 방범창살이 있는지 창마다 열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창을 열어보는 것은 주변 환경을 보는 데에도 꼭 필요합니다. 옆집과 딱 붙게 건축된 다세대 주택 같은 경우는 환기를 위해 창을 열어도 서로 민망하지 않을 만큼의 차단시설이 되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오피스텔처럼 집과 유흥가가 가까운 곳은 창 바로 앞에 네온사인이 없는지도 살피는 것이 좋습니다. 휘황하게 깜빡거리는 불빛에 밤잠을 설칠 수도 있거든요.

사실 사람이 살고 있는 집에 들어가서 여기저기 열어보고 살펴보는 것이 참 민망한 일이어서 더 대충 넘어가게 되는데요. 위에서 이야기했던 배기후드 없던 집의 작은방은 창이 시멘트로 막혀 있었답니다. 집을 구할 때는 역시 발견하지 못했지요. 그 창에 예쁜 커튼이 쳐져 있었거든요. 한 번은 아주 좋은 조건의 집을 찾아서 둘러보고 있다가, 한쪽 창 앞에 맞은편 건물의 에어컨 실외기가 여러 개 모여 있는 것을 보고는 기겁한 적도 있답니다. 창은 꼭 열어보는 것이 좋겠지요?

3. 욕실과 주방

배기후드가 있는지 꼭 살펴야 합니다. 당연히 있으려니 하지만, 없는 집도 있으니까요. 후드를 발견했다면 작동도 한번 해 보세요. 불이 들어오는지도 보시고요.

▲ 임대인에게 뜯어진 방충망 수리 요청을 하고 나서 싱크대 배관에 물이 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또 전화하기가 민망해서 그냥 테잎을 구해 친친 감아버렸습니다.
ⓒ 김정혜

주방 싱크대와 욕실의 물을 틀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수압이 아주 약한 집이 있을 수 있어요. 지나치기 쉬운 것은 배관인데요, 싱크대와 세면대 아래 배관에서 물이 새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짐을 옮기고 손을 씻다가 양말이 푹 젖거나 싱크대 아래에 깨끗하게 정리한 짐에 개수대의 물이 흥건하게 배어 버릴 수도 있답니다.

더불어 욕실에 장이 있는지, 따로 마련해야 하는지 확인해두어야 합니다. 예전에 살던 집에서는 떼어 오지 않았는데, 새로 들어간 집에서는 이전 세입자가 떼어가 버린 경우가 종종 있더군요.

이사할 때마다 항상 다짐합니다. 다음에는 포장이사를 해야지, 다음에는 미리 집을 보러 다녀야지, 다음에는 꼼꼼하게 살피고 집을 구해야지. 정말로 다음에는 좀더 좋은 집을, 좀더 좋은 조건에 구할 수 있을까요? 세입자 여러분, '좋은 집' 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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